[성명] 또 다시 시작된 일방적인 ‘구조조정 실험’에 반대한다!

소식
작성자
잠토끼
작성일
2015-03-17 13:25
조회
759
또 다시 시작된 일방적인 ‘구조조정 실험’에 반대한다!

1.
또 한 번의 ‘교육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7년간 소수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폐과시키는데 주력했던 구조조정이 이제는 ‘학과 자체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학과와 기초학문, 예술학과들이 모두 ‘정리대상’이 되었고, 특정학과를 없애는 방식이 ‘진통’이 많으니 학과제를 없애고 소수의 인기 전공만 남기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다양한 슬로건과 비전을 내세워 학과통폐합과 캠퍼스통합이 진행되었으나, 융합의 시너지 따위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구조조정의 목적은 사실상 취업률이 양호한 기능적인 학과에 정원을 몰아주는 것이었고, 그로 인해 정원이 늘어난 학과는 대형 강의와 수강기회 제한 등 교육의 질만 악화되었다. 통폐합된 학과의 학생들은 전공계발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학습권을 부당하게 침해당한 채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이 중앙대를 떠나가야 했다.

더욱이 안성캠퍼스는 몇 년째 교육투자 없이 서울캠퍼스에 전공여석을 제공하는 ‘내부 식민지’나 다름없이 방치된 상태다. 단적으로 이번 예술대 정원조정 계획에 대해 학교본부는 원래 서울캠퍼스로 이전할 전공인원을 잠시 ‘파킹’해둔 것이었다고 당당히 해명했다. 당시 예술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학과가 원래 없어질 예정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불안정한 교육 환경에서 어떻게 전문적인 전공역량을 쌓고, 사회진출에 필요한 다양한 경험과 비판적 안목을 기를 수 있을까? 기업의 단기적인 수요에 맞춰 학문영역을 재단하고 단순기능 인력을 대량생산하는 것으로 우수한 ‘선진대학’을 만들 수 있을까? 상시적인 구조조정은 지난 모든 실험들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닌가?

2.
지난 수년간 학교본부는 ‘대학 발전’의 미명하에 학생들을 구조조정의 볼모로 잡아왔다. 구조조정을 거듭할수록 대형 강의는 늘어만 가고, 듣고 싶은 강의를 수강하기는 더욱 어려워졌으며, 학점을 따기 위한 경쟁만이 강화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학생들 손을 빌려 인문사회과학과 기초학문들을 폐과시키려 하고 있다. 계열별 광역모집은 학생들의 전공선택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비인기학과를 폐지하려는 계획에 다름 아니다.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인기전공에 진입하기 위해 학점경쟁을 시작해야 하고, 각 전공들은 폐과를 모면하기 위해 취업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개편하는 등 ‘호객 행위’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소신껏 지원한 전공이 언젠가 폐과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원치 않아도 인기전공에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 이는 구조적으로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에서 ‘강요된 선택’이며, 폐과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시키려는 기만적 술책에 불과하다. 본부는 이미 다른 대학들이 도입했다가 실패로 끝나고만 모집단위 광역화를 왜 굳이 고집하는 것일까? 모집단위 광역화 실험조차 실패로 끝나면 그때 가서 다시 학과제로 되돌아갈 것인가? 그 피해의 대가는 또 다시 하필 본부의 새로운 ‘실험’기간에 학교를 다닌 학생들이 짊어져야만 하나?

3.
교수, 동문, 학생을 포함한 각 학문공동체들의 운명과 수많은 학생들의 학습권이 걸린 중대한 계획을 추진하면서 학교본부는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계획안은 불시에 통보되었고, 학내구성원들의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틀은 고수한다”는 원칙이 선언되었다. 대다수 교수들의 반대 의견은 “난동”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는 기껏해야 설명회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만이 주어졌다. 학교본부의 강압적 태도는 학내구성원의 여론과 상관없이 계획된 행정절차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지난 7년간 경험했던 바다. 구조조정의 피해와 고통은 학내구성원들이 떠안고, 학교본부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또 새로운 실험을 강행할 것이다. 이처럼 반민주적이고 반교육적인 방식으로 명령되는 구조조정은 학내구성원들을 한낱 노예로 간주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대학에 단지 취업을 위한 기능을 익히러 온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정의로운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러 온 것이다.

― 근시안적인 밀실행정으로 만들어낸 <학사구조 선진화안>을 즉각 폐지하라!
― 학교본부는 본부안과 관련하여 예정된 모든 일정을 즉각 중단하라!
― 학교본부는 학사행정에 대한 학내구성원들의 민주적인 참여와 결정권을 보장하라!

2015.3.12.
자유인문캠프 기획단 잠수함토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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