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중앙대 1+3 사태, ‘유학 브로커’로 전락한 대학의 민낯

1+3국내전형 관계도(출처:국민일보)

1+3국내전형 관계도(출처:국민일보)

1월 14일 오후 네 시, 10여 명의 학부모들이 총장실을 점거하는 중앙대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1+3전형’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작년 11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1+3전형’ 폐쇄명령 이후 학부모들은 총장에게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총장이 번번이 응하지 않자, 답답했던 학부모들이 결국 실력행사를 감행한 것이다. 점거는 3일간이나 계속되었다. 사태는 학교가 학부모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마무리되었다. ‘1+3전형’을 통해 합격한 학생들이 입학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넘었다. 이번 사태의 실체는 학내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제 조용히 잊히는 일만 남은 듯하다.

하지만 ‘1+3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사태는 학부모의 치맛바람이 낳은 자그마한 해프닝 정도로 정리되어선 안 된다. 여기에는 교육기관으로서의 본분을 잊어버린 대학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1+3전형’이 대체 뭐기에?

이번 사태의 원인인 ‘1+3전형’은 1년은 한국대학에서, 나머지 3년은 연계된 외국대학에서 수학하고 외국대학 학위를 받는 유학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국내대학에서 1년간 어학 및 교양과정을 이수한 뒤 외국대학의 2학년으로 편입하게 된다. 중앙대의 ‘1+3전형’은 현재 미국 4개 주의 8개 대학과 연계되어 운영된다. 학교는 이를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라고 밝히고 있다.

학생 선발은 고등학교 내신 성적과 심층면접으로 이루어진다. 특이한 점은 내신 성적을 본다고는 하지만 심층면접에 비해 그 비중이 훨씬 낮다는 점이다. 게다가 수능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대개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외국 대학에서 요구하는 어학점수나 각국의 대입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1+3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학교는 전형 관련 홈페이지에서 ‘토플/SAT 없이 내신 성적과 심층면접만으로 입학 가능함’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전형은 정상적인 과정으로 외국 유학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때문에 ‘꼼수전형’이라 불리기도 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1년 동안 총 30학점의 교양과정과 어학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교환학생증과 재학생과 동일하게 중앙대의 제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이러한 혜택을 위해 대상 학생들이 한 해 지불해야 하는 돈은 무려 2000여만 원에 달한다. 교과부가 ‘사실상의 기부입학제로, 해당 전형은 3불 정책에 대한 도전’이라 반응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1+3전형’ 파문 일지

2008년 8월 교과부는 고등교육국제화와 대학자율화라는 미명 하에 ‘국내대학과 외국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에 관한 규정’을 폐지했다. 이로써 대학은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서도 ‘1+3전형’, ‘2+2전형’ 등 변칙적인 유학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던 유학원들은 국내 유명 대학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유명 대학들과 함께 한다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2010년 초 중앙대는 K유학원과 손을 잡고 ‘1+3 국제특별과정’을 개설했다. K유학원은 최근 중앙대와 함께 추문에 휩싸였던 한국외대의 ‘1+3전형’에도 개입하고 있다.

2010년 중순, 뒤늦게 문제점을 파악한 교과부는 중앙대에 ‘1+3전형’의 운영현황과 법적근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학은 규정 미비 등을 근거로 교과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2012년 11월 2일 교과부는 대학에 전형 폐쇄를 미리 통보하면서 합법적인 학생 구제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중앙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8일 ‘1+3전형’의 최종합격자를 발표했다. 교과부는 바로 다음날 대학에 전형 폐쇄명령을 내렸다.

교과부는 명령의 근거로 고등교육법과 평생교육법,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위반 등을 들었다. 이중 중앙대는 고등교육법과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학위와 무관하므로 고등교육법상 교육과정 공동운영에 해당하지 않으며, 외국대학의 학생을 대신 모집·운영하는 행위가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합격 발표와 동시에 날벼락을 맞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교과부의 명령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또한 교과부를 상대로 ‘교육과정 폐쇄명령’을 취소하라는 소송도 제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대는 교과부의 명령에 따라 해당 전형을 잠정적으로 폐쇄하는 동시에, 기존에 학생들에게 교환학생 지위를 부여하던 원안에서 선회하여 시간제 학생(청강생)의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에 반발하여 원안 이행, 즉 교환학생으로서의 지위 보장을 요구하며 학부모 10여명이 1월 14일 총장실을 점거했던 것이다. 다음날인 15일 법원은 전형 폐쇄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학부모들이 제출한 ‘교육과정 폐쇄명령 취소 청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기 전까지 폐쇄명령의 효력이 일시정지된 것이다. 16일 교과부는 바로 가처분신청에 항고했다. 소송은 이제 시작단계다. 한편 중앙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K유학원을 포함한 10여개의 유학원은 현재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교과부와 대학, 새우등 터지는 건 학생

지금 진행되고 있는 두 건의 소송 당사자는 교과부와 학생학부모다. 중앙대는 직접적인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송의 당사자는 아니다. 하지만 허술한 법을 교묘히 이용해 상당한 이득을 챙기는 등 편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비난에서 학교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책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해당 전형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더 강도 높은 비난을 받고 있다.

게다가 중앙대에서 운영하는 1년 과정은 사실상 외국대학의 조건부 입학에 지나지 않는다. 1년 과정을 다 마친 후에 입학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앙대는 해당 학생들을 이미 외국대학 소속의 교환학생으로 대우하며, 마치 입학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외국대학 학생이 되는 것처럼 허위·과장했다. 일각에서 ‘사실상 사기행각’이라 비난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학교가 유학원을 끼고 유학 브로커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일면 교과부의 자충수와 늦장 대응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교과부는 왜 그랬던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 교과부가 고위층 인사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시되고 있다.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었던 박범훈 전 총장이 K유학원과 계약하여 ‘1+3전형’을 도입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교과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수석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190여 명의 해당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재판 진행 내내 지위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1년간 학교를 다니고도 외국대학에 입학하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들의 반짝거려야 할 새내기 시절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불안감 속에 파묻히게 되었다.

손 안대고 코 푼 중앙대

중앙대는 2008년 재단이 두산으로 교체된 이후 공격적인 구조조정과 대학개조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학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단기간에 세계 100대 대학으로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앞만 보고 질주해온 것이다. 물론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끊임없이 발전과 성장을 목표로 하는 지금의 중앙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과 해당 학생들의 피해를 상기해보자. 과연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일까? 아니, 모로 가면 진짜 서울로 갈 수 있는 것일까?

중앙대는 이번 ‘1+3 사태’에서 가장 실용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학교는 중앙대라는 간판을 K유학원에 빌려주고서 총 60억의 수익 중 50%가량을 챙길 수 있었다고 한다. 엄밀히 따져 법을 어기지는 않았으니 법정 싸움도 피해갈 수 있었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으면서 큰 수익을 올린 것이다. 만약 중앙대가 기업이었다면 이 사업은 안 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학교는 기업이 아니다. 사립대학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한정된 자율성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교육기관으로서 공적인 역할을 다해야 하는 곳이다. 반면 기업은 이익을 위해 법이 허용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곤 한다. 교육 기관인 학교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이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은 기업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는 기업에 비해 훨씬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적용된다. 학교는 사회적인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대가로 국가와 사회로부터 여러 혜택을 받고 있다. 이는 학교가 기업과는 달리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 속한다는 강력한 증거다.

일련의 과정에서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마음 졸이고 법정 싸움까지 해야 하는 것은 결국 해당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교육은 우리 사회와 국가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학교는 공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학교가 수익은 수익대로 챙기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법적 책임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떠넘겼다. 학교는 교육 기관으로써 지켜야 할 최소한의 명예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학교 본부의 ‘셀프 명예 실추’를 멈추는 방법

두산은 기업이미지 광고에서 ‘좋아하는 것을 해줄 때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중앙대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적어도 피해와 고통만은 주지 않을 때 대학으로서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산의 또 다른 광고는 ‘100년 성장은 사람을 통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옳은 말이다. 당장의 예상되는 이익 때문에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단기적 성장은 가능할지라도 장기적인 발전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학교 발전의 조건은 학교 운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학내외의 관심이다. 건강한 비판만이 건강한 발전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내에서 그런 감시의 눈초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대신문>에서 조차 해당 사태에 대한 간략한 요약과 학생들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만이 실렸을 뿐이다. 학내여론도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반면 외부 언론과 교육부는 학교 측의 무책임한 태도를 강력히 질타하고 있다. 한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대학에 대해 “완전 사기꾼이나 다름없다”며 “사설유학원은 대학 간판을 빌려 돈을 챙기고, 해당 대학은 이름만 빌려줬을 뿐인데 한 해에 수십억 원의 ‘불로소득’을 벌어들이는 셈”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번 사안에 대한 학교안팎의 반응은 온도차가 크다. 애정은 관심과 비판으로 표현된다. 무작정 눈 감고 덮어두는 것이 사랑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동안 중앙대가 구성원에게 그리도 강조해온 ‘애교심’은 오히려 지금 학교 밖에서 진정으로 표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교 본부가 직접 나서 ‘셀프’로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는 이런 사태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학교 정책에 대해 가장 엄격한 감시자·비판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 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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