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육담] 데이트 상대와 섹스 얘기 하기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요리해줄 테니 자기 집으로 오라는 남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만 어색한가요?” 대개 저런 질문은 자기가 반쯤 답을 내려놓았으나 그 답에 확신을 주기 위한 최후의 공감 한 땀을 얻기 위해 던져진다.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실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럽지만 어찌 되었든 ‘보편적인’ 사람들이 대강 지켜야 한다고 여기는 모호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썩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많은 사람들은 남들도 다 그러고 산다는 말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런데 그 ‘남들의 삶’, 개중에서도 성애라는 매우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을 어떻게 엿볼 수 있는가? 성담화의 쓸모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통해 타인의 사생활을 관음하는 것이다. 다만 성담화의 특성상 우리는 사람을 가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소속집단의 기준에 따라 성에 관한 가치관을 쌓거나 수정하거나 유지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속한 집단이 아닌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과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포 같은 생경함이 들곤 한다. 일전에 어느 소개팅에서 한재림 감독의 <연애의 목적>이라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다 그 간극을 느낀 적 있었다. 이 선생(박해일 분)이 홍 선생(강혜정 분)에게 수작을 걸다 못해 ‘덮칠’ 때, 홍 선생이 이 선생에게 키스는 ‘허하’지만 그러면서 ‘3초만 넣자’는 이선생의 요구를 거절하는 장면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명백한 성폭력이라 생각한다 말했고 소개팅 상대방은 나를 엄청난 ‘꼴페미’라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정의한 성폭력의 범주는 ‘성폭력=성폭행=강압에 의한 강제 성행위=죽일 놈들이나 하는 짓’보다 훨씬 넓은 것이기도 했다. 물론 그 소개팅은 시원하게 망했다.

이렇게 가치관이나 기준이 달라 발생하는 상황은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남자:지구상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다. 슈바니츠는 개와 고양이가 서로의 의사소통신호가 달라 소통에 실패하듯, 남녀 간에도 그런 일이 왕왕 일어난다고 말한다. 여기 슈바니츠가 인용한 ‘오해’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에 주둔했던 미군 병사들과 영국 여성들간의 연애 체험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영국 여성들과 미군 남성들은 서로가 속도를 위반했노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성적 신체접촉시 통상 20단계의 과정을 거쳤는데 그 단계의 내용이 조금 달랐던 것이다. 미군들은 보통 5단계에서 입을 맞추는 반면 영국 여성들은 10단계에서 비로소 입을 맞추었다. 미군들은 19단계에 이르러서야 “은밀한 부위”에 다가갔으나 영국 여성들은 11단계에서 시작했다. 그러므로 미군들의 키스는 10단계나 되어야 입 맞출 수 있다고 여기는 영국 여성들에게 과도하게 저돌적이었고, 영국 여성들은 그 순간 모든 것을 끝내거나 그 다음 단계인 헤비 페팅으로 가는 것을 고려해야했다. 후자를 선택한 어떤 영국 여성들 앞에서 미군들 또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들은 영국 여성들이 6단계에서 이미 마지막 단계까지 나아간다고 느꼈고, “결과적으로 전체 20단계가 7단계로 생략”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많은 영국 여성들이 미군 남성의 ‘지나치게 다급한’ 입맞춤에 화들짝 놀라 자리를 뜨거나 거기서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리라 결단을 내리지 않고, “나에게는 진도가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최초의 질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집에 가는 것은 조금 어색한 것 같은데 어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관계는 달라졌을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아니할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가능성이다. 상대가 나와 성교하고 싶어 일부러 저렇게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겉으로 드러난 말 그 자체만을 원하는 것인지. 너의 단계와 나의 단계가 정녕 같이 갈 수 있는지. 우선 도망치고 보거나 아예 내지를 수도 있겠으나 무언가 서로 물어가며 차근차근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법이다. 그리고 그건 어떤 섹드립의 이유가 된다.

| 문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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