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불순한 의도도 처벌하는 중앙대 ‘관심법’

| 얀웬리

 루소는 영국의 대의민주주의를 비판하며 ‘시민은 투표할 때는 주인이지만, 투표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중앙대의 경우, 이 비판의 의미는 더욱 확장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선거 때조차 진정한 주인이 아니다.

이번 총학 선거는 흑석캠과 안성캠 모두 ‘운동권’ 선본과 ‘비운동권’ 선본의 경선으로 치러지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 학교 측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선거는 사실상 운동권 선본과 학교 측의 대립구도로 펼쳐졌다. 학교 측은 ‘운동권’ 선본이 제기한 학교 측의 ‘예산 뻥튀기 의혹’과 ‘법정부담전입금 0원’ 문제를 놓고 선거 기간 동안 수차례 반박문을 올리고 특정 선본을 압박하더니, 급기야 ‘운동권’ 선본이 당선된 안성캠에 대해선 선거지도위원회를 열어 ‘당선무효’ 판정을 내렸다. 학교와 법인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공정한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에서다. 흑석캠의 경우도 ‘샤우트’ 선본의 후보에 대해 같은 죄목으로 ‘상벌위원회’가 소집되었다.

허위사실 유포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대표자를 뽑는 총학 선거에 학교가 개입하고 그 결과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학생자치권과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지는 공정성 문제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리를 하고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을 하면 그만이다. 선거를 ‘지도’한다는 발상 자체가 반민주적인 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지점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흑석캠의 경우 낙선한 후보들에 대해서까지 사후적으로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 이후 발표된 총장 메시지를 보면 “입후보자들의 사전 선거운동 문제는 학생회 선거관리 규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이지 학교가 관여할 문제가 아닙니다.”라며 선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입후보자들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주장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 간에 분란을 일으”키고 “단합을 저해”한 것으로 판단하여,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이들 언행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소정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기획관리본부장도 해당 선본의 행위는 “해교행위”에 가까우며 “만일 그 행위가 의도적이고 단합을 저해하는 행위로 판명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즉, ‘샤우트’ 선본의 후보들은 선거운동의 적법성 여부가 아니라, 학교와 법인에 대한 ‘악의’ 때문에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관계자들이 ‘관심법’을 쓰지 않는 이상 의도의 불순함을 증명해낼 방도는 없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 훼손’이다. 먼저 ‘허위사실 유포죄’와 관련해 간단히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일각에서는 마치 ‘허위사실 유포’ 자체가 대단한 범죄 요건이라도 구성하는 양 호들갑을 떠는데, 허위사실 유포만으로 처벌하는 법적 조항 따위는 없다. 허위사실 유포로 특정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뿐이다. 즉, 허위사실이 타인에게 초래하는 피해나 그 유포자가 취하는 부당이득 등에 대한 처벌이지, 허위사실의 유포 자체에 대한 처벌이 아니란 뜻이다. 허위사실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별다른 공익적 목적도 없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허위사실 유포죄’를 위헌적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몇 세기 동안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과학적 이론도 새로운 학설에 의해 허위로 드러나는 마당에 ‘허위 사실’이란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계몽된 시민으로서 우리는 ‘허위’ 자체를 처벌하는 대신 허위 사실을 비판할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진리를 모색해 나아간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결국 무죄판결을 받고, 그를 기소한 법적 근거였던 <전기통신사업법>이 위헌 판결을 받았던 사실을 떠올려 보라.

  ‘불순한 의도’도 처벌한다

재판방망이

그렇다면 ‘샤우트’ 선본과 ‘우리’ 선본은 과연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학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는가? 양 선본은 ‘470억 예결산 차액’과 ‘법정부담전입금 미납’을 근거로 예산 뻥튀기 의혹을 제기하고 재단의 책임 부족을 비판했다. 2011년도에 470억 예결산 차액이 발생하고 법정부담전입금이 0원이었던 것 모두 그 자체로는 ‘사실’이다. 중대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본예산 대비 결산 수입이 472억 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수입을 축소했다거나 꼼꼼하지 못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밝혔으며, 홍보실장은 ‘회계 자료 해석의 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은 대다수 사립대학이 예산 뻥튀기를 하는 등 재정운영을 방만하게 한다는 감사원의 지적과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중앙대도 혹시 해당사항은 없는지 의혹을 제기했고, 학교 측은 나름의 해명을 내놓았다. 여기에 어떤 ‘위법사항’이 있는가?

홍보실장은 선본에서 인용한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자료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명예훼손’ 혐의를 제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어떤 매체에 언급되었다 하더라도 사실이 아닌 부분을 인용한다면 그 인용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것이 우리 법”이라며 선본원들의 책임을 따지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무서운 법이 아닐 수 없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은 결국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렇다면 그 전까지 황 박사의 논의를 인용하고 유포했던 정부기관, 언론, 시민들 모두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받는다는 말인가? 홍보실장은 정확한 법 조항과 판례를 제시해 우리를 의혹과 두려움으로부터 구원해 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말로 ‘허위사실 유포’와 ‘협박’에 다름 아닐 것이다.

‘법정부담전입금’ 문제를 살펴보자. 학교 측 해명에 따르면 법인의 자체수익이 없어 2011년도부터 법정부담전입금을 ‘교비’에서 충당하고 있다. 수익금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 교비에서 전출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으니 문제될 것은 없지만, 그럴 경우라도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중앙대의 경우 아직 승인이 나기도 전에 이미 교비에서 전출을 했다. 여기까진 학교 측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다만 홍보실장에 따르면 ‘법정부담전입금’을 내지 못하는 대신 기부금 형식으로 해당 금액만큼 보전하고 있어 재단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재단이 신경 써주는 것은 고마우나 법정부담전입금을 교비로 충당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문제이니, 장차 규정대로 재단 수익사업의 수익금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또 어떤 ‘위법사항’이 있다는 말인가? 홍보실장에 따르면 법정부담전입금이 0원이라는 사실은 맞으나, 이것이 마치 “재단의 지원이 없는 것처럼 호도되는 것은 의미상 틀렸다”고 한다. 역시나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 관계 자체가 아니라 ‘불순한 의도’이다.

억압된 것들의 회귀

학생들은 대학의 재정운영이 투명하고 건전한지 알 권리가 있고, 학교 측은 성실히 답변할 의무가 있다. 해명을 듣고도 여전히 의혹을 품건 말건, 그건 각자의 자유다. 상식적으로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런데 ‘오해’와 ‘해석의 차이’에 불과했던 것이 어느 시점부터 학교 측에 의해 ‘사실 왜곡’으로 규정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미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로 간주된다. 이러한 시도들은 학교의 단합을 저해하기에 ‘위법행위’가 아닐 수 없으며 따라서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제 꼬리를 물고 있는 뱀처럼 얽혀 있는 이 논리구조를 통해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단 하나, 사실상 권력자의 의지이다. ‘허위사실 유포’는 일반적으로 권력자가 비판을 잠재우고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할 때 사용하는 전가의 보도이다. 허위사실인지의 여부와 악의성의 판단 모두 규정하는 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거하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사건’도 결국 무죄판결을 받긴 했으나, 이후 다음 ‘아고라’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은 자취를 감추었다. 시민들이 권력의 의지를 내면화해 스스로 자기검열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허위사실 유포’를 둘러싼 지리멸렬한 공방으로 전개되고 있긴 하나, 그것은 표면상의 문제일 뿐 문제의 진원지는 따로 있다. 흑석캠과 달리 안성캠에서는 74.4%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과 함께 ‘운동권’ 선본이 당선되었다. 그간 현 재단의 투자에 힘입어 인프라 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사실상 그 과실은 흑석캠퍼스에 집중되었다. 안성캠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처럼 등록금과 재단지원을 둘러싼 문제제기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여론은 <중대신문>에서 보도한 학생의식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재벌 재단이 들어온 이후 대학운영의 기조는 신자유주의적 시장논리를 충실히 반영한 ‘선택과 집중’에 맞춰졌고, 이는 학문단위 재조정을 비롯한 기업식 구조조정 과정에 여실히 반영되었다.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학과와 주체들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고, 그들의 권리주장은 간단히 묵살되었다. 대학운영의 민주적 절차를 요구하는 목소리들도 대학발전의 속도를 늦추는 거추장스런 존재들로 간주되었다. 이들 배제당한 주체들의 분노를 일시적으로 억누를 순 있겠지만, 경험이 알려주듯 언제든 다양한 형태의 저항들로 다시 터져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장기적으로 대학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선현의 가르침대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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