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중앙대웅전의 법사님들께


| Budnamu

고요한 나날이다. 장기하의 <별 일 없이 산다>의 노래말이 그럴 듯해 보인다.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 뭐냐 하면, 나는 별 일 없이 산다, 뭐 별 다른 걱정 없다” 요즘 중앙대학교가 그렇다. 한창 시끌벅적했던 시기는 완전히 평정됐다. 밖에서 보면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일이다. 중앙대학생은 별 일 없이 살고 있다. 산골짜기 절간엔 스님들 목탁 소리만 똑딱똑딱 울리고, 흑석골 중앙대학교엔 여학우들 하이힐 소리만 또각또각 울린다.

하도 고요하고 별 일 없이 살다 보니, 중대신문이 난관에 봉착했나보다. 별 일이 없으니 보도할 일도 없는 것 같다. 9월 17일 중대신문의 1면 톱기사는 “2013학년도 수시모집 결과 발표”였다. 아, 네…. 뭐,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고 치자. 고등학생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 음…, 근데 생각해 보니, 난 대학생이었다! 휴, 내 일인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앗, 내년부터는 캠퍼스 안에서 술을 마실 수가 없단다! 이거야말로 별 일 아닌가! 당장 오늘부터라도 전면 투쟁에 돌입해야 할 성 싶다.

사회가 얼마 남지 않은 대선 때문에 요란해도, 어느 어느 정치인이 돈을 받았네 어쩌네 떠들썩해도,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에 죽어가는데도, 몸 뉘일 자취방 하나 구한다고 친구들이 새벽 알바에 나서고 다음 날 아침 강의를 졸음으로 사수해도, 우리는 그토록 별 일 없이 살고 있다. <별 일 없이 산다>의 마지막 노랫말은 이렇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아주 그냥!” 다들 그렇게 별 일 없이 살아서 매일매일 하루하루 아주 그냥 사는 게 재밌으신지는 잘 모르겠다.

한번 살다 갈 인생, 우리 좀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자! 아니, 찾지만 말고 하자! 우리가 도서관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그렇지, 찾아보면 재밌는 일 산더미다. 예를 들어, 한 공간에 공통점 없는 사람들이 여럿 모여 한 가지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 월드컵 거리응원에서 ‘대한민국’ 외쳐 본 사람은 알 거다. 싸이 콘서트에서 ‘오빤 강남 스타일’을 떼창해 본 사람도 알 거다. 광장에서 ‘우리 20대, 대학생이 행복할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외칠 때의 쾌감을. 등록금 낮춰달라, 원룸 집값 낮춰달라, 최저임금 보장하라! 안 해 본 사람은 몰라, 이런 쾌감.

우리가 이런 걸 외치기 전에는, 별 일 없이 살아도 실은 별 일 없이 사는 게 아니란 걸 우리는 모른다. 별 일 없는 와중에 속은 곪아가고, 끝내는 별 일 없이는 살 수 없는 인생에 봉착하게 될 거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외친 후에야, 우리 삶이 나아질 가능성이 생기지 않겠나. 삶이 나아지는 것, 그게 바로 재밌는 일이고! 우리 이제 이 목탁 소리만 또각또각 울리는 ‘중앙대웅전’을 캠퍼스의 낭만소리 울려퍼지는’중앙대학교’로 만들어 보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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