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논평] 기습적인 ‘인문사회계열 구조조정’, 너무도 익숙한 폭력

본지 편집위원들은 제6호 마감을 두 시간 앞둔 15일 아침 8시, <중대신문>을 통해 인문사회계열 구조조정 소식을 접했다. 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학전공, 사회복지학부 아동복지·청소년·가족복지전공이 폐지된다는 소식이었다. 2010년 중앙대학교를 떠돌던 ‘구조조정 망령’이 3년이 지난 오늘, 다시 캠퍼스를 배회하려 한다. 지면 배치를 끝마친 상황에서 이 소식을 접한 본지는 이미 완성된 지면을 비우는 고통을 감수하고 이 사건에 대한 긴급논평을 낸다.
김호섭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은 “학생들의 전공선택 비율이 낮은 전공에 대해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상기 전공들의 폐지 필요성을 얘기했다. “후퇴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과 함께였다. 한 주 전인 7일 <중대신문>에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던 학교의 입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단 일주일 만에 논의는 급격하게 진전됐고, 상기 전공들의 폐지가 확정됐다. 학교의 중요한 정책결정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 왔기에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다.
학생사회에서 상기 전공들이 폐지될 것이라는 소문이 돈 지 오래였으나 “확정된 것이 없다”는 학교의 말에 해당전공 학생들은 따로 대응하지 않고 차분히 정보공개와 대화를 요청해왔다. 결국 오늘까지 정보공개도 대화도 없었지만, 인문사회계열 구조조정은 이미 예견되었다. 2010년 대대적인 학과 구조조정 당시 민속학과·아동복지학과·청소년학과·가족복지학과는 소멸의 위기에서 학부로의 통합을 통해 ‘전공’으로 존속하는 타협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여기엔 전공별 정원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해당 전공 사이의 인원 불균형을 일으켰다. 바로 이 지점이 ‘2차 구조조정’의 빌미가 됐다.
오늘 우리는 김호섭 부총장의 말을 통해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배웠다. 어떤 학문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지는 ‘인기투표’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선택 비율이 낮은 전공’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부총장의 말에서 우리는 이곳이 대학인지 기업인지 혼란스럽다. 고유의 영역을 가진 학문간 우위를 논하는 것도 할 말을 잃게 하지만, 그것이 전공 폐지라는 극단적인 골목까지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은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
2010년 이후 우리는 대학의 기업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학생사회는 침체됐고 침묵했다. 2년간 학생총회는 개최조차 되지 못했다. 그사이 가정교육학과는 무력하게 폐지됐다. 본지가 창간호에서 지적한 바 있듯 이것이 오늘 상시적 구조조정의 첫 단추가 된 것이다. 학교에 반대하던 학생들은 징계 당했고, 학교는 ‘화학적 구조조정’이니 ‘신축캠퍼스 이전’이니 하는 거대한 문제를 소리소문 없이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7년 만에 학생총회가 성사됐다.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의 일방적인 행보를 참지 않았다. 이천 명의 학우들이 추위를 뚫고 대운동장에 모였다. 국가장학금 문제를 필두로 학과 구조조정과 신축캠퍼스에 대해 대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제 학교는 학생들을 감히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총회가 성사된 지금, 학교가 여전히 일방적인 행보를 고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학생사회에 대한 모독이다.
2010년과 같은 사태를 다시 맞이해선 안 된다. 그때 우리는 파편적으로 싸웠고, 생존을 보장받은 단위는 조용히 상황을 관망했다. 그 결과가 오늘 ‘2차 구조조정’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이제 개별적으로 학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안다. 한데 모여 함께 목소리를 높일 때에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된다는 것을 안다. 구조조정의 광풍이 피해가는 곳이 그리 많지 않음을 안다. 학생총회에서 함께 외친 구호들을 잊지 말자.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겠노라고 학교에 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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