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교양학교 선언문] 당신과 나의 선언

지난 5월 18일부터 19일까지, 중앙대 서울캠퍼스와 서울유스호스텔에서 <2013 자유인문캠프 새내기 교양학교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가 열렸습니다. 30여 명의 재학생, 새내기가 참가해 대학과 사회에 대해 치열히 고민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고 가르쳤습니다. 참가자들은 밤이 새도록 공동의 문제의식을 녹여낸 ‘선언문’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생각을 풀어놓았습니다. 그 고민과 배움의 흔적들을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당신과 나의 선언>

우리의 선언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지금 나는 사랑하지 않기에 행복하지 않다. 소통하지 않기에 행복하지 않다. 나는 무한경쟁 체제 속에서 경제적 여유와 심리적 안정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나’의 문제를 고립된 개인의 문제로서 파악해서는 안 된다. ‘당신’과 ‘내’가 만나 ‘우리’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가 발 딛고 있는 사회적 조건과 자신의 관계를 살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무한경쟁과 효율성의 논리다. 기성사회는 결국 누군가의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갑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이런 조건 속에서 우리는 주체적인 사고의 가능성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다.

우리는 우선, ‘사유의 해방’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규정된 ‘당연한 것’에 굴하지 않고 통념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더불어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주체적인 판단과 뚜렷한 신념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신념을 머릿속으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으로 끊임없이 갱신해 나갈 것이다.

우리의 실천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만나는 일상적인 공간은 바로 대학이다. 대학생은 단순한 교육서비스의 소비자가 아니라 대학 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학생자치의 주체다. 따라서 우리의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여야 한다. 이것은 대학생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대학 운영에 관한 주요한 정보를 알 권리를 가지며 이에 대해 기탄없이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자유 또한 보장받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대학 내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제도와 학생자치활동의 여건을 보장받아야 한다. 자치를 탄압한다면 그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가 학생의 참여를 담보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제도 밖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목소리를 합리적이고 정당하게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제도 밖의 정치적 실천은 궁극적으로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기 위함이다.

우리는 대학이라는 공간에만 갇히지 않는다. 우리의 문제는 노동자, 소수자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사유와 실천은 보다 ‘보편적인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노동, 계급, 페미니즘’같은 말들은 ‘편향적’이어서 금기시해야 할 단어가 아니다. 이것은 곧 우리 자신의 문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나아가 우리는 ‘편향성’ 자체를 긍정하며 ‘정치적 중립’이라는 손쉬운 선택을 거부한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은 결국 모든 실천을 유예함으로써 기성의 기득권을 유지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발언하고, 편향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우리의 문제를 보편의 문제로 확장해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최소한의 원칙을 공유한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을 배제하거나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분위기나 환경을 방조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공동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연대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차별과 폭력을 예민하게 감지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취향 존중’이라는 태도로 상대화하거나 봉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은 별개다. 우리는 ‘다름’을 ‘틀리다’고 하는 이에게 ‘틀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삶 속에서 이런 원칙들을 함께 실천해 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며 더욱 성장해 나간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여 실질적인 평등을 추구한다. 우리는 정치를 통해 경쟁이 아닌 연대의 가능성을 펼쳐 보일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해야만 한다.

2013년 5월 19일
자유인문캠프 새내기교양학교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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