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의 멘붕스쿨] 고민을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

고민을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

| 고구미

벌써 6월이다. 대학에 입학한 지도, 서울에 올라온 지도 벌써 석 달. 꽃잎 휘날리던 교정에 이제 녹음이 우거졌다.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두 눈에 가득 담기 위해 애썼지만, 하루하루가 다른 대학생활을 모두 담기에 내 눈은 작았던 것 같다.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풍경을 다 담아보겠다는 것이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4월에도, 5월에도, 6월에도 변함없는 것 하나, 구조조정. 학생들은 언제나 대화를 요구했고, 학교는 언제나 대화를 거부했다. 그렇게 구조조정은 일상이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인 구조조정이었다. 분명 학생들에게는 미래가 달린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학교의 모습에 문제를 느꼈다. 내가 느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해 보았다. 주변의 반응들은 정말 다양했다. “나는 관심이 없어,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잖아?, 뭘 해도 어차피 구조조정은 확정된 거잖아, 그래서 너는 뭘 하고 있니?”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무관심했다. 아마 그것은 그들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실 우리는 여유가 없다. 학교생활,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학원 등등 신경 쓸 일이 너무 많다. 다들 바쁜 일상을 소화해내고 있다. 내 삶을 챙기기도 바빠서 구조조정을 자신의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당장 나의 과가 폐과되는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오늘도 누군가는 천막을 지킨다. 그들 중엔 풋풋한 대학생활을 즐겨야 할 13학번 새내기들도 있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단지 구조조정 학과를 선택했는지 아닌지 뿐이었다.

주변의 반응 중 가장 아프게 다가온 물음이 있었다. “구조조정이 문제라는 건 알겠어. 그래서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명쾌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하는 문화제도 참석해보고,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글도 써보고, 천막도 가보고 이것저것 참여는 했는데 왜 선뜻 대답하지 못했을까. 실은 나조차 구조조정을 오롯이 내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구조조정이 문제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내 문제라고 받아들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스스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관심을 갖자고 누군가를 설득하지도 못했다. 나는 그것이 두려워 지레 겁먹고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주변이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핑계만 계속 늘어놓은 것이다.

구조조정을 완전히 내 문제로 삼을 수 있을까? 글쎄, 확신하지 못하겠다. 여전히 구조조정 당사자들과 나 사이에 거리가 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그러한 확신 없이도 함께 고민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함께 고민해보자고 설득할 수는 있지 않을까. 비록 눈에 띄는 큰일은 아니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관심을 갖는 것, 지나가며 응원의 말 한마디 건네는 것, 작은 지지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구조조정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이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 홀로 걷는 길을 길이라고 할 수 없다. 하나 둘, 여럿이 걸어 나갔을 때 비로소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땐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자. 나는 요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함께 고민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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