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교양학교 후기] 지금 여기, 불편해하지 않는 당신과 대화하고 싶다

지금 여기, 불편해하지 않는 당신과 대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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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부터 19일까지, 중앙대 서울캠퍼스와 서울유스호스텔에서 <2013 자유인문캠프 새내기 교양학교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가 열렸습니다. 30여 명의 재학생, 새내기가 참가해 대학과 사회에 대해 치열히 고민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고 가르쳤습니다. 참가자들은 밤이 새도록 공동의 문제의식을 녹여낸 ‘선언문’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생각을 풀어놓았습니다. 그 고민과 배움의 흔적들을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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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끝났다. 선배들이 사주는 밥을 먹고 동기들과 술을 마시며 두달이 지났고 여전히 시간은 간다. 대학에 대한 로망은 서서히 사라지고 현실을 보게 되었을 때 새내기는 혼란에 빠진다. 페이스북은 고민글로 가득 차고 술자리도 시큰둥. ‘5월 멘붕’이다.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새내기 교양학교 포스터를 보고 나는 단순히 5월 멘붕에 빠진 새내기를 위한 강좌캠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만남 때 고학번 여럿이 대학에 대한 고민을 안고 참여한 것을 알게 된 후 나는 깨달았다.

‘아, 5월에서 끝나는 멘붕이 아니었구나.’ 입학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대학’이 뭔지 모르겠다. 지켜본 바로 대학은 더는 학문을 배우거나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 아닌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지, 대학에 오려고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지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새내기 교양학교에서는 대학이 무엇인지 가르치지 않았다. 대신 대학이 ‘경영’되고 있는 상황을 보았다. 학생자치가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 배웠다. 그리고 한국의 노동현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 효율성의 논리로 학과는 통폐합되고 학생들의 미래는 구조조정되고 있다. 학교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학생들은 의식없이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었다. 전국의 해고노동자들이 오늘도 생존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무의식적 폭력에 대해 자각했다. 몰랐던, 혹은 알면서 모르는 척했던 것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페미니즘 강연을 해주신 『오빠는 필요없다』의 저자 전희경 선생님께서는 교양이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라고 말씀하셨다. 교양학교에서 나는 강연을 듣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나의 ‘교양’의 깊이를 확인했다.

‘당신과 나의 선언’을 만드는 과정은 특히 새로웠다. 의견의 차이를 덮어두지 않고 논쟁했고, 합의되기 전까지 멈추지 않고 토론했다. 무엇보다 새내기를 ‘교육’하지 않았다. ‘무지한 자가 스승이 되고, 가르치는 자가 배우게 되며, 배우는 자가 스스로를 교육하게 될 것’ 이라는 표현은 틀리지 않았다. 모두가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웠고 배우는 자로서 가르쳤다.

‘우리는 이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고, 행복해져야만 한다.’ 선언문에 서명하며 나는 연대하고 있음을 알았다. 새내기 교양학교는 내게 답을 주지 않았다. 단지 나를 많이, 아주 많이 불편하게 만들었다. 무심히 넘겼던 것들이 점점 신경을 건드리고, 옳다고 생각한 것들이 당연하게 무너지는 모습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어떤 가능성을 보았다. 문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어 논쟁하는 것. 틀린 것을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지금 여기, 불편해야 하는 것들을 불편해하지 않는 당신과 대화하고 싶다. 그리고 연대하고 싶다.

너무나 평온한 학교를 지나며 나는 생각한다.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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