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진짜 ‘어쩔 수 없는 것’ 맞나요?

진짜 ‘어쩔 수 없는 것’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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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학기의 끝이 보입니다. 작년 한 해 멈칫했던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다시 돌아온 학기였습니다. 일방적인 학과 폐쇄를 핵심으로 하는 구조조정안이 기습발표되었고, 그 뒤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폐과 대상 학과 학생들은 바쁜 학기 중에도 힘들게 모여 구조조정의 부당함을 알리기 시작했고, 결국 학부 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까지 그 뜻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중앙대의 모든 학생들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들이 한목소리로 구조조정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학교 본부는 여전히 완강합니다. 2010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은 말 그대로 ‘후퇴 없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때로는 정상적인 절차를 피해가기도 하고, 형식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매번 학생들은 학교 본부의 ‘통보’와 ‘설명’에 귀 기울였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학교 본부는 늘 학생들의 말은 잘 알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왜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때로는 대학순위 상승이 그 이유가 되기도 하고, 효율이나 합리화가 그 명분으로 따라붙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학교 본부의 설명에서 빠지지 않는 ‘조건’들이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재정은 충분치 않으므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거나 ‘좁은 캠퍼스’ 탓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답지는 단 하나로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구성원들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중앙대의 현실이 워낙 열악하기에, 치열한 대학경쟁 체제 속에서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당장의 불이익과 수업권 침해를 애써 감내하기도 하고, 함께 생활하는 학우들의 희생을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식의 폭발적인 내부 갈등과 반복되는 구조조정의 피로감을 우리가 언제까지고 견뎌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학생도, 교직원도, 교수들도 모두 사람인지라 늘 강철같은 자세로 구조조정을 무작정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안타까움, 무력감, 소외감은 캠퍼스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언제라도 선택과 집중에서 배제될 수 있고, 그러면 당장 대학에서 내일의 내 삶이 흔들릴 수 있다는 깊은 불안감을 애써 견뎌온 지 햇수로 4년째입니다.

덮어놓고 찬성하고, 내 곁의 친구들을 외면한 대가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어떤 것인지 다시 따져 봅시다. 지금 우리가 돌이켜봐야 할 것은 학교 발전의 경로와 그에 따르는 희생이 무엇인지가 아닐까요? 재원 마련과 심각한 공간문제를 ‘전진’의 명분으로 제시해온 학교 본부의 논리는 점점 일관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대학 만족도와 수업여건 역시 대외적인 평가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학교발전의 ‘대전제’였던 검단캠퍼스 사업은 몇 년째 고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본분교 통합 승인과 탑다운식 의사결정 구조가 확보된 탓에 학내 구조조정은 그 속도와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학교 발전’을 위해 학생들의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잠망경>은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누구를 위한 효율인가를 따져 물었고, 누가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지를 다시 짚어 왔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지금의 일방적인 학교 운영이 강요하는 발전이 ‘누구의 희생을 대가로 한, 어떤 발전’인지를 묻고, 답해보았습니다.

<잠망경> 편집위원들 역시 독자 여러분과 똑같은 중앙대학생입니다. 우리의 눈높이에서 한창 진행중인 사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해 내는 것은 늘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에게 제공되는 정보도 무척 한정적이지요. 하지만,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다양한 접근법들을 참고하면 의외로 재빠르게 핵심에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잠망경> 7호에서는 내부 필진들의 기사 비중을 과감히 줄였습니다. 특집기사와 칼럼, 에세이, 르뽀를 제외한 글들은 편집위원회 외부의 필자들이 쓴 것입니다. 지면의 한계상 실리지 못한 글도 있었지만, 본지의 편집방향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가감없이 실었습니다. 여전히 진행중인 일들에 대해 더 많은 이들의 고민을 참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편집을 마치고 보니, 이것이 바로 우리가 최초에 기획했던 ‘공론장’의 모습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카롭고 깊게 분석해야할 것들이 있을 때, 우리는 적극적으로 ‘현재’에 개입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학내에 직접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잠망경> 7호를 통해 ‘나’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접해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학생보다 교직원 열독률이 더 높다고 소문난 <잠망경>이지만, 이번 호에는 더 많은 학우들의 대답이 들려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대답이 더 많이, 더 크게 울려퍼지는 캠퍼스에서 비로소 ‘진정한 발전’에 대한 숙의와 토론이 가능해지리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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