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산으로 가는 중앙대, ‘막무가내 발전’으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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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중앙대, ‘막무가내 발전’으로는 ‘미래’가 없다

| 번개와 피뢰침

요즘 중앙대에선 ‘끝났다’는 선언이 유행이다. “구조조정안에 대한 결정은 끝이 났고 그 후속조치를 논의해야 할 시기다”, 김호섭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의 말이다. 지난 5월 27일자 <중대신문> “구조조정 절차 사실상 마무리 … 학칙개정만 남았다”라는 기사에 실렸다. 6월 3일자 <중대신문>에서도 윤형원 인문사회계열 팀장은 “학칙개정 공고 이전이라면 몰라도 현재의 공대위 천막농성은 늦었다”고 밝혔다.

‘이미 끝났다’며 못을 박으려는 학교 본부, ‘구조조정 논의는 사실상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공대위의 입장은 맞닿는 일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폐과 대상이 된 4개 학과는 물론이고 사회과학대 학생회, 총학생회를 비롯해 대학원 총학생회까지 참여하고 있는 ‘중앙대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는 5월 30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귀를 막고 일직선으로 달리는 본부와 어떻게든 닿아보려는 절박한 시도다.

이 사이, 5월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인’에는 총장단 명의로 인문사회계열 2014년 학문단위 정원 재조정안이 올라왔다. 인문사회계열 4개 전공 폐지를 두고 학내의 이목이 한창 쏠려 있을 때다.

전공 네 개가 없어져도
미어터지는 서울캠퍼스
cam 어떻게 조정되었나. 안성에서 서울로, 362명의 입학정원이 옮겨 온다. 서울캠퍼스는 2013년 2,903명에서 14년 3,265명으로 362명이 늘었고, 안성캠퍼스는 1,715명에서 1,353명으로 정확히 같은 수가 줄었다. 정원 증가폭이 가장 큰 계열은 경영경제계열이다. 217명이 늘었다. 경영학부 99명, 경제학부 30명, 응용통계·광고홍보학과 정원이 10명이 추가되었다. 국제물류학과도 안성캠퍼스에서 서울캠퍼스로 이동해 70명의 정원이 늘었다.

당장 문제는 공간 부족 현상이다. 입학정원이 더 들어온 것 뿐만 아니라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국제물류학과 에너지시스템공학부, 3개 학과가 서울캠퍼스로 올라왔다. 재조정된 입학정원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3년간 기존 입학정원에 비해 1,086명이 서울캠퍼스에 더 들어오게 된다. 캠퍼스 간 전과가 가능해지고 에너지시스템공학부의 1+3 입학제도와 국제물류학과의 2+2 입학제도로 신입생을 선발할 경우 서울캠퍼스 입학정원과 실제 캠퍼스 내 재학 인원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서울 캠퍼스의 공간이 부족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학교 본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지난 5월 13일 기획관리본부장은 학내 커뮤니티 ‘중앙인’에 올린 ‘학내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을 드립니다’라는 글에서 “아시다시피 우리 대학의 서울캠퍼스 공간은 한계 상황”이라며 “교육 및 연구 공간뿐만 아니라 행정공간도 비좁아 모든 구성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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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면적 확보율’이라는 수치를 놓고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과 비교해볼 때 중앙대의 공간 부족 현상은 더 뚜렷이 드러난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 중에서 중앙대의 교사면적 확보율은 111%로 10개 대학 중 가장 낮다. 캠퍼스 부지가 협소한 다른 대학과 비교해도 그렇다.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강의에 참여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규모인 50명 이하 강좌비율도 60.8%다. 87.5%인 한국외대, 71.4%인 서강대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공간은 부족한데 정원은 왜 늘리는 것일까. “학문단위의 경쟁력”을 위해, 그리고 “교육여건의 개선을 통한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본부가 밝힌 2014년도 입학정원 조정안의 명분이다. 그러나 “한계 상황”에 달한 서울 캠퍼스의 입학 정원을 늘이는 것이 어떻게 ‘교육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이 없다. “최대한 수업권을 보장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된다. 본부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다.

안성캠과 서울캠 통합의 논리

“한계 상황”에 달한 서울캠퍼스의 정원을 늘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 발전에 관한 마스터플랜이 공개되어 있지도 않고, 대학 본부의 속 시원한 설명도 기대하기 힘드니 현재까지 발표된 사안을 놓고서 직접 따져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검단캠퍼스 건립, 학문단위 구조조정과 정원 재배치, 안성캠퍼스 부지 매각, 이 세 가지 사안을 엮어 개별적이고 기습적으로 발표되는 구조조정의 조각을 모아 큰 그림을 그려보자.

시작은 본·분교 통합이다. 학교 본부는 2011년 8월 교육부로부터 서울·안성캠퍼스 통합을 승인받고, 이듬해 12월 단일 교지 승인을 받아 “서울과 안성의 정원을 조정하여 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을 얻게 됐다. 이번의 전체 학문단위 정원 구조조정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통합의 명분은 ‘시너지 효과’였다.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2014년도 입학 정원이 대폭 조정됐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362명의 입학 정원을 안성에서 빼와 서울에 담았다. 안성캠퍼스의 인문·사회계열 관련 학과들을 서울로 옮겨 ‘디스크 조각모음’을 하듯 서울과 안성에 유사·중복되는 학과들을 통폐합해 단일 계열 안에 배치했다. 안성캠퍼스는 매각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그리고 검단캠퍼스를 건립할 예정이라 한다.

작은 조각을 큰 덩어리로 모아 분류해 놓으면 옮길 때 편하다. 일단 서울캠퍼스로 정원을 몰아 둔 것, 안성캠퍼스의 일부 학과를 서울로 올려 본·분교의 학문단위를 통합하고 이를 몇 개의 계열 단위로 묶어둔 것은 검단캠퍼스 건립 이후의 학문단위 재배치를 위한 사전 준비과정으로 보인다. 그리고 검단캠퍼스가 건립되는 대로 서울캠퍼스에 몰려 있는 학문단위들을 검단캠퍼스로 이전한다. 이 경우 서울캠퍼스의 공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 발표된 사실들로 유추해볼 수 있는 구조조정의 밑그림이다.

대학 본부는 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인’에 총장단 명의로 올라온 ‘2014년도 학문단위 및 정원 재조정 공지’라는 글에서 이번 구조조정의 목적을 “교육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개혁체제의 구축”이라 설명하고 있다. 교육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핵심은 무엇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현상이다.

현재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합쳐 총 모집인원은 60만 명 수준이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18세 기준으로 한 대입대상자, 즉 대입 학령인구는 2010년 68만2000명에서 2020년 49만3000명으로 급감한 후 2030년 42만1000명으로 줄어든다. 입학정원 미달로 대학들이 정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지방대학부터 차례대로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라는 점은 눈에 보이는 미래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안성캠퍼스를 매각하고 2캠퍼스를 인천시 검단으로 올리겠다는 대학 본부의 캠퍼스 재배치 구상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인다. 인천캠퍼스로 올리면 안성에 비해 정원을 확보하는 데 용이할 뿐더러, ‘입결’이 올라가리란 기대도 가능하다.

안성캠은 누가 사고,
검단캠엔 누가 투자할까

하지만 학교 본부의 희망찬 수사와 다르게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안성캠퍼스 매각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지난 5월 13일 인천시와 중앙대가 맺은 기본협약에서도 안성캠퍼스 매각 대금으로 인천캠퍼스 토지대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은 빠져 있다. 안성시와 안성 시민들은 안성캠퍼스 매각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안성 캠퍼스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나타난 이가 누구인지도 알려진 바 없는 상태다.

검단 신캠퍼스 건립 문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학교 본부는 지난 5월 13일 인천광역시·인천도시공사와 ‘중앙대학교 인천캠퍼스 및 캠퍼스타운 건립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의지와 낙관만으로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니다. 당장 제 2기숙사와 310관을 건립하는 데에도 1,600억원 이상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 중앙대가 확보한 예산만으로 인천캠퍼스 건립에 나설 수는 없다. 인천시의 지원, 그리고 SPC(특수목적법인)를 구성할 투자자들의 참여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협약에 따라 “캠퍼스 인근에 인천지하철 역사 설치를 수행”해야 할 인천시의 부채는 작년 말 기준으로 2조8021억원이다. 예산(7조9875억원) 대비 채무 비율이 35.1%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캠퍼스 인근에 지하철 역사를 설치하는 것이 재정 문제로 어려워질 경우, 캠퍼스 사이를 지하철로 연결해 원활한 이동을 가능케 한다는 멀티캠퍼스 구상의 핵심이 무너지게 된다.

“캠퍼스 건립비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인천도시공사의 부채는 작년 말 기준으로 7조9271억원에 달한다. 천문학적 숫자다.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을 개최해 빚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재정 적자에 허덕여 소속 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인천시에 어떤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까.

부동산 경기가 장기하향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뚜렷해진 지금의 상황에서, SPC를 구성해 투자자들을 모으고 캠퍼스타운을 개발해 그 이익으로 캠퍼스 건립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계획도 실현 가능할지 미지수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도 좌초했다. 부동산 경기 하락세, 인천시의 재정적자라는 위기 요인을 감안하고서 얼마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할지도 불투명한 캠퍼스 타운 투자에 나설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학생사회, 무엇을 했나

정리하면 이렇다. 안성캠퍼스 매각도, 검단캠퍼스 건립도 불투명하다. 만일 본부의 구상이 안성에서 물을 퍼와 일단 서울에 가두어 둔 뒤 인천으로 흘려보내는 것이라면, 물길이 막혀 서울캠퍼스에서 넘칠 가능성이 높다. 서울캠퍼스의 공간 부족 현상이 당장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모든 피해는 학생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을 대학 본부와 재단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신캠퍼스 건립과 캠퍼스 재배치는 학교 본부가 줄곧 되풀이했던 구조조정의 ‘알리바이’다. 학생사회가 미리 대응했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본부가 대학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동안, 이를 감시하고 비판해 더 나은 방향으로 ‘학교 발전’을 견인해야 할 학생사회는 무대응과 무능력으로 일관했다.

소위 ‘훌리건’이라 불리는 학교 발전의 맹신자들은 학교 본부가 내놓는 발전방향이라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찬성했다. <중대신문>은 학내 사안과 관한 가장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판단’과 ‘분석’도 하지 않은 채 근거 없는 낙관과 불안한 현실을 50:50으로 보도하는 데 그치면서 책임을 방기해왔다. 총학생회는 학생총회를 7년만에 성사시켜 놓고서는 주 요구안인 국가장학금 대책 마련 및 등록금 인하, 교육여건 개선, 학문단위 구조조정 서울캠 마스터 플랜, 신캠퍼스 관련 정보 공개 및 학생 참여 보장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 있는 성과도 내지 못했다. 자기 자신의 권리에 무관심했던 ‘일반 학우’들 또한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가 넋 놓고 있는 사이
중앙대는 어디로 가는가

학문단위 구조조정은 학교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교수, 학생, 학교본부 학내 구성원 모두가 아는 사실이며, 자신이 속한 곳의 발전을 애써 가로막고 싶은 이들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밀어붙이기식 구조조정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구성원 간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갈등은 논의를 가로막고, 본부는 갈등의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하다. 당면한 구조조정에 대한 찬반에 매달리는 동안 ‘학교 발전’의 큰 그림은 논의에서 사라지기 일쑤다.

그렇게 대학생활에 대한 불안은 나날이 높아가고, 2010년부터 이어지는 구조조정에 대한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2013년 ‘중앙일보 대학만족도 조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중앙대는 ‘정보화’를 제외하고선 어떤 지표에서도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2012년 <중대신문>에서 실시한 ‘중앙인 의식조사’에서도 캠퍼스 신설을 제외한 모든 정책의 만족도는 보통 이하로 나타났다.

하지만 책임 있는 주체 중 누구도 본부가 내놓은 대학 발전 전략에 대해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학교가 이야기하는 중앙일보 대학평가, 조선일보 QS 평가 등에서 나타난 지표상 상승이 이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인지. 대학의 발전은 학생들의 ‘희생’을 통해서만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구성원들이 방관하는 동안, 당장의 학문단위 구조조정, 전체 학우들의 수업권, 학교의 미래가 아무도 모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발전을 왜 계속해야만 할까.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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