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칼럼] 그 ‘발전’이 아니라니까

그 ‘발전’이 아니라니까

| 핑크팬더

가을의 시작과 함께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버스커버스커? 그거 말고, 310관 말이다. 100주년 기념관이라는 기다란 이름 만큼이나 커다란 건물이 우리 학교에 들어선다니 들뜨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그런데 310관 건립을 두고 벌써부터 말이 많다. 대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면 우리 동아리는 어디서 운동을 해야 하나, 1800억여 원의 예산을 어떻게 조달하나, 2016년 완공까지 계속해서 올라오는 안성 캠퍼스의 학우들은 어디서 수업을 듣나, 등등. 그럼에도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많은 불편을 감내하고 전 중앙인이 합심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아무도 묻지 않는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그게 발전일까?’ 310관의 건립이 학교 발전의 상징이라는 말에 아무도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

2008년 두산 재단이 들어온 이후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변화를 꼽자면 단연 건물이다. 캠퍼스의 녹지 공간과 광장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알앤디센터, 기숙사 등 신축 건물들이 메웠다. 하지만 중앙대의 고질적인 공간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제2기숙사와 310관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310관은 중앙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다. 중앙대는 2008년 이후 줄곧 ‘건물 짓기’와 같은 가시적인 사업을 통해 학교가 얼마만큼 발전했는가를 보여주려고 한다.

학교의 ‘보여주기’ 사업은 외형에 그치지 않는다. 학교가 발전의 기준으로 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가 있다. QS 세계대학평가, 중앙일보 대학평가순위와 같은 숫자다, 학교 본부는 ‘CAU2018+’라는 발전 전략을 세워 2018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설정했다. 올해 중앙대는 이 순위경쟁을 위해 어떤 정책들을 폈을까.

4월에 발표된 인문사회계열 구조조정, 그것은 학교 발전의 효율을 저해한다는 명목으로 단행된 폭력이었다. 돈 안 된다는 이유로 학과를 통페합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하는 학교 본부를 학생들은 비판하며 구조조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서명운동, 천막농성, 본관점거를 했고, 법적투쟁까지 나섰지만 폭주하는 학교를 막을 순 없었다. 학교가 생각하는 ‘발전’이라는 게 학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만큼 유의미한 일일까?

‘발전’ 때문에 피해를 입는 측은 학생뿐만이 아니다. 역사적인 310관 기공식이 있었던 지난 2일, 교수협의회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교협은 의견서를 통해 ‘교수들을 무시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학교 당국은 이런 정책들의 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교수들을 무시하는’ 학교 본부의 일방적 행정은 3년 연속 최하위인 C등급을 받은 교수는 직급에 상관없이 연구실, 대학원 강의 제한을 두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교수들을 무시를 넘어 멸시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면 납득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총장단은 중앙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교협 성명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요약하자면 교수들이 ‘학자의 본래 임무인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도록’ 연구실을 제한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연구를 독려하기 위해 연구실 사용을 금지한다? 중앙대학교는 학교 발전을 위해서라면 상식 이하의 발상도 정책이 되나 보다.

중앙대는 발전을 위해 앞서 달리며 많은 꼬리표를 달았다. 대학 구조조정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 중 하나가 되었다. 원고를 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새로운 소식이 업로드된다. ‘중앙대 교수 릴레이 논문 표절’,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이다. 학교가 특성화 전략을 구사하며 지원하는 모 계열의 교수 두 명중, 한 교수는 자기 논문을 표절하고 다른 교수는 그 영문논문을 국문수준으로 번역하여 학술지에 게재했다. 릴레이 논문 표절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윤리적 문제를 넘어 성과주의적 학교 행정의 폐해는 아닐까.
‘발전’덕분에 좋아진 부분이 있다. 예쁜 건물들이 많아졌고, 고등학교 입시결과도 상승했다. 각종 고시 합격률이 높아졌다는 플래카드도 캠퍼스 곳곳에 나붙었다. 하지만 학내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완전히 무너졌고 이는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로 이어졌다. 학내 언론이 본부에 의해 탄압을 당하기도 했다. 만일 대학평가순위에 학교의 민주적 운영지표가 포함되었다면 학교본부는 이러한 일들을 자행했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황당한 ‘발전’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발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학교가 정해놓은 발전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였다. 때문에 우리는 학교 안에서 이루어진 학교 본부의 비민주적인 작태를 목도해야만 했다. 더 이상 학교가 만든 ‘발전’이라는 허상에 다른 학교 구성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중앙대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새로운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학문을 탐구하고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곳이라면 중앙대가 말하는 ‘발전’은 반드시 수정 또는 폐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0주년을 기념하기도 전에 중앙대의 위상이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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