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긋쫑긋] 정대협 간사 백시진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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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실업자가 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시진 씨.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캬라멜마끼아또보다 싼 시급을 받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이하 정대협) 에서 간사로 정식 채용된 지 9개월 차인 백시진 간사라고 합니다. 솔로입니다.(웃음)

졸업하고 바로 취직하셨어요.
네, 어찌 보면 저는 취업시장에서 성공한 사람이죠.(웃음) 졸업하고 열흘 만에 취직했으니까요.

어떻게 해서 정대협에서 일하게 되셨어요?
제가 1월에 할 일 없이 누워있을 때, 저희 어머니가 “야, 너는 (운동 경력 때문에) 대기업에 (원서) 넣어도 걔네가 붙여주지 않는다”라는 얘기를 한 백 번 정도 하신 거 같아요. 일반적인 기업에 취직하는 건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선택하기 더 쉬웠으니까요. 그리고 주변에서 취직 하고 나서 삶의 의미를 찾기 힘들어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어요. 기업은 어쨌든 돈 벌려고 다니는 거 잖아요. 그래서 힘들어도 어떻게든 버티면서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더라구요. 그런데 시민단체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잖아요. 여러 사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간다는 의미죠. 행동방식부터 달라져요. 일에서 느끼는 보람도 훨씬 크고요.

정대협에서 하는 일은 어때요?
저 혼자서만 올려야 하는 실적이나 목표가 주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인간미도 넘치고 일하는 재미도 있고 좋죠. 정대협이 좋은 게, 함께 하는 사람이 정말 많고 그 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요. 정말 끝까지 하는 데구나 싶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깊은 고민을 가지고 하는 거죠.

좋은 직장이네요. 평생 이 일을 하면 어떨까요?
요즘 다들 안정적인 직장을 찾잖아요. 그래서 가끔 시민단체도 정년이 있냐고 물어 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여기서 정년을 채운다고 생각하니, 도대체 이 문제가 몇 년 동안 해결이 안 돼야 정년을 채우는 건가 싶기도 해요. 문제가 해결되면 난 어디서 일할까, 혹은 앞으로 정대협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은 있겠지만 정년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오히려 빨리 실업자가 되고 싶죠. 저희의 소망은 더 이상 수요 집회를 안 하는 거예요. 이런 면에서 행동방식이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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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불매운동은 너무 단순해
비판의식이 부족한 탓 아닐까”

이번에 총학생회가 ‘일본 제품 불매를 권장’한다는 플래카드를 3.1절과 광복절, 두 번에 걸쳐서 달았어요. 일본 과거사와 관련한 활동을 하고 계신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요즘은 일본 제품도 일본에서만 생산하는 게 아니지요. 생산과 유통에 인접 국가들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제품을 불매한다는 것이 어떤 실효가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죠.
독도를 지키려는 마음에 대해서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래도 진정성이 있다면 서명운동이라도 하든가, 아니면 피켓 들고 일본대사관 앞에 가서 시위라도 하든가 하면 좋겠어요. 그런 실천들 없이 (플래카드 다는 일은) 너무 보여주기 식이지 않을까요.
독도 문제, 중요하죠.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독도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개념 있는 총학생회’라는 말 듣기도 쉬운 그런 의제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천 방식도, 의제 설정도 너무 당연하고 쉬운 방식만 택했다는 거죠.
그러나 불매운동이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일까요? 그러면 일본제품을 사는 학생들은 다 친일행위를 하는 거예요? 저는 기본적으로 불매운동과 같은 막연히 배타적인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일본 기업가들 중에도 독도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일본 내부의 구체적인 입장차이들을 모두 무시해버리면 문제가 간단해보일 수는 있겠지만 적절한 판단을 하기는 어려워지겠죠.
저도 과거사와 관련한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할머니들이 어떻게 고생했는지 들어왔어요. 화나죠. 다만 저희가 말하고자 하는 건, 전쟁이라는 문제 자체가 이런 상황을 벌어지게 하는 구조라는 거예요. 일제 불매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생각일 수도 있죠.

“계속 고민하는 수밖에 없죠.”

이번에 여학생휴게실(이하 여휴)이 축소되고 팀플룸이 생겼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중앙대가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 흑석 캠퍼스의 정원이 늘어났는데 공간은 부족하죠.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할 수는 없고, 팀플은 중요해지고, 이런 수요를 채우기 어려워지고. 여학생 휴게실을 없애고 ‘모두를 위해’라는 명목으로 팀플 공간을 만드는 것은 사실 어떻게 보면 손쉬운 해결이었죠. 거기에 반대하면 왠지 나도 ‘꼴페미’가 될 거 같은 그런 부담이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이를테면 R&D센터 들어올 때 어떤 공간을 편성할지 학생회에서 제대로 개입하지 못했어요. 저는 새로 건물이 생기면 그 안에 학생자치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학생회가 주도적으로 고민하면서 공간배치에 참여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R&D센터에는 식당 같은 상업시설도 많이 들어왔는데, 거기다 팀플룸을 만들 수도 있었던 거죠. 물론 상업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학생들에게 편리할 수 있겠지만, 학교 주변에 이미 많은 식당과 부족한 팀플 공간 중에 학생들에게 절실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아요.
총여학생회가 계속해서 비어 있고, 전학대회에서 총여학생회 폐지가 안건으로 나오기도 해요. 여성주의 학회들도 운영이 어렵고요.
여기엔 학교 본부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겠죠. 학교에 섹슈얼리티 관련 강의가 많이 있었는데 이런 공부를 해볼 수 있는 과목들이 줄어들기도 했죠. 여성주의에 대한 오해는 많은데 이런 오해를 풀어줄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거죠. (여성주의자들은) 고립될 수밖에 없고요.
요즘 여성주의 운동이 힘든 이유가 있어요. 눈에 보이는 차별이 거의 없어요.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는 것도 아니고, 공부도 남자 여자 다 똑같이 하잖아요. 취직할 때 당장에는 그렇게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죠. 그런데 취직하고 나면 다르잖아요. 나중에 알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거죠. 언론이나 매스컴에서 재현되는 여성들의 이미지도 남성에 비해 수동적인 경우가 많죠. 불평등 문제의 책임을 개인화시키는 거예요. 문제의 책임을 계속 여성에게 돌리는 거죠.

학내에서 여성주의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여성주의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밥 사줄게, 그리고 힘내’라고 정말 말 해주고 싶어요. 고민이 있다는 건 정말 소중한 거니까, 누가 ‘꼴페미’라고 해도 움츠러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네가 날 까려면 까라’, 그런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어요. 어떻게 편견을 깰 수 있을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는 쉽지는 않겠지만 계속해서 고민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계속해서 공부하고 자신에게 물어보는 게 중요하겠죠. 저도 그러고 있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시진 씨에게 ‘중앙대’란?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당신. 집회에 서 의혈기를 보면 정말 반갑죠. (후배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고. 애정이 가는 건 사실이지만 재단의 방식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가 없어요. 기업적인 (의사결정) 구조이다 보니 실행력은 빠르지만, 자신들의 실행력을 엉뚱한 데 쓰는 게 문제예요. 6, 70년대를 회상하게 하는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로 기업처럼 운영되고 있죠. 재단은 ‘왜 학교가 학교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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