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리트머스 용지

2013-09-27 17.40.26

1학기에는 인문사회계열 구조조정이 일방적인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각된 것은 학생들과 학교 본부의 대립이었습니다. 이사회의 결정에 의해서 언제든 일부 학생들의 의사를 배제하고 희생이 강요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2학기는 좀 조용히 넘어가나 했는데 이번에는 학교의 3대 주체 중 하나인 교수들에게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교수평가제를 ‘개혁’한다면서 교수들에 대한 높은 강도의 페널티가 계획되고 있습니다. 교수 사회는 도가 지나친 조치에 대해 격렬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랬듯이, 이번에도 학교 본부와 이사회의 의중대로 결론이 날 공산이 커 보입니다.

이 와중에 기쁜 일도 있습니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우리도 학교의 구성원’이라고 목소리를 드높인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저 학교의 고객이며, 소비자로서 돈 낸 만큼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외치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부끄러워집니다.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접을 받아야 하고, 힘든 상황에 처한 구성원들을 챙겨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성숙한 태도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학생, 교수, 교직원 그리고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중앙대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여 봅시다.

너의 문제가 나의 문제이고, 나의 문제가 곧 너의 문제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공동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혼자 고민하고 애쓰는 것보다는 둘이 힘을 합치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니 구성원 모두가 함께 미래를 상상하고 그 미래에 참여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중앙대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 이제 배제하지 말고, 모욕 주지 말고 서로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학교 운영 방식을 고민합시다. 이사회와 본부 마음대로 학교를 운영하면 누군가는 기쁘고 속시원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괴로워하고 눈물 흘려야 하는 것도 역시 ‘우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새롭게 출범한 학내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대하는 학교 본부의 태도를 통해서 우리는 공동체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 없고, 약하다고 해서 손쉽게 내팽개치는 것이 중앙대인지, 어려운 이들을 도와서 정정당당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중앙대인지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에 출범한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대하는 대학 사회의 반응은 중앙대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용지가 될 것입니다. 적어도 이번만은 ‘우리’의 ‘미래’를 함께 그려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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