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빵과 장미를, 빵과 장미를 함께 나누네

| 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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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의 청소노동자와 시설관리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9월 27일 오후 4시, 중앙대 청소노동자와 시설관리노동자들은 서울캠퍼스 교양학관 앞 중앙마루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중앙대분회(이하 중앙대분회)’의 출범을 알리는 출범식을 열었다. 중앙대분회에는 청소노동자 110명 중 57명, 시설관리노동자 15명 중 9명이 가입해 있다. 다른 대학의 노동조합 출범 당시 가입률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가입률이다. 노동자들의 계약상 근무시간은 오후 5시까지이지만 출범식을 오후 4시로 잡은 것은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는 노동법을 따르라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출범식에는 중앙대 조합원들 외에도 고려대, 경희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시립대, 연세대, 인덕대, 한예종, 세종로대우빌딩, 한국전력 등 다양한 분회의 조합원들과 학생, 교수들이 함께 참석해 중앙마루를 가득 메웠다.

출범식은 내내 열띠고 훈훈한 분위기였다. 1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출범식이 진행돼도 구호 소리는 오히려 더욱 커졌고 참석자들이 늘었다. 중앙대분회의 한 조합원이 “너무나 미약해서 지금까지 (권리 찾기를)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시작하자. 우리가 뭉쳐야, 그리고 투쟁해야 우리의 주권, 우리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외칠 때는 특히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의 축하공연도 있었다. 학생들이 가수 박상철의 노래 ‘빵빵’에 맞춰 춤추자 조합원들은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화답했다. 조합원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부당해도 말 한 마디 못하며 일해 왔던 우리들이 이제 용기를 내어 노동자로서 당당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면서, “일할 맛 나는 일터, 꼭 우리 손으로 만들도록 하겠다”는 결의와 함께 중앙대분회 출범을 선언했다.

중앙대는 노동법 사각지대?

중앙대 청소/시설관리노동자들은 그동안 노동조합 없이 부당한 대우에 시달려야 했다. 청소노동자들의 계약상 출근 시간은 오전 7시다. 그러나 그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전 7시부터 일하면 학생들이 등교하는 오전 9시까지 청소를 마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청소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아침 5시 30분 어근에 자발적으로 조기 출근한다. 결국 하루 11~12시간의 근무를 감당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들은 고작 8시간만큼의 임금만 받는다. 토요일에도 출근한다. 유급휴가는 없다. 연차 휴가는 학교가 한가한 여름과 겨울에 모두 소진한다. 지난 8월 시급이 5,700원까지 올랐지만 그 이전까지는 최저시급을 받았다. 정년은 보장돼 있지 않다.

비교표

휴게실 문제도 심각하다. 법학관의 경우 각 층 쓰레기통 옆의 기계실을 개조해 휴게실로 사용한다. 어둡고 습하고 천장이 낮다. 다른 건물의 경우 휴게실이 정식으로 갖춰져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태는 기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문화관은 휴게실조차 없어 탈의실을 휴게실로 사용한다. 시설관리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하다. 임금은 4년째 동결이다. 계약상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지만, 한 달에 여덟 번은 오후 10시까지 일한다. 한 달에 두 번 주말 근무가 있다. 토요일은 오후 10시까지 일하며, 일요일은 오후 5시까지 일한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임금이 145만 원이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간접고용

노동조건만 열악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비정규직’이다. 실제 사용자인 학교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아닌,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하는 형태다. ‘중앙대’가 아로새겨진 티셔츠 또는 작업복을 입고 중앙대 구성원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고 중앙대 캠퍼스를 청소하지만 노동자들은 중앙대 구성원이 아닌 것이다. 청소노동자는 ‘TNS개발주식회사’, 시설관리노동자는 ‘금성소방산업주식회사’를 통해 각각 고용된다. 학교는 ‘최저낙찰가제’를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이에 따라 계약을 원하는 용역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절약하게 되는데, 이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난다. 학교는 가장 싼 값에 업체와 계약하고 업체는 낮은 임금을 유지하면서 이익을 챙긴다. 결과적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이다. 간접고용은 또한 노동자들의 해고가 용이하다. 학교는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기만 하면 된다. 해고에 따른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2011년 이슈가 됐던 홍익대 청소노동자 해고 사건이 한 예다. 당시 청소노동자들의 집단해고는 노조를 결성한 노동자들에 대한 ‘보복’으로 홍익대가 기존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결과였다.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면서도 저항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파리 목숨’인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알아도 동료들에게 노동조합 하자고 제안할 수 없었다. 회사가 눈치 채면 바로 해고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노동조합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인지 몰랐던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출범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9월 중순 간담회 자리에서도 노동조합의 의미는 노동자들에게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지부장이 “(노동조합 출범하면) 절대 해고되지 않는다”고 얘기할 때 조합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지만, 분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는 “(용역업체) 소장이 알면 어떡하냐”면서 서로에게 미뤘다. 노동자들에게 해고의 위협은 막연한 무엇이 아니었다.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상의 사건이었다.

“일할 맛 나는 일터, 우리 손으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방식은 온정적인 방식에 그쳐 왔다. 노동자들의 ‘고충’을 전해 듣자는 취지에서 일부 단과대 학생회가 ‘방호원, 미화원과 함께하는 도시락 나눠먹기 행사’를 여는 식이다. 또 ‘쓰레기 줍기 행사’, ‘인사나누기 캠페인’, 노동자들을 초대해 동아리 공연을 여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 등의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는 배려 수준의 움직임만 있었다. <중대신문>이 꾸준히 청소노동자들의 고충을 보도하고 있긴 하지만, 고충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노동자들의 실제 사용자인 학교는 “회사와 얘기하라”고 문제를 떠넘기고, 회사는 침묵하거나 가끔 회식 자리를 열어 달래는 식이다.

결국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노동조합으로만 가능하다는 깨달음이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출범케 했다. “유령이었던 우리, 용기내어 여기 우리가 있음을 선언합니다!”, “일할 맛 나는 일터, 꼭 우리 손으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출범 선언문의 문구들은 바로 그 깨달음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학생모임(이하 ’학생모임‘)’의 한 학우는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온정적이고 시혜적인 방식으로 찾은 권리는 언제든 후퇴될 수 있다”면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동조합 그만둘 거야”에서
“당당하게 싸우겠다”로

노동조합이 출범하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활동가들과 학생모임 학우들은 6월 초부터 노동자들을 만나 노동조합 가입을 제안했다. 매일 같이 각 건물 각 층의 노동자들을 찾아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반응은 차가웠다. R&D센터를 주로 맡았던 학생모임의 김지민 씨는 “처음 노동자들을 만나 ‘노동조합’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문전박대 당했다”면서, “어떤 경우는 과제를 핑계 삼아 만나 뵙기도 했다”고 했다. 문전박대에도 굴하지 않고 방문을 지속하자 노동자들의 반응도 조금씩 바뀌었다. 노동자들이 먼저 “노동조합 필요하다”는 말을 활동가와 학생들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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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식 이전까지는 조합원들이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9월 12일 간담회에서 분회 간부로 추천받은 어떤 조합원은 “(나를 시키면) 노동조합 나갈 거다”라고 조합원들에게 경고(?)하는 모습도 보였다. 9월 25일 학교 총무처와 면담 자리에서는 테이블에 앉기를 주저하면서 주변을 맴돌다가 긴장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는 조합원도 있었다. 출범식을 하루 앞둔 날 출근 선전전에서 법학관의 한 청소노동자는 “(노동조합) 탈퇴하라고 하던데”라고 말했다. 용역업체의 회유가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용역업체 소장이 9월 9일 아침조회에서 ‘노동조합 불법이다’라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가, 항의를 받고 “앞으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어떠한 제재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문서를 쓰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출범식 이후 조합원들은 더 이상 노동조합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출범식이 끝난 후 김은경 분회장은 “솔직히 처음에는 (학생들이 찾아왔을 때) 망설이기도 했다”고 고백하면서, “그러나 이제는 당당하게 요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산업별노조, 비정규직의 희망

대학 본부는 일관되게 회사와 얘기하라는 입장이다. 9월 25일 있었던 총무팀장-중앙대분회 면담 자리에서 송정빈 총무팀장은 “(학교가 노동조합을) 직접 상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회사를 배제하고 직접 얘기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는 점을 거듭 밝혔다. “학교 운영에서 가장 큰 부분은 학생들의 수업권”이므로 “수업권을 건드리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TNS개발주식회사는 24일 중앙대분회와의 교섭에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해 결국 교섭을 결렬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와 대화하라’고 미루는 것은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게 된다. 수업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업권은 지켜져야 마땅하지만, 그것이 노동자들의 권리인 ‘노동권’과 상충하면서 지켜지는 것이라면 본부의 예산 운영 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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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출범식을 지켜보던 한 학교 관계자는 “외부 노조이므로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앙대에서 노동조합이 공식 설립된 것이 아닌, 노동자들이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가입하는 형태이므로 중앙대분회는 ‘외부 노조’라는 얘기다. 이는 ‘산업별노조’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초기 노동조합은 사업장 단위에서 ‘기업별노조’로 결성됐다. 그러나 기업별노조는 개별 사업장의 이익을 중시하는 이익집단적인 면모를 가졌고 비정규직을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따라서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권에서는 산업별노조로 전환을 시도했다. 청소/경비/시설관리노동자들이 속하는 공공운수노조 등의 산업별노조는 그 결과다. 노동조합의 역사가 긴 서구 국가들은 이미 대부분 산업별노조이며 오히려 기업별노조가 희귀하다. 산업별노조는 기존의 이익집단적 면모를 벗고 연대와 계급의식을 보다 고취시켰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가입하기 쉬워 비정규직 권리 보장에 유리하다. 단체교섭을 통해 복수 사업장의 노동조건을 일괄적으로 개선하기에도 유리하다. 불안한 지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최선의 통로인 셈이다.

승리하거나
승리할 때까지 싸우거나

앞으로 중앙대분회는 용역업체와 학교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교섭을 요청할 계획이다. 중앙대분회의 싸움의 결과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청소노동자와 시설관리노동자들이 받는 대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신문>에 따르면 총무팀 강승우 주임은 출범식 직후 “학교 측에서 직접 노조와 교섭하거나 면담할 권리나 의무는 없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실제 사용자로서, 그들이 버린 쓰레기와 오물을 치우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방관하거나 외면할 권리가 없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할 것이다. 용역업체는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 만에 뭐가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승리하거나 승리할 때까지 싸우거나, 두 개의 길이 조합원들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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