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긋쫑긋] 토요판 기자 허재현 동문을 만나다

jjongut

캡처 2

| 세안세다

“10년 전에는 학교가 학생자치에 개입 하는 건 상상도 못했죠.”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겨레신문사에 7년차 다니고 있는 허재현입니다. 주로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폭로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감춰진 억울한 이야기를 발굴하여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생긴 것도 억울해지고 있네요. (웃음)

 

“무엇보다 학교가 조금도 학생자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도가 아닌 지원을 해야죠.”

2004년에는 문과대 부학생회장이셨어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문과대 부학생회장 역임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문과대 동아리실 확보인데요. 당시에 동아리실이 없는 문과대 학우들이 있었어요. 찾아보면 비어있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행정실에 동아리실을 달라고 협상자리를 만들었죠.

2005년에는 ‘의혈의 힘’ 총학생회에서 교육위원장도 하셨네요.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교육위원장 당시에 대안교육사업을 많이 했어요. 학교에서 마련해주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였죠. 임기 끝날 때 15번 정도 했는데 매번 100명 정도는 참석했었죠. 또 학생들이 원하는 교양강좌를 만들려고 노력하기도 했어요.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교양강좌를 물었는데 ‘근대사는 배우는데 50년대 이후 현대사를 배울 기회가 없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사회학과와 협의해서 새 과목을 개설했죠. 3년 뒤 물어보니, 인기과목이었는데 없어져버렸다고 하더라고요. 학교가 공급해주지 못하는 대안교육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어요. 각 학과 학생회의 교육 지원 사업을 기획했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어요. 그 때 과 학생회들도 학기 초반에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이후에는 회의 성사 자체도 되기 힘들었어요. 이 부분은 굉장히 아쉽습니다.

학생자치를 열심히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지금의 학생자치에 대해 생각을 듣고 싶어요.

무엇보다 학교가 조금도 학생자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도가 아닌 지원을 해야죠. 학생자치는 말 그대로 자치예요. 그 말 자체에 충실해야 합니다. 제가 교육위원장을 하던 당시만 해도 학생회 입김이 세서 학생자치에 개입하려고 할 때 큰 일이 났는데, 지금은 쉽게 개입하더라고요. 지원은 안 하더라도 적어도 개입만큼은 안 했어요. 문제가 생기면 학생사회에서 자유롭게 고민해서 해결할 일이지, 교육공무원들이 개입해서 지도할 문제가 아니란 거예요. 교육공무원은 등록금을 가지고 학교생활 서비스를 고민해야 할 사람이지, 지도할 사람들이 아니죠.

그런데도 왜 계속해서 개입하는 걸까요?

이들이 이렇게 개입할 수 있는 건 학생자치에 개입할 수 있는, 포스터 못 붙이게 한다거나 하는 조항들 때문이죠. 제가 학생회 할 때도 이런 조항이 있었어요. 그때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뒀어요. 학생자치에 학교가 개입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학칙을 보면서도 개입을 우려하지 않았죠. 뒤늦게 그런 학칙이 있다는 걸 재단이 발견하게 된 거고. 학칙개정은 내년 총학이 꼭 해결해야 할 문제예요. 10년 후에 벌어질 학교 본부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예상하지 못하고 미처 학칙을 개정하지 못한 ‘의혈의 힘’ 총학생회 구성원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네요. 아무튼 말로만 학교 주인이 학생이라고 할 게 아니라, 교육공무원들은 지원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명심해주면 좋겠어요.

“재단의 존재는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 통제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되는 거거든요.”

학교본부도 그렇지만 학생들도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같아요.

이사장이 쓴 과도한 주인의식을 드러내는 한 칼럼*에 당시 총학생회가 강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건 참 아쉬워요. 학생들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등록금을 내고 있고 상당수가 학교운영에 쓰이고 있음을 알면서도, 재벌이 재단이 되고 있다는 걸 알다보니 양보하려 드는 거죠.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에요. 재단의 존재는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 대학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중앙일보 ‘대학 발전과 참된 주인의식’이라는 칼럼에서 박용성 이사장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나 교수, 교직원이 아니다. 대학의 의사결정권은 학교법인에 있다. 기업에 견준다면 학교법인이 주주이고, 이사장은 주주 대표 격이다. 주인의식을 갖는 것과 주인은 다르다. 교직원,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갖는 것은 좋지만, 자신의 의무와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의견을 표명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의 문제라는 게 어떤 건지 좀더 와 닿게 이야기 해주세요.

예를 들면요. 내가 아파트 주인이에요. 근데 돈이 많은 관리사무소가 들어와서 아파트 복도도 공짜로 해주고 혜택을 많이 해주는 거죠. 그럼 마치 아파트 주인이 관리사무소가 된 것처럼 여기게 되는 거예요. 아파트 주민자치에서 하는 게 아니고 관리사무소에 맡기게 되는 거죠. 청소도 해주니까 자치권을 넘겨줘도 된다고 착각하고 사는 거예요.

2010년에 미디어스에 기고글을 쓰셨어요. 당시 ‘창녀대학’이라는 표현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으셨고, 그 이후로 한겨레에서 중앙대학교에 대한 보도를 낼 때마다 ‘한걸레’라며 불신하고 있는데요. 그때 기사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시나요?

비판들을 인정해요. ‘창녀언론’은 원래 언론계에 자리 잡았던 용어에요. 중앙대는 두산에 영혼을 팔고 있다고 생각해요. 재단에 불편함을 가져다주는 학생들을 사찰하고 징계하는 건 자본에 몸을 파는 것과 다를 게 없죠. 강렬하게 비유를 하고 싶어 가져온 건데 표현의 과격함이 내용의 본질을 침해한다면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고 수정했어요. 다만 칼럼이 지적하고자 하는 본질에 대해서 귀 기울였어야 하는데 썩 공감을 얻지 못하고 단어 하나로 본질이 폄훼된 점은 아쉬워요.

당시에 사과했지만 여전히 상처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두 번, 세 번 사과합니다. 다만 그 글 자체를 반대하기 위해 이 표현을 계속 악의 적으로 활용하는 무리가 있다면 그들에게는 유감을 표현하고 싶어요.

“부끄러운 점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두려워하기보다 빨리 고치는 데 앞장서야죠.”

이번에도 중앙대학교 학생자치 개입 관련한 한겨레 단독보도가 나왔어요. 11월 13일 <대학이 학생회장 자격제한 못한다>와 11월 22일 <귀막은 중앙대…판결 무시하고 징계 학생 출마 또 막아> 두 차례였는데요. 학교 커뮤니티에 홍보실장이 반박글을 올렸는데, 혹시 보셨나요?

아니요.

혹시 한겨레신문사로도 이와 같은 공식 반박내용을 보냈나요? (허재현 기자에게 홍보실에서 학내 커뮤니티에 공지사항으로 올린 <11/22 모 신문 기사에 대한 대학 입장>을 보여주었다.)

아니요. 기사들에 대해 어떤 항의도 받은 바가 없습니다.

그렇군요. 이 반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재판부의 판결이 없어도 상식적으로 학생자치기구 대표 자격은 학생들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죠. 법원 판결까지 가야 했던 사실이 유감입니다. 학생자치기구는 노동조합이랑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노조위원 뽑을 때 사측이 개입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잖아요. 이처럼 후보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일이죠.

이런 한겨레의 보도들을 학교 이미지 실추라고 여기는 여론이 있어요. 학내 문제를 굳이 밖에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건 국내 문제점들을 해외 언론에 보도하는 걸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어요. 그건 학교를 사랑하는 방식도 아니에요. 부끄러운 점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두려워하기보다 빨리 고치는 데 앞장서야죠.

조선 민중들이 나라를 뺏겼단 호소를 하러 간 ‘헤이그 특사’들에게 부끄러운 걸 알렸다고 나무라는 게 말이 되나요? 그것과 마찬가지죠. 내부에서 안 바뀔 때, ‘외부의 양심들의 힘이 필요하니 도와 달라’는 호소는 당연합니다.

허재현에게 ‘중앙대’란?

중앙대학교 다니는 동안 행복했어요. 비록 (그 당시) 재단이 튼튼하지 않았지만 자치 활동을 보장해주려는 교수님들과 교직원들의 문화가 있었어요. 그땐 싸울 수 있는 자유가 있었죠. 자치활동이 뿌리내리는 데 기여도 했다는 사실이 뿌듯했고, 기분 좋게 학교를 다니다 졸업했습니다. 그게 저라는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줬어요. 민주주의를 학습하게 해준 공간이었고, 덕분에 지금 한겨레를 당당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허재현 기자는 1층 로비에 붙어있는 ‘한겨레신문 제 1호’ 조판들을 소개했다. 한겨레신문은 기업의 후원이 아닌 다수의 국민 주주들의 후원을 받아 창간했다.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을 가장 두려워하며 기사를 쓰겠다는 언론인들의 뜻과, 그러한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뜻이 모여 시작된 일이다. 허재현 기자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이 조판들을 보며 출근한다고 했다.

새로운 총학생회가 당선됐다. 학교 재단에 휘둘리기보다는 학생들을 가장 두려워하며 일하는 총학생회와 이런 총학생회가 만들어지도록 계속해서 감시하고 목소리 내는 학우들을 기대하는 때다. 10년 전, 지금의 학생자치 모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앞으로의 10년 후 학생자치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건 ‘지금’의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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