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앙대학교에 ‘표현의 자유’는 없다

| 단야

지난 10월 16일, ‘중앙인 커뮤니티’(이하 중앙인)에 ‘청소미화원 노조와 임금협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strangen’은 청소 및 방호 노동자의 고용형태가 학교의 직접고용에서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바뀌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간접고용으로 바뀌면서 임금과 근로시간 등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가 발생했으며, 재계약을 빌미로 용역업체 담당자가 노동자들에게 뒷돈을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strangen은 학교가 다시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 글은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으며 ‘최고공감’에 올랐다. ‘중앙대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출범한 이후 많은 학생이 학내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훈훈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0월 30일, 중앙인에 ‘미화원 관련 글에 대한 안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행정지원처장’이었다.

“학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것”

행정지원처장은 strangen의 글에서 ‘용역업체 선정에 검은 문제도 있지 않을까 근거 없이 의심해봅니다’라는 부분을 문제 삼으며, strangen에게 신원을 밝힐 것과 어떤 근거로 그러한 글을 작성했는지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지 않으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하여 학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엄포하기도 했다. strangen이 ‘마치 대학이나 법인이 청소용역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뒷거래가 있지 않았나’라고 기술하고 있으며, 이에 ‘관련하여 대학본부에 문의가 오는 등 현재 대내외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후 행정지원처장은 두 차례나 더 글을 올리며 strangen을 압박했다. 이를 계기로 중앙인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일부 학생들이 strangen에 대한 행정지원처장의 요구가 과도하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이에 행정지원처장은 ‘대학 사업 관련 계약을 행정지원처에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strangen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우선 행정지원처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나아가 중앙대 전체 명예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므로 학칙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며, ‘다수의 이용자가 보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은 이미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으로 ‘특히 누군가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사항이라면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행정지원처장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확실히 행정지원처장의 대응에는 과도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앙대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벌이고 있는 용역회사 중 하나인 ‘TNS’의 사장이 ‘두산 출신’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strangen의 의심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심에 대해 행정지원처장은 그 근거를 묻고 신원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보다 의심을 풀어주기 위한 깔끔한 ‘해명’을 해야 했다. 하지만 행정지원처장은 해명보다는 끊임없이 strangen을 몰아세우기에 바빴다.

결국 strangen은 직접 행정지원처장을 만나 사과했다. 이후 strangen이 중앙인에 자신이 경솔했음을 시인하는 사과문을 올리면서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그 뒤 행정지원처장은 자신이 쓴 세 편의 글을 삭제했다.

‘허위사실유포’라는 클리셰

행정지원처장은 strangen의 ‘근거 없는 의심’에 대해 ‘허위사실유포’를 들먹이며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하나의 ‘클리셰’다. 지난 55대 총학선거에서 서울캠 선본 ‘샤우트’와 안성캠 선본 ‘우리’ 역시 학교 측에 의해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이라는 굴레를 뒤집어써야 했다. 소위 ‘운동권’으로 분류되었던 두 선본은 학교의 ‘예산 뻥튀기 의혹’과 ‘법정부담전입금 0원’을 문제 삼으며 상당한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는 즉각 반발했다. 학교는 안성캠 총학으로 당선된 ‘우리’ 선본에 대해 ‘선거지도위원회’를 열어 급기야 ‘당선무효’ 판정을 내렸다. 학교와 법인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공정한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캠의 경우도 ‘샤우트’ 선본의 후보에 대해 같은 죄목으로 ‘상벌위원회’가 소집되기도 했다.

물론 두 선본의 주장은 어느 정도 허구적인 측면이 있었다. ‘예산 뻥튀기 의혹’과 ‘법정부담전입금 0원’이 곧바로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는 주장으로 연결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도에 470억 예결산 차액이 발생하고 재단의 법정부담전입금이 0원이었던 것은 분명 사실이었다. 당시 학교 측은 <중대신문>을 통해 ‘회계 자료 해석의 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전에 이미 대다수 사립대학이 예산을 뻥튀기하는 등 재정운영을 방만하게 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있었으며, 또한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역시 나름의 분석을 통해 상당수의 대학이 예산을 뻥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남은 것은 이러저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는 두 선본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학교는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하지만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만으로 처벌하는 법적 조항은 없다. 허위사실 유포로 특정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뿐이다. 그런데 과연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학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번 ‘strangen 사태’에 대해서도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글쓴이 스스로도 근거가 없다고 밝혔던 ‘의심’이 학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글을 봤던 대다수는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넘겼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지원처장은, 그리고 학교는 왜 이러한 ‘무리수’를 던지는 것일까?

얼어붙은 공론장, 위협받는 학생자치

거기에는 학교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막고자 하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중앙인에는 ‘운동권’에 대한 수많은 허위사실이 나돌았다. 예컨대, 비정규직 노동조합 뒤에 특정 정당이 있다거나 그 정당의 지원을 받는 학생이 운동권 총학 후보로 나온다는 글이 올라왔던 것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학교는 그런 주장을 하는 학생들을 한 번도 제재하지 않았다. 제재하기는커녕 최대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게시판 관리 방침이라며 그러한 글들을 방치했다. 이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학교가 실은 상당히 자의적으로 여론을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다.

학교는 학교에 반대하는 학생에 대해서만 철저하다. 이로써 학교는 학교에 대한 그 어떤 비판도 쉽사리 하기 어려운 기형적인 담론 구조를 만들고 있다. 학교는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등을 빌미로 끊임없이 징계위협을 가하면서 학생들을 규율화하고자 한다. 이제 우리는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벌써 자기 검열부터 해야 할 판이다.

공론장에 대한 위협은 곧 학생자치의 위기로 나타났다.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공론장의 본래 기능이 마비되면서, 학교와 학생의 권력관계에서 학교가 상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만 것이다. 학교는 이제 공공연히 학생자치에 개입하며 ‘관리’하고 ‘지도’한다. 비판받지 않는 권력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와 같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는 언젠가 제 선로를 이탈하고 말 것이다. 이제 중앙대라는 열차의 브레이크를 닦고 기름칠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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