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노동조합 협약, 끝이 아닌 시작

| 고구미

지난 11월 20일, 서울캠퍼스 곳곳에는 청소노동자를 징계하겠다는 내용의 공고가 붙었다. 공고문의 내용은 이러하다. “2013년 11월 19일 10시경 근무시간 중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하여 무단집단행동에 가담한 23명의 직원에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해당 시간분의 임금을 공제할 것이며, 그와 별도로 회사 사규에 따라 전원 징계 조치할 예정이오니 이점 알기 바랍니다.” 징계대상자는 민주노총 중앙대분회(이하 중앙대분회)에 소속된 청소노동자들이다. 징계의 발단은 지난 19일 예정됐던 노동조합 중앙대분회, 사측 TNS개발주식회사(이하 TNS), 원청인 학교 간의 3자 면담이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TNS 대표이사와 면담하기 위해 총무처를 찾았다. 하지만 대표이사는 면담에 참석하지 않았다.

징계에 대한 의문들

노동조합 활동은 법적으로 보장된 활동이다. 중앙대분회의 출범 이후 노동자들은 다양한 노동조합 활동을 전개해왔다. 면담 또한 그 활동의 일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내려진 징계는 노동조합을 압박하기 위한 행위로 여겨진다. 이외에도 징계와 관련하여 여러 의문이 제기됐다. 비록 TNS의 일방적인 취소로 면담이 무산되었지만 면담은 사전에 약속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이 총무처에 방문한 것을 ‘무단’집단행동으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학내 청소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면담을 위해 학교시설을 방문한 것을 ‘근무지 이탈’이라고 하는 것 또한 사측의 억지다. 청소노동자들에게 면담시간이었던 10시는 학생들이 건물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9시까지 청소를 마친 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시간이다. 맡은 일을 하지 않고 면담자리에 온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무노동’이라는 회사의 규정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은 학교 측이 TNS에 면담에 참석한 노동자들의 명단을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면담 예정일, TNS의 불참으로 인해 총무처에는 학교 직원들과 노동자, 노조 관계자들만이 자리했다. TNS가 면담에 참석한 노동자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징계공고를 살펴보면 노동자들의 이름과 담당하는 건물까지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면담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TNS가 노동자들의 명단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노동조합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노동 3각체제로 인해 책임을 회피하던 학교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본관 점거

이에 노동자들은 TNS와 학교의 태도를 규탄하기 위해 본관을 점거했다. 징계 대상자뿐만 아니라 시설노동자를 포함한 중앙대분회 소속 노동자들이 모두 함께했다. 11월 21일 본관은 중앙대분회와 ‘비와 당신’ 서포터즈, 연대를 위해 참석한 여러 단위로 가득 찼다. 노동조합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TNS의 일방적인 징계통보를 받고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중앙대가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익대, 고려대, 서울시립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세종로대우빌딩 등의 연대단위는 집단교섭투쟁을 통해 승리할 것을 결의했다. 연대발언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당당했다. 당연히 승리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그동안 전개해온 투쟁과 승리에 대한 경험이 그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에 중앙대분회 노동자들은 더욱 힘차게 환호했다.

‘비와 당신’ 서포터즈라고 밝힌 한 신입생은 “입학 전 대학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해서 내가 본 것은 부당한 노동조건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학교의 모습이었다”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앞으로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권리를 보장받는 데 학생들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발언과 여러 단위의 지지발언이 이어지던 중, 본관에 경찰이 들어오기도 했다. 집회신고를 받고 온 동작경찰서 정보과장과 업무방해신고를 받고 온 순경들이었다. 경찰이 들어오자 분위기는 고조됐다. 49일 농성투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홍익대의 이숙희 분회장은 “홍익대에서 49일간 본관 점거를 할 때도 경찰이 학교를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경찰의 본관진입은 상식이하의 행위라고 맹렬하게 비난했다.

TNS개발, 해결 아닌 체결

그동안 중앙대분회 청소노동자들은 9차례의 단체교섭을 진행하며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TNS는 모든 교섭의 기본이 되는 기본합의서조차 승인하지 않으며 모든 요구를 거부해왔다. 학교 또한 책임을 회피하여 어떠한 태도도 취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22일, 3자면담은 다시 이뤄졌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TNS 대표이사는 또다시 모든 요구를 거부했다. 20일 공고되었던 징계에 대해서도 철회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TNS는 한국노총과의 교섭을 빠르게 성사시켰다. 한국노총과 체결한 협약서의 내용은 ‘정년 70세 보장, 법정 근로시간 준수, 주 5일 근무, 16시 퇴근, 고용승계 보장’이다. 이는 그동안 민주노총에서 요구해왔던 협약서의 내용과 동일하다. 중앙대분회는 이후 성명서를 통해 ‘그간 투쟁을 전개해온 민주노총이 아닌 한국노총과 협약을 체결한 것은 TNS가 민주노총을 탄압하고, 노동자들 간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한국노총과 TNS가 체결한 협약은 모든 청소, 방호노동자를 대상으로 적용된다. 11월 26일부터 청소노동자들은 기존에 오후 5시보다 한 시간 앞당겨진 4시 퇴근을 지시받았다. 주 5일 근무도 보장받고 있다. 방호노동자들의 가장 큰 요구사항이었던 정년 70세가 보장되며 노동자들의 생계에 대한 부담이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분회는 성명서를 통해 ‘비록 현재 민주노총과의 교섭이 계속 결렬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는 지속적으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해왔던 중앙대분회의 성과에 다름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학내에 두개의 노동조합이 자리하며 여러 문제들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 지붕 두 노조

중앙대에 새로운 노동조합이 생겨난 배경엔 ‘복수노조법’이 있다. 2011년 7월 1일부터 고용노동부는 복수노조설립을 허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장 단위에서 조직 대상이나 형태를 불문하고 2명 이상이면 노동조합 설립신고가 가능하다. ‘복수노조법’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이 있다.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조를 맡는다. 고용노동부는 복수노조법으로 인해 단일노조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져 노조 간 경쟁을 통해 노조활동이 민주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복수노조법이 노동조합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어용노동조합을 키운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홍익대의 경우에는 ‘복수노조법’의 ‘교섭창구 단일화’로 인해 갈등을 겪었다. 홍익대에는 민주노총 산하의 ‘홍익대분회’와 ‘홍경회’라는 두개의 노동조합이 있다. ‘홍경회’는 민주노총을 거부하는 경비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다. 처음엔 경비노동자들의 친목단체였던 ‘홍경회’는 ‘홍익대분회’에 비해 인원이 많았다. 사측인 ‘용진실업’은 ‘복수노조법’의 ‘창구단일화’ 조항을 이유로 ‘홍익대분회’와의 교섭을 거부했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을 전개해오던 노동조합이 복수노조법으로 인해 탄압당한 사례다.

TNS가 내린 징계와 한국노총과의 협약체결은 사측이 노동조합을 관리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혹여나 학내에서도 이로 인하여 노동자들 간의 분열이 조장될 것이 우려된다. 이런 시기일수록 중앙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자들 간의 단합으로 더 많은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중앙대분회, TNS, 학교 3자간의 면담을 통해 우려되는 지점들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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