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고만고만한 대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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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낯선 종이신문을 독자 학우께서는 왜 집어 들었나요. 왠지 손이 심심해서? 뭐든 읽을 거리가 필요해서? ‘고만고만한 대학생들에게’라는 ‘어그로’에 화가 나서? 바라건대 마지막 이유였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독자 학우 여러분은 정말로 ‘고만고만한 대학생’임을 보여드리고, 또 ‘고만고만’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전해드리기 위해 이 새내기 특별호를 만들었으니까요.

14학번 새내기 학우 여러분은 이제 대학생으로써 첫 걸음을 뗐습니다.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을 겁니다. 하고 싶은 것 억눌리고 하기 싫은 ‘야자’에 시달렸던 고등학생 시절을 이제는 떠나보내고 자유롭고 개성 있는 대학생이 됐다는 기대감이겠죠. 대학생, 정말 특별한 단어입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식인이 된 것 같은 느낌, 뭘 해도 용서받을 것 같은 느낌, 그런 긍정적인 느낌들이 대학생이라는 단어에 집약돼 있습니다.

대학 없는 대학생

그러나 정말 그런가요? 독자 학우 여러분은 정말 ‘대학생(大學生)’인가요?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겁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너무 ‘무식’합니다. 아는 게 없습니다. 입시에서 성공하기 위한 죽은 지식들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뿐입니다. 정작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알지 못합니다. 시민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모릅니다. 오늘날 ‘공적인 것’이라는 개념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우리에게 생소합니다.

그러니 고만고만하다는 겁니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됐지만 특별히 달라진 건 없습니다.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좁은 풀장에서 수영하는 일과 같습니다. 바다로 헤엄쳐 나갈 수 없습니다. 머리를 기를 수 있다고요? 염색을 할 수 있고,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있다고요? 그건 고등학생도 누릴 수 있어야 마땅하지만 누리지 못하고 있는 인권인 것이지,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아닙니다. 설령 달라진 것이 있을지라도 그건 외적인 조건의 문제이지, 우리 내면은 정말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대학생이 된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요. 성숙해지는 법을요. 시민이 되는 법을요. 이번 <잠망경> 새내기 특별호는 그래서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던져봤습니다. ‘크게 배우는’ 사람이라면 이것만은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것들을 추렸습니다. 대학생과 정치 사이의 관련을 시작으로 노동, 연대, 권위주의 등의 주제에 대해 독자 학우 여러분이 잠깐이라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노동과 정치, 그리고 대학생

오늘날 대학생에게 ‘정치’는 부정적인 어휘입니다. ‘너는 너무 정치적이야’, 이 말은 일종의 욕설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는 어려워 보이고, 내 삶과 무관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각개약진으로는 결코 이 난국을 헤쳐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경험적인 진실입니다. 일부는 각개약진에 성공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안녕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사회와의 연관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노동’은 정치보다도 더욱 생소한 말입니다. 부정적이기도 합니다. 인서울 중상위권 대학생에게 노동은 ‘나와 무관한 것’입니다. ‘노동자’는 종종 사회 하류층을 의미하는 말로 통하고, 대학생은 노동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아닙니다. 노동이라는 말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습니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 행위가 바로 노동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노동자가 됩니다. 통계학적으로 보면 대학생 두 명 중에 한 명은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노동이 어떻게 대학생과 무관할 수 있을까요.

관계 맺기

대학생이 된 여러분은 다양한 관계 맺음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어쩌면 관계 맺음이 가장 관심있는 주제인지도 모르죠. 여러분은 선배라는 존재와 마주하게 될 거고, 연애를 갈망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할 겁니다. 중앙대학교가 위치한 흑석동의 구비구비를 다니기도 하겠죠.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관계들에 서툴고 잘못된 방식으로 다가갑니다. 선배와 후배라는 관계는 그저 ‘먼저 대학에 들어온 사람과 늦게 대학에 들어온 사람’ 정도의 관계이지만, 너무나 쉽게 상하 관계로 설정되고 맙니다. ‘권위주의’입니다. 우리는 연애에 대해서도 실수를 저지릅니다. 연애는 ‘해야 하는 것’으로 취급받고, 연애하지 않는 사람은 어딘가 모자란 사람으로 낙인찍힙니다. 이성애 말고 다른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합니다.

우리가 발 딛은 이 흑석동이라는 공간과 우리는 피상적으로만 관계 맺습니다. 놀 곳도, 먹을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흑석동이야말로 다른 어떤 대학가와도 차별되는, 그래서 더 깊게 관계 맺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상업 시설을 근간으로 발달한 여타 대학가들과 달리, 흑석동은 굽이굽이 골목이 있고 그곳마다 터를 잡고 살아가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돈이 아닌 삶으로써 서로의 살을 부빌 수 있는 동네라는 얘기입니다.

누구나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잠망경> 새내기 특별호에는 우리가 고민해야 할 많은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같은 대학생인 주제에 다른 대학생에게 ‘고만고만하다’느니 ‘무식하다’느니 하는 모양새가 꼰대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면 얼마나 안다고 잘난 척하냐는 생각, 분명히 할 겁니다. 그러나 <잠망경>을 만드는 사람들은 많이 알지 못합니다. 다만 우연히 접할 기회가 있었던 것뿐입니다. 쉽게 놓칠 수 있는 것에 잠시 시선을 돌린 것뿐입니다. <잠망경>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리 똑똑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알았으니, 여러분도 당연히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희가 전해드릴 것들은 대학생으로서, 아니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알아야 할 것들입니다. 그래서 도발적으로 적어봤습니다. 우리가 고만고만한 대학생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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