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사실보다는 진실을 찾고자 합니다

영국의 유명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은 매번 새로운 시도에 앞장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2005년에 이미 판형을 베를리너판으로 바꿨고, ‘신문에 실리는 기사는 신문이 배포된 후에 인터넷에 올린다’는 신문사의 관행을 2008년에 처음 깬 것도 <가디언>이라고 합니다. 2011년부터는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라는 노선 하에, 라이브 블로그, 인터랙티브 뉴스 등 디지털 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 여러 가지 혁신을 하고 있고요.

이런 <가디언>이 올해 또 다시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합니다. <#오픈001>이라는 이름의 월간지입니다. 이 신문은 이른바 ‘로봇 편집장’이 제작합니다. 기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하면 설계된 ‘알고리즘’으로 처리해 기사를 자동으로 완성시킵니다. 로봇 편집장은 이 기사들을 독자 반응과 길이, 주제 등에 따라 고르고 지면에 배치합니다. 야구 뉴스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미국의 ‘스태츠멍키’라는 알고리즘도 <#오픈001>과 같은 시도입니다.

바야흐로 글쓰기도 로봇이 대신 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로봇은 사실을 보도하는 데 더 없이 탁월합니다. 로봇은 명확한 사실만을 기사에 담고 정확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조립하는 데 주관적인 편견이 개입될 여지도 없죠. 그렇다면 이제 기자라는 직업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요? 기자가 사라진 자리를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사람’ 기자는 필요합니다. 언론의 역할이 단지 사실을 날것 그대로 보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드러난 사실들을 꼼꼼히 파악해 거짓을 폭로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폭넓은 취재를 통해 밝혀냅니다. 이런 일들은 로봇보다는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죠.

여기서 언론의 관점이 중요하게 대두됩니다. 밝혀진 사실이 정치적 관점에 부합하지 않을 때 그것을 그대로 믿지 않고 나아가 숨겨진 사실을 찾으려는 욕구가 나타납니다. 종종 많은 진실이 그렇게 드러났습니다. 정부의 발표내용이 밝혀진 사실이니 그것을 믿으라는 요구를 어떤 언론들은 따르지 않고 진실을 파헤쳐 정부 발표의 허구성을 폭로해 왔습니다. 언론사에서 빛나는 순간들은 대부분 그런 ‘불신’의 순간들이었습니다.

언론은 정치적 성향을 가져선 안 되며 절대적으로 중립이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습니다만 위와 같은 이유로 납득하기 힘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보다도 ‘진실’입니다. 사실은 로봇도 전달할 수 있지만, 진실은 오직 사람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이지요.

<잠망경>이 편향됐다는 비판들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개의치 않습니다. 사실 이상의 진실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잠망경>이 창간된 이후 2년하고 반년이 더 지났습니다. 4년제 대학교에서 2년의 시간은 체제가 교체되는 주기입니다. <잠망경>도 새로운 체제로 ‘잠항’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앙대학교에서 이 매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더 많이 읽히기 위해 새로운 ‘사실’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덜 읽히더라도 ‘진실’을 찾기 위해 이미 알려진 사실을 계속 물고 늘어질 것인지 판단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잠망경>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요.

이번 호는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신문치고는 느리지만, 신문치고는 심도 있게 사안을 이리 뜯고 저리 뜯어봤습니다.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반영해 의결됐다는 학칙개정안을 다시 뒤집어봤고, 오늘도 별 탈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중앙인 커뮤니티를 헤집어 봤습니다. 진실을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만, 수용은 독자 학우 여러분의 몫이겠지요.

세월호가 침몰하고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되도록 말을 아끼면서 명을 달리한 이들을 애도하는 것이 예의겠으나, 세월호 사건의 자장에서 대학도 벗어날 순 없었기에 두 편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런 사고가 한국 사회에 더 이상 없길 바랍니다.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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