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학칙 개정과 학생자치 그리고 대학기업화

| 율이

지난 4월 24일 재단 이사회에서 2015학년도 중앙대학교 학칙 최종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 학생자치활동 관련 조항 수정 ▲ 2015년도 학부 정원조정 반영 ▲ 창업휴학 관련 조항 신설 ▲ 시간제 등록생 수강신청 가능학점 확대 조정 ▲ 학부과정 시 취득한 석사과정 수료학점 인정 삭제 등이다. 이 중 마지막 세 가지는 단순히 현행법에 맞추거나 실효성이 없어 개정된 것으로,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은 ▲ 학생자치활동 관련 조항 수정 ▲ 2015년도 학부 정원조정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학생자치활동과 관련해선 ‘학생회(제62조)’, ‘활동 및 간행물(제65조)’ 조항이 개정되었다. ‘학생회(제62조)’ 조항에는 “학생회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회칙으로 따로 정한다”는 기존 문구에 “학칙과 관련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가 추가되었다. 이로써 학생회칙이 학칙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 여지가 명문화됐다. ‘활동 및 간행물(제65조)’에는 “대학 내에서의 활동은 면학분위기를 해치거나 타인의 권리와 명예를 침해하는 등 각종 법령과 학칙과 규정을 위반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이 새로 추가되었다. 제62조와 마찬가지로 학생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추가된 셈이다.

지난 3월 본부에서 처음 내놓은 개정안은 이보다 훨씬 ‘위협적’이었다. 특히 학생자치활동에 관해 위헌 여부까지 언급될 정도였다. 이에 따라 각 캠퍼스 및 대학원 총학생회, 대학평의원회, 학내 언론 등에서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하였고, 최종안은 이런 점들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다. 최종안에 학내 여러 주체들의 의견이 수용됐다는 점은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일보후퇴’했다고 해서 학교가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일보후퇴’ 전에 ‘이보전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 걸음은 더 내딛은 셈이다. 학교가 내딛은 그 한 걸음의 방향이 어디인가는 분명하다. 학생자치 무력화와 대학의 기업화라는, 새로운 재단 전입 후 지난 5년간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바로 그 방향 말이다.

학생회칙이 학칙의 하위규정?

특히 이번 학칙 개정은 얼마 전에 있었던 학내 두 가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듯하다. 얼마 전 결국 무산된 인문대 선거와, 작년에 있었던 ‘안녕들 하십니까’가 그것이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인문대 선거는 후보자 자격과 관련해 인문대 학생회칙과 학교의 <학생자치기구선거지도 내규>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학교 측이 인문대 선관위에게 선거를 강행하면 징계하겠다는 압박을 하여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작년 11월에 이미 좌절된 선거와 똑같은 이유였다.

이런 논란 속에서 제62조(학생회) 개정을 통해 학생회칙은 학칙의 ‘하위범주’에 속함이 분명해졌다. 대학평의원회에서 공개한 ‘대학평의원회 제37차 임시회 회의록’을 보면, 학교가 이번 학칙 개정을 어떤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학칙 제62조 개정의 취지에 대한 질문에 학교 측은 “회칙이 학칙에 비해 하위규정이라는 것을 명문화하기 위한 작업”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또한 “학생회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이 없어서 학교가 법정으로 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명문화시킬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고 있어 이번 개정안이 직접적으로 인문대 선거 사태에서 비롯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인문대 선거 사태와 같은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회가 학교의 산하기구라 할 수 있을만한 근거를 명시한 셈이다. 이러한 내용이 앞으로 학생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내규’라는 만병통치약

이 문제를 좀 더 살펴보자. 개정된 62조(학생회)에서 ‘학칙과 관련규정’이라는 문구는 대단히 애매모호하다. 무엇이 학칙이고 무엇이 관련규정인가? 무엇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인가? 여기에서 ‘내규’의 문제가 등장한다. 이번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나 작년 ‘안녕들 하십니까’ 등 최근 학생들과 본부의 갈등 속에서 학교가 학생들에게 내세우는 핵심적인 논리는 언제나 ‘내규’에서 나왔다. 인문대 선거에서는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내규>가, ‘안녕들 하십니까’ 때는 <학생홍보물 게시에 관한 내규>가 등장했다. 내규는 때로는 ‘학칙’ 혹은 ‘관련규정’으로 변신하며 학내에서 학교본부의 정당성을 얻는 무기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학생들을 위협하는 무기로 활용됐다.

그러나 ‘내규’ 자체는 이미 문제가 많다. 우선 민주적이지 않다. 내규의 제정과 관리는 ‘규정’을 규정하는 <규정관리 규정>에 의거해 학교본부 각 부서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은 학생을 포함한 학내 다양한 집단들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에도 내규에 대한 제정 권한은 학교에만 있다. 더욱이 이런 과정은 불투명하다. 내규의 제정 과정을 확인하거나 결과를 바로 알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규정관리 규정>에 따라 내규의 제정, 개정은 따로 공고할 필요도 없다는 점은 더욱 문제다. 학생들은 내규가 바뀌어도 바뀌었는지 알 수도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많은 내규가 제대로 공개돼있지 않다. 학칙이 공개돼 있는 홈페이지에도 인문대 선거에서 문제가 된 내규는 없다. 따라서 학생 입장에서는 무슨 규정이 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학교에서 내규를 정해진 원칙 없이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면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정된 법을 따를 순 없다. 그럼에도 이처럼 불투명하고 애매모호한 내규가 ‘학칙’이나 ‘관련규정’으로 모습을 바꿔 학생들의 활동이나 발언을 억압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사례들을 볼 때, 제62조의 개정은 이렇게 기괴한 학교 측의 법 적용에 근거를 마련해 줄 가능성이 높다.

누구의 ‘권리와 명예’인가

한편으로 제65조(활동 및 간행물)의 개정은 지난해 있었던 ‘안녕들 하십니까’와 청소노동자 파업 등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안녕들 하십니까’ 당시 학교본부와 학생들 간의 갈등의 핵심은 대자보 게시의 ‘적법성’ 여부였다. 학교 본부에서는 ‘학생 홍보물 게시에 관한 내규’를 들고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은 철거할 수밖에 없다며 수많은 학생들의 대자보들을 철거했던 바 있다. 대학평의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 사건에 관해 학교 측은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청소노조 파업할 때 외부인이 들어와서 게시물을 부착하거나 할 때 학교에서 대처할 만한 규정이 전혀 없었음”이라고 언급하며 이를 제65조 개정의 계기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한조항의 당위성에 대해 “사유재산 보호를 위해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시설물 이용, 인쇄물 부착 등의 제한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홍보물이나 시설물의 이용은 학교의 ‘사유재산’을 침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제65조 2항의 속내를 파악할 수 있다. 학생활동 및 간행물이 침해해선 안 되는 ‘타인의 권리와 명예’는 ‘학교의 권리와 명예’였고, ‘학교의 권리’의 핵심은 다름 아닌 ‘재산권’이었다. 이는 대학의 우선순위가 교육이나 연구가 아닌 ‘이윤추구’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윤추구의 논리는 다양한 의견과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활동은 오직 이윤추구의 권리를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만 가능하다. 이는 곧 ‘기업’의 논리이다. 마찬가지로 학교의 명예 즉 ‘학교 이미지’의 훼손은 용납할 수 없다. 그것은 곧 학교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비판적인 의견이나 의혹의 제기는 제한되어 마땅하다. 이러한 규정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이러한 규정이 ‘허가제’로 점철된 ‘내규’(학생홍보물 게시에 관한 내규)와 맞물릴 때, 학내 공론장은 지금보다 더 경직될 위험이 있다.

학칙에 숨어있는 ‘어떤’ 논리

이런 ‘기업의 논리’는 이번에 함께 개정된 학부 정원조정안에서 다른 식으로 펼쳐진다. 한편으로 경영경제대학 내에 산업보안학과가 신설되면서, 2015학년도 경영경제대 신입생 인원은 총 785명(전체의 23.2%)으로 증가했다. ‘기업친화적’인 과를 확대하겠다는 학교의 의지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관철된 셈이다. 한편 또 다른 신설학과인 공대 ‘소프트웨어 전공’은 재단에서 ‘기업 맞춤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삼성과 LG등 대기업과 연계해 관련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계약학과’다. 이런 ‘산학협력 학과’들은 취업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의 논리를 대학 안에 직접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특성화 학과’들은 박근혜정부의 ‘대학특성화사업’과 긴밀히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줄어드는 학령인구문제의 해결이라는 명분으로 정원을 일정 수준 이상 감축하는 대학에 특성화사업에서 가점을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 학교도 이번에 정원의 4%를 감축하는 조건으로 특성화 학과와 관련 사업에 대한 국비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의 방향을 보면, 이 4%가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과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이는 학칙 개정의 문제가 사회 전체 차원의 문제들과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는 연결고리다. 사회 전반적으로 신자유주의화가 오히려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지원 하에 대학들은 여기에 맞춰 ‘체질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그 체질개선이란 구조조정과 같은 신자유주의 기업의 논리를 대학 안으로 끌어들이고 대학 경쟁력 강화에 불필요하거나 방해가 되는 학생자치와 학내 언론자유 등을 점점 축소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젠 너무도 익숙한 이런 흐름들이 대학생들을 끝없는 불안과 억압으로 내몰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번 학칙 개정의 함의는 다름이 아니라 이런 일관적인 흐름의 심화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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