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앙인, 커뮤니티라기엔 좀 애매한

| 버드나무

“만약 자신의 뜻과 생각이 맞지 않으면 여기서 반대를 외치시는 것보다 자신의 뜻과 생각에 맞는 곳을 찾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입니다.”

어디서 나온 말일까? 동아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정당에서 나온 말도 아니다. 학교의 ‘공식’ 커뮤니티 중앙인에서 나온 말이다. 누가 한 말일까? 학교를 사랑한 학생의 말이 아니다. 교수의 말도 아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홍보실장의 말이다. 두산 이후 5년에 대한 홍보실장의 회고를 적은, <개혁, 지나간 5년 앞으로 5년의 단상>이라는 글의 댓글로 홍보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그런데 어떤 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중앙인은 학교의 유일한 커뮤니티다. 학교에 무언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것이다. 중은 절이 싫으면 절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은 절을 비판했다. 그러자 절을 소유한 자는 그의 비판이 절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중이 사과하지 않자 홍보실장은 강제로 중을 내보냈다. ‘증조부’ 얘기다.

‘불순분자’ 증조부가 차단되기까지

지난 1월 3일, 청소노동자 파업이 한창일 때 증조부라는 이용자가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행정지원처장이 4일 공지사항을 통해 “우리 학교가 마치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되는 현실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하며 (…) 이러한 행위를 한 당사자께서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해 달라”고 요구했다. 행정처장은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학교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당시는 ‘안녕들 하십니까’와 더불어 중앙대 청소노동자 파업이 가장 큰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시기였기에, 표현의 자유와 청소노동자 파업이 얽힌 이 일은 보도가치가 있었다. <한겨레신문>이 이 일을 알게 돼 7일 ‘중앙대, 댓글 학생에도 법적 조처 으름장’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자, 이번에는 홍보실장이 공지사항을 올려 “언론플레이로 보호받을 생각을 하셨다면 일을 더 크게 만들 뿐이라는 생각”이라면서, 증조부에게 “쪽지로 드린 연락처로 연락 주시거나 홍보실을 찾아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증조부는 황당하다고 했다. 그가 언론에 제보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걸려온 전화에 답했을 뿐이었다. 충분한 근거를 들어 의견을 개진했는데도 ‘근거없는 비방’이라고 사과를 요청받은 것도, 수차례에 걸쳐 자신을 겨냥한 공지사항이 올라온 것도, 신상을 밝히고 홍보실에 찾아와달라는 요구도 그를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증조부는 “공지를 받고 나니 검열해서 쓰게 된다”면서 불안감과 공포심이 든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중앙인 운영자로부터 6개월간 커뮤니티 접속불가 조치를 받았다. 학교가 “사실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조부가 사과하지 않은 것은 “학교를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으며, 구성원들의 내부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라는 까닭이다. 운영자는 “이후 제재조치가 풀리고 나서도 똑같은 행동이 반복된다면 영구 제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홍보실 블로그?

사본 -1253608489 (2)

중앙인은 학교본부가 직접 운영한다. 두산그룹은 중앙대를 인수한 직후 중앙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두산그룹에서 홍보업무를 맡다 퇴사한 이태현 현 홍보실장을 운영자로 임명해 중앙인 운영 권한을 부여했다. 증조부 사례는 그 결과다. 홍보실이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학교 커뮤니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학교의 입장과 다른 의견은 유통이 차단되고 학교의 입장은 공지사항으로 빠르게 유통된다. 이용자는 커뮤니티에 올린 글로 ‘법적 조처’를 걱정해야 하고 결국 이용정지까지 당할 수도 있다.

커뮤니티에서 공지사항은 일종의 권력이다. 공지사항에 오르는 글은 공적인 지위를 지니게 된다. 결국 누가 공지사항을 선정하느냐의 문제다. 중앙인의 경우는 홍보실장 1인이 바로 그런 권력을 지니고 있다. 학교의 입장과 학생의 입장은 이미 불균형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이다. 공지사항은 남발된다. 청소노동자 파업이 시작된 2013년 12월 17일부터 천막을 철거한 2014년 1월 29일까지 총 18개의 청소노동자 문제와 연관된 공지사항이 올랐다. 홍보실·총무처·행정지원처·대외협력팀 등 온갖 부처의 글이 알림·입장·안내·설명 등 다양한 제목으로 중앙인을 뒤덮었다.

학교운영과 무관한 공지사항도 올라온다. 이사장이 언론매체와 한 인터뷰를 올리거나 ‘이사장의 대한체육회장 불출마’에 관한 사항을 올리는 식이다. 학교 입장에 반대되는 의견을 올리는 이용자들이 경고 받거나, 증조부 사례처럼 차단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들이 건전한 토론을 해친다거나, 상대를 비방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말을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입장과 같거나 무관한 의견은 이와 같은 이유로 제재당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중앙인은 최근 ‘중베(중앙인+일간베스트)’라고 불릴 정도로 극단적인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청소노동자 파업 당시를 예로 들면, 청소노동자들에 대해 “쓰레기”, “매가 약이다” 따위의 댓글이 달려도 운영자는 방치했다. 운영자에게 중요한 건 ‘메시지’라는 얘기다.

이런 운영방식은 기업 내부 인터넷망인 ‘인트라넷’의 운영과 닮아있다. 인트라넷은 본질적으로 통제되는 공간이다. 기업이 직접 관리·운영하므로 기업의 이익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인트라넷의 콘텐츠가 망 바깥으로 새나가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과 반대되는 의견이 여론전을 펼칠 수 없으며, 여론전은커녕 빠르게 삭제되기 일쑤다. 중앙인의 운영방식이 꼭 그렇다. 다시 말해 지금의 중앙인은 다양한 입장들의 상호토론이 가능한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이걸 커뮤니티라고 부를 수 있을까?

홍보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는 중앙인뿐

타 학교 커뮤니티는 대부분 학생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해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본부는 커뮤니티에 일체 간섭할 수 없다. 학교본부가 알릴 사항이 있으면 공지로 올려줄 것을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요청하는 식이다. 게시글을 운영자 임의로 삭제하거나 이용자를 차단하는 경우도 없다. 대신 커뮤니티마다 나름의 시스템을 도입해 불량 게시글을 이용자들이 직접 자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타 학교 커뮤니티 운영자들은 학교 커뮤니티의 운영을 학생이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 커뮤니티의 대표주자인 고려대학교 ‘고파스’ 운영자 박종찬 씨는 중앙인 운영 실태를 설명하자 “대학 당국을 비판하는 글을 쓸 수 없는 곳은 학생의 커뮤니티가 될 수 없다”고 답했다. 고파스는 학생들이 고려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쓴 글들을 학교가 마음대로 삭제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경희대학교 ‘쿠플라자’ 운영자는 “한때 본부에서 운영이관을 요청한 적이 있으나 거부한 바 있다”면서, “많은 학생들의 중의가 담기는 만큼 (학교 커뮤니티가) 제3의 대학 언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학교본부가 직접 커뮤니티를 제작한 경우는 서울여자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정도다. 그나마도 서울여대 ‘슈먼닷컴’은 홍보처 주관으로 제작됐지만 커뮤니티 관리 및 운영 권한을 학생들에게 맡기고 있어, 본부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곳은 성균관대 동문 커뮤니티 ‘성균인’이 유일하다. 다만 성균인도 재학생이 아닌 동문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사실상 본부가 직접 운영하는 커뮤니티는 중앙인이 유일하다.

0001

우리의 커뮤니티는 우리가 운영하자

대학 사회가 해체되고 있는 지금도 건강한 공론장은 여전히 중요하다. 아니, 대학 사회가 해체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총학생회를 제외하면 학교본부에 의견을 제시할 창구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가장 주요한 공론장이다. 학문단위 구조조정은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고, 언제나 일방적일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무너진 공론장을 복원해야 한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똑바로 표출될 수 있는 건강한 공론장을 세워야 한다.

그 조건은 운영권을 학생이 되찾아오는 것이다. 학교본부에 예속되지 않는 학생들이 커뮤니티를 관리할 때에만 자유로운 의견의 교환이 가능하다. 사실 운영권을 학생에게 돌려주는 것은 홍보실장의 생각이다. 2009년 <중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커뮤니티 운영에 학생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에 그는 “어느 정도 커뮤니티 문화가 정착할 때까지 학교가 운영하는 것이 옳다”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일치돼 나가고 자정능력이 되풀이되면서 우리 중앙대만의 색깔이 정해지면 그때는 학생들이 직접 운영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학교본부는 지금까지 중앙인을 직접 운영하면서 재미를 톡톡히 본 것 같다. 공지사항을 남용한다는 이용자의 비판에 대해 최근에 홍보실장은 “공지 글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은 참고로 하겠습니다만 그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총장님의 지시를 받은 홍보실에 있으며, 이 방식은 총장님의 다른 지시가 있거나 학교의 정책이 바뀌기 전까지는 계속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학생참여를 보장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학생사회의 힘으로 커뮤니티를 되찾는 수밖엔 없다. 우리에게는 커뮤니티를 운영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 수많은 타 대학 커뮤니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올바른 커뮤니티 문화의 정착’을 방해하는 것은 오히려 학교본부다. 우리를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로 바라보는 홍보실장에게, 우리는 충분히 성숙하다고 말하자. 이제는 우리가 직접 커뮤니티를 관리하겠다고 말하자. 안 될 것 없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