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논평] 우리에겐 정의로운 대학을 위한 한 걸음씩의 용기가 필요하다

 김창인 씨가 지난 5월 7일 자퇴했다. 그가 기자회견을 한 오후 2시 30분은 지난 연휴의 꽃샘추위를 잊을 만큼 지나치게 따사로웠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영신관 앞은 길 가다 멈춘 학생들과 시민들, 취재 나온 기자들과 감시 나온 교직원들로 북적였다. 연대발언이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김창인 씨를 소개하던 표석 씨는 눈물을 터뜨렸다. 김창인 씨는 자퇴선언 대자보를 읽어나갔다. “나는 두산대학 1세대다”로 시작한 대자보는 “지금 대학엔 정의가 필요한 시기이다”로 끝났다. 그가 발언을 마치자 군중은 박수로 격려했고, 그는 대학을 떠났다.

‘학교는 학칙에 의거해 피선거권을 박탈한 것일 뿐인데 김창인 씨가 부당하게 탄압받은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생각해보자. ‘학칙에 의거해’? 그 학칙, 학교가 만든다. 그 학칙, 학교가 적용한다. 그 학칙, 학교가 집행한다. 입법도 사법도 행정도 모두 학교가 독점하고 있다. 그나마 학칙은 대학평의원회라는 제동장치라도 있지만, 김창인 씨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대자보를 철거시킨 그 ‘규정’과 ‘시행세칙’에는 제동장치조차 없다. 학교가 필요하면 만들고 학교가 필요하면 적용시킨다. 학칙이란 ‘학교의 의지를 명문화해놓은 것’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이런 시스템의 위험성은 역사적으로 입증됐고, 그래서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근본원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그의 자퇴를 두고 여러 말들이 있다. 비겁하다, 끝까지 싸웠어야 했다, 왜 자퇴하는지 모르겠다…. 그가 자퇴를 결정하기까지 겪어온 일들을 생각해본다. 2010년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그는 기업식 구조조정에 반대해 한강대교에 올랐고, 내려와서는 무기정학 징계를 받았다. 퇴학 처분이 부당하다고 가처분 소송을 걸었다. 기다렸고, 이겼다. 그러나 다시 유기정학을 받았다. 그 와중에도 구조조정에 대해 얘기 나누는 토론회를 열려 했고, 대가로 근신처분을 받아야했다. 징계가 모두 끝나고도 이력은 주홍글씨처럼 남아, 그는 장학금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학교의 방해로 선거는 무산됐다, 두 번이나. 아직도 그가 자퇴한 것이 비겁하다고 생각하는가? 아직도 그에게 끝까지 싸워야 했다고 훈수 둘 수 있는가?

그가 법학관에 붙인 대자보는 고작 반나절 만에 떼어졌다. 양옆에 붙은 지지 대자보도 함께 떼어졌다. 학교 관계자는 게시판이 아닌 곳에 붙었기 때문에 떼어냈다고 한다.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자보가 붙어있던 법학관 지하1층만큼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이 있는가? 지금껏 법학관 지하1층에는 자보든 포스터든 붙었던 적이 없었는가? 아니, 정말로 그곳이 게시판이 아니라고 해도, 떠나는 학생의 마지막 말이라도 들어줄 수는 없었을까. 학교 본부는 마지막까지 김창인 씨를 괴롭혔다.

아직 늦지 않았다. 김창인 씨의 용기를 디딤판 삼아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가 다니고 싶었던 대학을, 여기 남아있는 우리가 다시 만들어보자. 재단과 본부의 전횡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학생사회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뿐이다. 위헌 학칙을 개정시키는 입법, 일방적 구조조정을 방지하는 입법안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입법까지 기다릴 필요 없다. 김창인 씨가 얘기한 것처럼, “대학을 복원하기 위해 모두에게 지금보다 한 걸음씩의 용기”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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