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비판의 자유, 구조조정당하다

| 김펄프, 율이

 

‘상습 구조조정 학교’에 구조조정의 먹구름이 다시 몰려오고 있다.

중앙대가 또 들썩인다. 이번엔 대학원이다. 교육부가 고삐를 쥔 말에 올라타 두산그룹이 배에 박차를 박는 모양새다. 특히 일반대학원 예체능계열에서 내홍이 일고 있다. 문예창작·사진·무용·연극·영화학과를 학부로 묶고 한국화·서양화·조소학과와 디자인·공예학과도 각각 학부로 묶는 것이 대학원 쪽에서 내놓은 안이다. 5월12일 교육부가 각 대학에 보낸 ‘대학원 질관리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공문에 따라 전임교원 확보율이 향후 교육부 평가에 비중 있게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교육부 핑계 삼아 ‘돈 되는 대학원’으로

2014년 대학가 최대의 화두인 대학 구조조정은 지방대학과 인문·예체능계열 학과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지난 1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의 결과다. 학령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 맞춰 2023년까지 대학 입학 정원을 16만 명 감축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뼈대다. 정부가 대학에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수단은 돈이다. 입학 정원을 4~10%까지 자발적으로 감축하는 대학에 5점까지 평가 가산점을 주고, 평가에 미달하는 대학에는 국고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2012년 기준 사립대학에 제공된 국고보조금은 전체 대학 재정의 16.7%, 국립대학 재정의 42.5%다.

교육부의 대학원 구조조정 방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그런데 중앙대는 벌써 달리고 있다. 교육부가 지침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대가 대학원 구조조정에 앞서나가야 할 이유가 없다. 석연치 않은 지점이 많은 이유다. 교육부를 핑계 삼아 ‘돈 되는 대학원’으로 재구성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 대학원생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정도의 안이 나올 때까지 대학원생들과는 한마디 소통도 없었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한상준 대학원장은 6월5일 예체능계열 대표자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교육부 지침이므로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직 교육부가 정책과 평가지표도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큰 설득력이 없는 말이다. 문예창작학과의 한 대학원생은 “국고보조금을 의식해 학교가 지나치게 교육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원 쪽과 예체능계열 대학원생이 첨예하게 갈등하는 지점 중 하나는 평가지표다. 교육부가 마련한 평가지표는 고등학교 문·이과처럼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만 나뉘어 있다. 그러다보니 실기 중심의 예체능계열 대학원에 타 계열 평가지표를 반영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평가지표에는 창작 항목이 없어 예체능계열 학과가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을 침대에 눕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늘이고 길면 다리를 잘라 죽였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평가지표가 예체능계열을 죽이는 데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우리는 학과별로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중앙대 전체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예체능계열 학과를 위해 따로 평가지표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대표자들의 항의에 한상준 원장이 답한 말이다. 대표자들이 “교육부와 이야기하겠다”고 하자 그는 “대한민국의 교육부가 이렇게 정책을 가는 건 올바른 방향”이라고 했다. 돈 되고 취업률 높은 학과를 위해 돈 안 되는 학과는 희생해야 한다는 재벌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그의 말에 반영돼 있다. 나라 발전을 위한 송전탑을 지어야 하니 밀양 주민들이 희생하라고 요구하는 발상과 다르지 않다.

중앙대의 학문 구조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앙대는 재벌이 인수한 대표적인 ‘기업대학’이다.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대학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그같은 관점에서 경영해야 한다”는 박용성 이사장의 철학 아래 많은 일이 벌어졌다.

2010년 중앙대는 대규모 학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교육부와 무관한 두산그룹 차원의 대수술이었다. 교무처장을 맡아 구조조정을 지휘한 사람이 지금 대학원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한상준 대학원장이다.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컨설팅업체인 ‘액센츄어’가 취업률·진학률 등의 평가지표를 활용해 구조조정안을 설계했다. 그 결과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가 10개 단과대학 46개 학과로 통폐합됐다. 주로 인문·예체능계열 학과들이 이리저리 합쳐져 학부제로 묶였지만 입학 정원은 도리어 줄었다.

취업률·진학률 잣대로만 학과 구조조정

구조조정은 2013년에도 있었다. 2010년에 개별 학과에서 학부 내 전공으로 바뀐 아동복지·가족복지·청소년·비교민속전공이 타깃이었다. 학부제하에서 지목된 4개 전공의 선택률이 지난 3년간 저조하다는 이유였다. 사회복지학부의 경우 입학 정원을 통합 전보다 절반으로 줄인 데 따른 결과였지만 그런 사실은 고려되지 않았다. 대학평의원회가 ‘구조조정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지만 이사회는 구조조정안을 그대로 의결했다. ‘학칙 개정은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이사회에서 의결한다’는 학칙을 어긴 것이었지만 이 사실도 무시됐다. 입학하자마자 학과를 잃어버린 비교민속전공의 한 학생은 “특정한 사람의 판단에 의해 (학문이) 칼질된다는 점에서 학교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학부 구조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자 박용성 이사장은 2013년 4월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우리나라 대학 구조가 ‘간판 따러 오는 곳’ 아니냐”면서 “중앙대 경영학과를 가고 싶은데 성적은 낮고, 그렇다고 지방으로 내려가기는 싫은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게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인문학과로 진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0년과 2013년에 감축된 정원은 경영경제계열 학과와 공과계열 학과에서 충원했다. 인문·예체능계열 학과는 폐지되지만 경영경제·공과계열 학과는 신설됐다. 취업률이 높고 사회적 수요가 많다는 학과들이었다. 전체 입학 정원은 늘면 늘었지 줄어든 적이 없다. 현재 벌어지는 전국적인 대학 구조조정을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중앙대의 학문 단위 구조조정은 그와 상관없이 두산그룹이 만들고 싶은 대학을 만들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이른바 ‘돈 되는’ 학과로만 이루어진 대학을 두산그룹은 바라고 있다.

가장 뼈아프게 구조조정당한 것은 학생들의 ‘말’이다. 중앙대에서 표현의 자유는 정말 고생이 많다.

최근 중앙대 학보사 <중대신문>의 편집인이 갑자기 바뀌었다. 지난 5월12일치 신문에서 김창인(25·철학과 3학년)씨의 자퇴 소식을 1면에 실은 직후다. 2010년 무기정학(구조조정을 반대해 노영수씨와 함께 한강대교 고공농성)을 받은 김창인씨는 지난 5월7일 결국 “기업을 등에 업는 대학은 괴물”이었고 “대학은 세일즈하기 편한 상품을 생산하기 원했다”는 말로 두산을 비판하며 자퇴했다. 이후 5월26일치 신문부터 이태현 홍보실장의 이름이 편집인 자리를 차지했다. 기존 편집인이던 송해덕 미디어센터장(교육학과 교수)은 센터장 보직에서도 물러났다. 편집인 교체는 두산재단 비판 메시지가 응축된 김창인씨의 자퇴를 <중대신문>이 크게 보도한 데 따른 ‘후속조처’란 얘기가 돌았다.

“기업을 등에 업는 대학은 괴물”

<중대신문> 등 학내 언론은 2013년 2학기까지 독립기구인 언론매체부에 속해 있었다. 중앙대는 2014년 1학기부터 언론매체부를 미디어센터로 개편한 뒤 홍보실 산하에 뒀다. 학교의 공식 설명을 빌리면 중앙대 홍보실은 “발전하는 중앙의 위상을 대내외 각종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리는” 일을 한다. 학내 언론의 구심점인 대학 신문이 학교 홍보 매체임을 공식 선언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편집인은 센터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홍보실장이 편집인을 맡으면서 <중대신문>은 홍보실의 직접적 영향 아래 놓이게 됐다.

이태현 홍보실장이 어떤 사람인가. 중앙대를 인수한 직후 두산그룹이 과거 그룹 홍보실에서 일했던 그를 데려와 앉혔다. 2011년에는 한 입시 사이트에서 대학 서열을 노골화한 ‘서성한중’(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며 ‘최근 우리 대학의 상승세’라는 글을 커뮤니티에 올려 축배를 든 사람이다. 지난 1월 학교 청소노동자 투쟁 때는 총장을 비판한 학생에게 “집안의 가장이 설사 자신과 다른 언행을 했다고 해서 비아냥거리고 품위를 떨어뜨릴 수 있느냐”(커뮤니티 ‘중앙인’ 댓글)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특정한 세력이 청소노동자들의 눈물을 앞세워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중앙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중언회’ 소속 기자들에게 “도와달라”는 전자우편을 보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대신문>이 놓인 상황은 중앙대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느 수준인지를 잘 보여준다. 김창인씨가 학교를 떠나면서 붙인 대자보는 ‘허가’되지 않았다. 그의 선언문은 반나절 만에 게시판에서 철거됐다. 그의 용기에 감명받은 학생들이 지지 대자보를 붙였으나 역시 반나절 만에 철거됐다. 게시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철거 하루 전 승인을 받기 위해 학생들이 학생지원처를 찾아갔지만 학생지원처 팀장은 대자보에 ‘팩트’가 없고 ‘기업자본이 재단으로 군림하는 중앙대’라는 표현이 자신의 공감을 사지 못한다는 이유로 게시를 불허했다.

학내 이슈 다루거나 정치성 띤 글은 멸종

학교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학생들에 대해 중앙대는 퇴학·정학 등 중징계(독어독문학과 노영수씨 등 2010년 이후 4명)를 망설이지 않았다. 2013년 학생회 권한인 학생회장 선거에 학교가 개입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인정한 후보를 낙마시키는 일도 있었다.

말에 대한 억압은 학내 커뮤니티 ‘중앙인’이 운영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운영자인 홍보실장은 “만약 자신의 뜻과 생각이 맞지 않으면 여기서 반대를 외치시는 것보다 자신의 뜻과 생각에 맞는 곳을 찾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공지사항) 말을 서슴지 않는다. 대신 학교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글이 공지사항으로 계속 올라온다. 학교에 비판적인 학생은 아예 이용을 차단당하는 일도 적지 않다. 중앙인은 커뮤니티로서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고, 이용자가 줄면서 학내 이슈를 다루거나 정치성을 띤 글은 멸종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지만 중앙대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학교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김창인씨가 ‘정의로운 대학’을 요구하며 자퇴한 지 한 달이 조금 더 지났지만 중앙대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허가받은 목소리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면 표현의 자유는 독재시대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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