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떠나며 남길 건 기록뿐이다

| 고구미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그렇다. 우리는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를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을 찾아 반성해야 한다. 그렇기에 과거를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역시 과거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함이다. 과거를 알려면 반드시 ‘기록’이 필요하다.

2014년 현재, 중앙대학교의 역사는 잘 기록되고 있을까. 기록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학생회, 대학언론, 동아리 등 학생사회에 가해졌던 다양한 유, 무언의 압박이 있었다. 학내 문제들은 끊이지 않았다. 학내 구조조정,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 등 ‘대학기업화’라는 표상 아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왔다. 이런 문제들은 단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반복된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 문제들에 대응해야 한다. 문제를 알고, 대응방안을 고민하는 것 역시 ‘기록’된 정보를 통해 이뤄진다.

요즘에는 각 과의 학생회의는 물론 단학대회, 전학대회조차 회의록이 올라오지 않는다. 올라온다고 해도 일반 학우들이 찾을 수 없는 곳에 올라온다. 그러니 그동안 학생회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더욱 알 수 없다. 과거에 어떤 선본이 있었고, 어떤 공약을 냈는지는커녕 누가 선거에 출마했는지, 선본 이름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이것은 과거 선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선본에 대한 정보 역시 내 손에 리플렛이 들리기 전까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은 일반 학우들이 학생사회에 관심을 갖기 어렵게 만든다.

과거 학생사회를 돌아보기 위해선 중대신문 홈페이지를 검색해보거나 당시 학교에 다녔던 선배들을 찾아가야 한다.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기엔 중간중간 빈 것이 많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방식 역시 한계가 따른다. 정확한 이야기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가까운 선배들이 졸업하고나면 그것도 고민이다. 그래서 우리는 단절을 겪고 이는 반복된다. 학생사회 내에서 무엇인가 해보려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1년과 1년 사이의 단절 역시 커지고 있다.

기록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학생회 활동에 대한 노하우를 알 수도 있고, 문제를 예방하거나 대처할 수도 있다. 각 학생회가 어떤 사업을 준비했는지,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문제는 없었는지, 문제가 발생했다면 왜 발생했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갔는지 등의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성공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다.

일단 시급한 것은 회의록 공개다. 자료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회의록을 체계적으로 작성하고 보전하며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단위를 하나 꼽으라면 ‘동아리연합회’가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싸이월드 클럽을 통해 상세한 회의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부터 집행부 회의까지 자세한 내용이 기록된다.

정보를 기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공유’다. 정보가 아무리 방대한들 알려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해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타 대학을 살펴보면 기록의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곳이 더러 있다. 서울대, 한국외대, 카이스트 등에는 자치도서관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2013년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에 생긴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 역시 학생사회 내에서 ‘기록’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 관악자치도서관은 학생사회 기록보존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외대 생활자치도서관은 학회들의 아카이브 역할을 한다. 카이스트 자치도서관인 책다방은 학생출판물을 분류해 보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는 등록금심의위원회, 각종 강연, 회의 등의 자료를 모으고 축적한다. 후배들은 이곳에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과거의 일을 알게 될 것이다.

더이상 단절돼선 안 된다. 이제는 선배가 학교를 떠난 이후에도 후배들이 과거와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때다. 그 시대 사람들의 ‘기록’을 안다는 것, 그것은 그 사람들의 ‘철학’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에는 어떤 문제 속에서 어떤 고민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혹은 문제를 회피하려 했는지 말이다.

그리 어려운 일 아니지 않은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며 학생회는 떠나면서 기록을 남겨야 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