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긋쫑긋] 일상의 실천을 만나다

| 설미

 

일상의 실천 디자이너 김어진∙김경철∙권준호를 만나다

“디자인은 도구일 뿐이고, 중요한 건 우리 관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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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상관있기에 지지합니다.” 작년 겨울 중앙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실천이 보낸 메시지였다. 일상의 실천은 김어진, 김경철, 권준호가 함께 만든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잠망경>은 일상의 실천을 인터뷰하기 위해 이태원에 위치한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각종 오브제를 이용한 촬영이 이뤄지고 있었다. 인터뷰는 그들의 촬영 작업을 방해하면서 시작됐다.



  1. 일상의 실천은?

김어진) 일상의 실천은 디자인으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중앙대학교 01학번 동기 3명이 하고 있고요. 김어진, 김경철, 권준호(왼쪽부터)입니다.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손잡고’가 출범할 때 노란봉투 프로젝트를 디자인한 게 있고, 창원비엔날레의 ‘달그림자’ 포스터, 소식지 ‘녹색희망’, 청년허브 컨퍼런스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NPO센터 브랜드 작업을 하고 있고 한국에서 노동에 관한 사진을 찍는 사진가들과 함께 2015년 달력을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1. ‘일상의 실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김어진) 졸업하고 6년 동안 회사생활을 했는데, 상업 디자인의 최전선에서 일하면서 상품이라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었어요. 주문받았던 전자회사가 알고 보니까 직원들한테 문자해고를 했던 기륭전자더라고요. 다행히 같이 일하지는 않았지만, ‘부도덕한 기업의 이미지를 세탁하는 데 디자인이 쓰이게 되었을 때 디자이너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김경철) 저도 브랜드 에이전시를 다녔을 당시에 디자이너의 한계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쯤에 어진씨가 스튜디오를 차리자고 제안했고, 핸드프린트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차렸다가 준호씨가 합류하면서 ‘일상의 실천’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어요.

권준호) 저는 졸업 이후에 유학을 가게 됐는데, 중앙대 디자인대학에서 교수의 무능함이라든지, 선배의 폭력성 같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을 목격한 게 유학을 결심한 이유였어요. 그리고 돈을 벌기보다 디자이너로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기도 했고요. 자연스럽게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관심이 생기면서 작업과 연결이 됐죠. 영국에 가서 처음 했던 작업도 용산 참사에 대한 작업이었어요.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내 욕심을 채우는 개인 작업일지, 사회적으로 어떤 흐름을 일으킬 수 있는 작업일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나중에 이 친구들을 만나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고 함께 일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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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았던 작품 소개해주세요

권준호) 너무 많아서(일동 웃음). 하나만 짚어서 얘기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사회적 맥락에서 접근했을 때는, ‘손잡고’가 출범할 때 맡아서 했던 디자인이었어요. 그 작업이 실질적인 사회운동으로 확산됐고 노란 봉투가 예상을 초월한 모금을 했죠. 아주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표현적 맥락에서는 비엔날레 ‘달그림자’ 포스터가 좋아요. 저희가 만든 포스터는 저희가 직접 탱탱볼에 프로젝터를 쏘고 드라이아이스에 입김을 불어 연기를 만들었어요. 저희 팀원 네 명이 전부 참여해서 만들었던, 한국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비엔날레 포스터였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김어진) 저는 ‘녹색희망’이라는 녹색연합의 소식지를 지금 3년이 넘게 작업하고 있는데, 녹색연합 안에서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한 각이 좀 열린 것 같아서 좋았어요. 녹색연합은 일상의 실천 스튜디오가 생기기 전부터 했기 때문에 저희에게 초심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김경철) 최근 청년허브 컨퍼런스 홈페이지 작업을 했는데, 완성도를 떠나서 프로그래머 없이 처음으로 제가 혼자 만든 웹 사이트였어요. 제가 많이 발전한 것 같기도 하고 기술적 한계를 매일매일 극복해가면서 작업을 해서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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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연 디자인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요?

김어진) 디자인은 도구일 뿐이고, 우리가 스스로 어떻게 관점을 바꿔나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누구를 바꾸겠다는 건 교만이죠. 어떤 태도를 가지고 디자인을 어떻게 쓰겠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의 문제인 것 같아요.

 

  1. 사회운동에 왜 디자인이 필요할까요?

김어진) 이건 순전히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광장에 나가서 집회에 참여하거나 활동가들을 만나서 리플렛 받을 때 느낀 것 때문에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졌고 디자인 자체가 디자이너가 봤을 때 ‘가난한 디자인이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읽기 쉽고 활동 모습의 반절만큼이라도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권준호) 대학 다닐 때 집회 홍보 포스터 디자인을 했는데, 그 디자인 톤이 기존 학생 운동권이 하지 않았던 예쁜 디자인이었어요.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는 ‘순수한’ 학생들이 온 거예요. 문화행산 줄 알고 왔는데 집회라서 그때 왔던 사람들이 깜짝 놀란 거죠. 디자인과 사회운동이 너무 간극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그들만의 톤을 제대로 찾아줄 수 있는 역할을 우리가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1.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일상의 실천’이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권준호) 저는 회사를 다닌 짧은 기간 동안 제가 조직에 순응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느꼈어요. 그래서 디자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고 제 작업이 다른 사람의 작업과는 완전히 다르고,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각자의 케이스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김어진) 저도 어떻게 하라고 하는 건 건방진 태도일 것 같고,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되, 하는 동안은 불평불만을 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집요하게 해야죠. 현존하는 그럴싸한 것들로 자신의 디자인을 만드는 친구들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서 시각화할 수 있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1. 당신에게 중앙대란?

권준호) 애증 관계죠. 내가 속해있던 조직이 비합리적으로 돌아갔을 때 얼마나 잘못될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해준 것이 대학이었어요. 사회가 이상하면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말의 의미를 처음으로 알게 해준 거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제가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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