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장사하는 대학의 비극 ㅡ 1+3 국제전형 그리고 구조조정

 | 김펄프

 

* <잠망경>은 다른 대학독립언론들과 시사주간지 <한겨레21> 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 기획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한겨레21> 1032호에 실었던 “돈벌이 국제전형, 그 예정된 파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일부 수정·보완한 것으로, 원 기사는 <한겨레21>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중앙대 학생이 아니다.”

‘1+3 국제전형’을 통해 미국의 한 대학교로 유학 간 학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중앙대 학생이라는 인식은) 아예 없고 이제 미국 대학교 학생”이라고 했다. 1+3 국제전형 문제로 전·현 정부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들이 검경 수사를 받게 되면서 제도의 허상이 다시 부각된 직후였다. 본교 학생인지도 분명치 않은 학생들을 선발해 외국 대학으로 유학 보내고 그 수익을 대학과 유학원이 나눠 갖는 구조는 1+3 국제전형이 ‘예정된 파국’을 피할 수 없었던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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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기부입학제 아니냐”

지난 9월 박범훈 전 총장이 경찰에 입건됐다. 그가 실시한 ‘1+3 국제전형’이 고등교육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그의 입건 직전에 급작스럽게 사퇴한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박범훈 전 총장은 본교의 마지막 직선제 총장이자 첫 임명제 총장이며, 전 재단의 마지막 총장이자 두산 재단의 첫 총장이다. 대규모 학문단위 구조조정과 교지 탄압, 학생 징계 등 두산 재단의 광폭 행보를 책임지고 수행한 총장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는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더 잘 알려진 사람이다. 2011년 2월 총장 임기가 끝나기 무섭게 취임해 2년간 역임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선거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폴리페서’ 논쟁을 촉발하고 대선 직후에는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지명(이후 고사)됐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번 사건은 대학 총장 경력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라는 ‘힘’이 대학의 탐욕과 만난 결과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총장 임기 중에 문제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전형을 도입해 ‘돈벌이’를 하고, 이후에는 교육문화수석으로서 제도 유지를 위해 교육부에 압력을 넣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1+3 국제전형은 유학원과 연계한 일종의 유학 프로그램이다. 한국 대학에서 1년간 교환학생 자격으로 어학 및 교양 과정을 이수한 뒤 협약을 맺은 외국 대학의 2학년으로 편입해 나머지 3년을 다닌다. 수능을 반영하지 않고 낮은 비중의 고등학교 내신성적과 높은 비중의 심층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외국 대학이 요구하는 어학점수에 미달하거나 대입시험을 보지 않아도 해당 전형으로 편입이 가능해 일각에서는 일종의 기부입학제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이 한 해 동안 지불해야 할 돈이 2천여만원에 달했다. 이 돈을 유학원(35%가량)과 한국 대학(50%가량), 외국 대학(15%가량)이 나눠 갖는다.

‘유학 브로커’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이 전형이 개설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교육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교육부가 2008년 8월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의 공동명의 학위 수여를 가능하게 하면서 빈틈이 생겼다. 당시 교육부는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교육과정을 평가함으로써 단순히 외국 대학 학위 취득만을 위한 수단으로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의지는 말로만 남았다. 2010년을 전후로 본교를 포함해 송 전 수석이 총장으로 있던 서울교대와 서강대,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등이 교육부의 승인 없이 전형을 개설했다. 본교는 박 전 총장이 재임 중이던 2010년 3월부터 전형을 신설했다.

 

합격 듣자마자 폐쇄 명령 접한 13학번 지원자

교육부는 방관했다. 관련 규제 법령이 미비하다는 이유였다. 2010년 중순에야 중앙대에 전형 운영의 법적 근거를 요구했다. 대학은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교육부는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권 말기인 2012년 11월 말에 가서야 전형 폐쇄 명령을 내렸다. 전형이 국내 학위와 무관하므로 앞서 공동명의 학위 수여를 가능하게 한 규정의 취지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대학본부는 폐쇄 명령을 받아들였다. 전형 합격자가 발표된 이후였다.

대학은 자신만만했고 교육부는 무책임했다. 대학본부에 법적 근거를 요구한 이후 전형 폐쇄 명령을 내리기까지 2년의 기간 동안 박 전 총장이 교육부에 힘을 쓰지 않았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수사 시기가 조금만 빨랐다면 현직 교육문화수석으로서 불명예 퇴진하는 주인공은 송 전 수석이 아닌 박 전 총장이었을 수도 있다.

폭탄 돌리기 게임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몫이었다. 유학을 위한 가장 좋은 길이라며 홍보했던 프로그램은 교육부와 협의도 되지 않았을 만큼 위태로웠다. 특히 2013학년도 전형에 지원한 이들(13학번)은 합격 소식을 들은 바로 직후 교육부의 폐쇄 명령 소식을 접해야 했다. 꼼짝없이 합격이 취소될 판이었다.

학부모와 합격자 학생들은 ‘교과부 폐쇄 명령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전형 폐쇄 명령 취소소송’을 내는 등 긴 법정싸움에 돌입했다. 이듬해인 2013년 1월에는 학부모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했다. ‘교육부 방침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대학본부와 ‘대학이 책임지고 학생들을 보호하라’는 학부모가 맞섰다. 농성 둘째 날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는 것으로 판결이 났고, 셋째 날 취소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원안대로 학생들을 보호하겠다는 대학본부의 입장이 나왔다. 농성은 3일 만에 끝났다.

취소소송은 지난 9월 항소심에서 각하 판결로 마무리됐다. 그사이 전형을 통해 마지막으로 입학한 13학번은 국내 1년 과정을 마치고 미국의 C대학으로 편입했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이 “이미 중앙대에서 학점 취득을 마치고 이를 인정받아 C대학에 다니고 있어 폐쇄 명령 취소 여부에 따라 법률적 지위에 아무런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각하의 이유였다. 폐쇄 명령은 그대로 유지돼 전형은 되살릴 수 없게 됐다. 사태는 별다른 피해자 없이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소식 접하는 유일한 통로는 언론

하지만 사태를 만든 장본인들이 아직 남아 있다. 판결 2주 뒤 박 전 총장이 입건됐다. 대학본부는 사태를 완전히 잊은 것처럼 행동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한 대학 국제교육팀은 후속 처리를 묻는 <잠망경>의 질문에 “이미 종료된 업무”라는 말만 했다. 학우들이 사태의 추이를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외부 언론이 유일했다. 언론의 대학평가 결과는 발표 즉시 홍보하면서, 정작 알리고 해명해야 할 문제에는 침묵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송 전 수석이 단순히 고등교육법을 위반해 사퇴했다고 보기엔 ‘사안이 너무 가볍기 때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자와 교육기관이 고등교육법을 위반한 것만 해도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결국 1+3 국제전형 사태는 단순히 대학본부가 법적 절차를 착오해 일어난 ‘사고’가 아니다. 대학을 장사의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는 대학본부의 사고방식이 빚어낸 필연적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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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사고는 끝났어도 사건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대학은 그들이 실패한 이유를 스스로 묻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3 국제전형 사태에 침묵하는 사이 중앙대가 마주하게 된 것은 다시 ‘구조조정’이다.

어느 학과가 얼마나 인원이 줄고 혹은 폐과될지, 언제나 그렇듯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11월 24일 현재 평가지표가 확정되고 그에 대한 설명회가 진행된 정도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구조조정 계획이 가시화되자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인문학 죽이기’가 우려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국경제>의 9월 11일자 기사가 그 예다. 이 기사는 “중앙대가 인문·예체능계열 학부 정원을 줄이고 공학계열 정원은 늘리는 방향으로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물론 기사 발행 시점에 평가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오보일 가능성이 높다. 보도가 나오자 김병기 기획처장은 중앙인 커뮤니티 공지사항을 통해 “아직 구체적인 세부 방향이나 구조개편 내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사결정도 없음”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취업률이 낮고, 논문 평가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학과를 축소해 대학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한다”는 오보의 내용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중앙대의 모습이 어떠한가를 잘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중앙대가 보여 왔던 모습들이 바로 그랬기 때문이다.

 

이윤추구를 위한 구조조정

11월 21일 진행된 학부 학문단위 구조개편 관련 평가지표 설명회는 대학본부가 대학을 이해하는 방식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김병기 기획처장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서 공개된 구조조정의 추진과제는 다음과 같았다. ▲미래지향(2~30년 뒤에도 존재할 학문단위의 신설) ▲대외경쟁력(빠른 시일 내 최상위권 진입) ▲자원배분(피어그룹 내 최상위권 우선 육성) ▲취업률(원하는 일자리에 취업) 등이다.

‘대학평가’가 거듭 강조됐다. 특정 대학을 언급할 때 “우리보다 순위가 떨어지는” 혹은 “우리와 비슷하거나 못한”과 같이 대학평가 순위를 기준으로 비교하는 말들이 붙기도 했다. 구조조정의 목표는 ‘최상위권’에 진입하는 것이었다. 구조조정 평가지표를 공개하면서는 외부에 공개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기업으로 따지면, 이 지표는 우리 학교만의 ‘영업비밀’에 해당된다. 전체학생에게 공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니 배려하셔서 표 자체가 외부에 공개되는 일은 삼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대학본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학의 ‘물적 가치’였다. 사회적 수요가 높은, 즉 꾸준히 등록금을 받을 수 있는 학문단위를 집중 육성하는 것. 대학평가에서 다른 대학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 “우수자원 유치·육성·배출(설명회에서 제시된 구조개편의 목표)”, 즉 대학의 아웃풋을 높여줄 인재를 받고 또 내보내는 것. 순환논리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좋은 인재를 받아야 하며, 좋은 인재를 받기 위해서는 평가를 잘 받아야 한다. 학교의 기대처럼 일이 진행된다면 불가능한 논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 논리고리에서 빠져있는 게 있다. 두 시간 남짓 진행된 설명회에서 대학의 교육적 역할과 공공적 기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타 대학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대학이 돼야 한다는 욕망과 양적 성장에 대한 집착만 있었을 뿐이다. 특히 ‘영업비밀’이므로 평가지표를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기획처장의 간곡한 부탁이, 이번 구조개편이 교육적 목적과는 상관없이 순전히 중앙대학교의 ‘이윤추구’를 위한 것임을 잘 보여주지 않는가?

대학의 이윤추구. 1+3 국제전형 사태로 중앙대가 오명을 뒤집어쓰게 만든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구조조정 시도의 결말 또한 뻔하지 않을까? 지금 중앙대학교에 필요한 것은 대학 본연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방향성에 대한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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