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신캠퍼스 MOU’라는 맥거핀

| 얀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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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의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서사적 장치가 하나 있다. 이른바 “맥거핀”이라 불리는 것으로, “단지 이야기를 작동시키는 데 봉사하는, 그러나 그 자체로는 어떠한 가치도 없는 공허한 구실.” 지젝은 맥거핀의 은유를 영화 텍스트를 넘어 사회현실을 읽어내는 데 활용한다. 예컨대 지젝에 따르면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벌일 때 동원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는 맥거핀의 명백한 사례 중 하나이다.

2001년 9.11 테러사건이 일어난 뒤 미국은 북한·이라크·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였다. 그 후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함으로써 자국민 보호와 세계평화에 이바지한다는 대외명분을 내세워, 2003년 3월 20일 새벽 바그다드 남동부 등에 미사일 폭격을 가하면서 전쟁을 개시하였다. 총 30만 여명의 병력이 동원되어 약 한 달간 감행된 전쟁은 민간인 1천여 명을 포함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고 막을 내렸다(공식적으로는 미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2011년 12월 15일 이라크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였다). 전쟁이 끝나고 WMD를 찾기 위한 수백 번의 조사를 벌였지만, 결국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 측이 승전을 선포한 뒤의 2004년 10월, 미국이 파견한 조사단이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마지막 보고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위협하진 못했는데, 이라크 인들(“후세인”)은 너무나 교활해서 WMD를 결코 찾지 못할 곳으로 이리저리 이동시키거나 은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를 따를 때 결코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대량살상무기’를 규정하는 핵심적 특징이 된다. 요컨대 미국의 입장은 이렇다. ‘그것은 결코 발견될 수 없기에 훨씬 더 위험하며, 그러하기에 사전공격을 통해 무력화시켜야만 했다.’

 

‘MOU’라는 마법의 단어

우리는 또 하나의 익숙한 사례를 통해 공허하지만 파괴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맥거핀’의 작동을 살펴보고자 한다. 바로 중앙대 구조조정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인 ‘신 캠퍼스 건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라는 맥거핀이다.

신 캠퍼스 추진은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중앙대와 하남시는 학생 10,000명, 교수 500명 규모의 IT, BT 연구중심의 대학건립을 목표로 2014년 부분개교, 2018년 전면개교를 목표로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새로 들어온 두산 재단과 학교본부는 현 안성 캠퍼스를 매각하고 하남 캠퍼스로 이전한다는 계획 하에 강도 높은 일련의 학문단위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2010년 2월, 구조조정의 여파로 캠퍼스가 어수선하던 시기에 박범훈 전 총장은 인천시 검단과도 신 캠퍼스 건립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들뜬 마음이 여실히 드러난 ’총장님 메시지‘를 올렸다. 이제 바야흐로 중앙대는 흑석동 캠퍼스를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하남캠퍼스, 서쪽으로는 검단캠퍼스를 가지는 멀티 캠퍼스 체제를 갖추게 되며, 3개의 캠퍼스는 지하철 9호선과 동일한 교통망으로 연결되어 대외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 모든 것이 글로벌기업 두산과 박용성 이사장의 육성의지 덕분이라는 치하도 빼놓지 않았다.

장밋빛 환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5년간의 답보상태 끝에 하남캠퍼스 이전은 지난해 8월 하남시가 중앙대가 제출한 캠퍼스 건립(안)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백지화되었다. 인천시도 애초 MOU체결 시 약속했던 캠퍼스 건립비용 2000억 원 지원 등이 시의 재정여건상 어려워졌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공식 통보했다. 이미 지난 2년간 신 캠퍼스 이전과 연계해 학문단위 재조정 및 흑석 캠퍼스와 안성캠퍼스에 대한 통합 운영안을 의결한 뒤였다. 그간 숱한 학과가 사라지거나 통합되었고, 캠퍼스 통합에 따른 수강신청 전쟁 및 강의/연구 공간 부족사태가 양산되었다. 그 모든 불편함과 부작용을 캠퍼스 이전 과도기의 불가피함으로 포장했던 것이 ‘MOU’라는 마법의 단어였다. 그러나 우리의 자의적 소망이 부여한 마법을 벗겨내고 살펴보면, 그것은 사실 양측의 사정에 따라 간단히 폐기될 수 있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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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MOU 체결, 또 다시 작동하는 톱니바퀴

이대로 무산되는가 싶던 신 캠퍼스 건립은 지난 5월 4일 인천시와 중앙대가 새로운 MOU를 체결하면서 다시 점화되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MOU는 2010년 2월에 체결했던 MOU의 내용을 대폭 수정한 것이 특징이다. 일단 인천시가 2000억 원의 캠퍼스 건립 지원비를 지원하기로 했던 항목이 삭제되었다. 가뜩이나 인천시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터라 계속해서 문제가 되던 항목이었다. 대신 인천시는 기존 66만㎡의 학교용지에 33만578㎡의 주거·상업용지를 추가, 모두 100여만㎡가 캠퍼스타운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인천시가 33만578㎡의 주거·상업용지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을 캠퍼스 조성비로 간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천시와 중앙대는 각종 행정절차를 마치는 대로 1년 이내에 본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상호 문제가 되던 부분들을 조율하면서 새롭게 체결한 MOU라 이번엔 뭔가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림을 그린 후 모두의 염원을 모아 주문을 건다고 조감도가 콘크리트 건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인천시는 검단 캠퍼스 건립을 택지개발에서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함으로써, 주거·상업용지를 개발해 얻어지는 ‘도시개발 이익금’으로 캠퍼스 건립을 지원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쉽게 말해 캠퍼스 주변에 아파트와 상가를 지은 후, 그 분양 수익을 캠퍼스 건립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자주 거론되고 있는, 미래 수입에 대한 파이낸싱을 일으켜 부동산 개발을 진행하는 소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미래의 수입을 근거로 자금을 조달하는 이러한 개발방식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 경우 위험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아예 사업자체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가뜩이나 미분양이 속출하는 마당에 신규 아파트를 짓겠다는 투자계획에 누가 자금을 대겠는가?

이는 기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해 개교한 연세대 송도캠퍼스의 경우 위와 같은 개발방식으로 조성되어, 아파트 분양 개발이익금으로 학교 건물을 짓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이 여의치 않아, 애초 연세대가 약속했던 해외기관 및 대학 유치, 세브란스 병원 건립 등이 모두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 1만여 명의 학생을 유치하겠다던 연세대 송도캠퍼스는 지난해 개교한 이래 단 480명의 학생만이 수업을 들었다. 아직은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놓은 유령대학에 불과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인천시민들의 큰 반발마저 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는 검단캠퍼스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검단캠퍼스가 들어설 예정인 검단2지구는 공동 사업자인 인천도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 유동성 문제로 토지 보상금조차 지급하기 어려워 사업시기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이다.

 

신 캠퍼스는 나도 몰라, 구조조정만 하면 돼!

조금 더 진실에 가까운 그림은 이렇다. 인천시만이 아니라 수도권 지자체들은 최근 수년간 반환되는 미군기지 및 그 주변에 대학을 유치하는 길이 열리면서 대학 이전 사업을 활발히 추진했다. 마땅한 발전시설이 없는 지자체들이 대학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대학 측은 지자체와의 협상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새로운 캠퍼스를 건립하거나 이전할 수 있었다. 2006년 이화여대가 캠프 에드워드 일대에 파주캠퍼스를 추진하겠다고 MOU를 체결한 데 이어 2007년 성균관대(평택 브레인 시티)와 중앙대(하남 캠프 콜번 일대) 등 경기 지역에만 12개 대학들이 MOU를 체결했다. 인천 송도신도시에도 연세대, 고려대, 한국외대, 가톨릭대 등 10여 개 대학들이 캠퍼스 유치에 나섰다. 2012년 현재, 이 중 연세대 송도캠퍼스 외엔 모두 캠퍼스 조성이 무산되거나 입주 계획이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다분히 부동산 개발 붐에 편승한 장밋빛 환상에 불과했던 신 캠퍼스 건립 열풍은 2008~2009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내 그 공허한 실체를 드러냈다. 그러나 중앙대에서만은 끈질기게 ‘맥거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가 이라크 침공의 명분을 제공했듯, 신 캠퍼스 건립은 중앙대 구조조정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아도 미국이 “이라크는 큰 나라이고, 후세인은 WMD를 숨길 시간이 많았다. 우리에게 시간을 더 주면 그것을 분명히 찾아낼 것이다!”는 공언으로 전쟁을 이어갔듯, 신 캠퍼스 건립이 진행되지 않아도 학교 본부는 “교육기관의 건립은 100년 대계라는 말이 있듯이 넓은 시각으로 기다려주길 바란다. 우리에게 시간을 더 주면 그것을 분명히 건설할 것이다!”는 변명을 내놓을 것이다. 전쟁이 그러했듯, 그 와중에 무수한 구체적 삶들이 뿌리 뽑히고, 제거되고, 잊히게 되리라.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통해 ‘예방 공격’이라는 독트린을 실천할 수 있었다. 그것은 미래에 가정된 테러위협에 대한 선제공격을 정당화한다. 여기엔 전도된 시간의 논리가 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무언가로 다루어진다. 중앙대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학과들을 통폐합하고, 흑석캠과 안성캠을 통합한 명분과 근거는 미래에 건설될 신 캠퍼스였다. 아직 첫 삽이나 뜰 수 있을 지도 불분명한 미래이지만 말이다. 아니, WMD처럼 신 캠퍼스 건립 자체는 부차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 구조조정만 단행할 수 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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