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긋쫑긋] 레인보우피쉬를 만나다

| 짱큰콩

 

최근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인 ‘중앙대학교 대나무숲’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본인이 양성애자이며 ‘그저 어디에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여기에서라도 털어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창에 동성애와 바이섹슈얼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견해를 밝히거나 지지의 말을 덧붙였다. 그 와중에 몇몇은 친구를 태그하여 ‘너냐?’며 장난 식으로 물어보거나 게시글을 희화화하기도 했다.

작년 1월 전국 15개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가 모인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Queer University)’가 출범했다. 최근 점점 더 많은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대학가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몇몇 대학에서는 성소수자 동아리가 내건 신입생 입학 축하 플래카드가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자)들에 의해 찢겨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위 사례들은 모두 행동의 수위에서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 같은 관점에서 나온 두 가지 다른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들과 나는 충분히 떨어져 있다’는 ‘타자화’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바로 그러한 인식 혹은 의지를 둘러싸고서 일종의 ‘평온한 광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 아닐까.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대한 광장 말이다.

이토록 평온한 광장에 자꾸만 균열을 내는 이들이 있다. 발족한 지 14년 만에 ‘성소수자 모임’에서 학내 동아리가 된 중앙대 성소수자 동아리 ‘레인보우 피쉬(이하 레피)’다. ‘멀리 있어 아름다운, 환상 속에서 지지받아야 할’ 이들이 학내 동아리로 활동하기 시작하고, 자치언론을 펴내고, 캠퍼스 곳곳 각종 행사들을 주최하고 있다. 캠퍼스뿐만 아니라 외부 활동이 있을 경우엔 단체로 출격하기도 한다. 이 광장의 한 구석에서부터 꿈틀꿈틀 헤엄쳐 나오고 있는 레피를 만나 학내 동아리가 되기까지 이야기와 레피 활동을 하면서 드는 고민들, 학교에서 일상과 새내기 시절의 기억 등을 들어보았다.

 

잠망경 : 레피,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레피 :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적 지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모여 있다. 그 학생들이 주체가 돼서 학내 성소수자 간에 친목을 도모하기도 하고, 여러 단체와 함께 대학 안팎의 성소수자 인권 향상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단체의 이름은 실제로 호주 근해에 사는 무지개색 물고기 이름인 ‘레인보우 피쉬’에서 따왔다. ‘레인보우 피쉬’가 무지개빛 비늘을 반짝이며 바다를 헤엄치듯, 우리도 세상을 향해 힘 있게 나아갔으면 한다는 의미에서 지은 거다.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여섯 빛깔 무지개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99년도 몇몇 학우들의 친목 모임으로 꾸려졌다가, 2000년도에 다음 카페 ‘중앙대학교 이반들의 모임’이 만들어지면서 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1년부터 ‘레인보우 피쉬’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잠망경 : 14년 만에 학내 정식 동아리가 됐다고 들었다.

상근 : 07년 겨울 쯤 ‘카우 이반’이라는 이름으로 게이 형들이 카페를 만들었다. 거기 가입해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곳을 되게 멋진 동아리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그게 어렵더라. 가동아리든 뭐든 정식동아리로 만들고 싶었는데 어려웠다. 내부적으로도 ‘아웃팅(타인에 의해 동의 없이 성적지향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혹시라도 그렇게 노출되는 단체가 됐을 때 새로운 사람이 안 들어올 것 같기도 했고. 얼굴이 공개됐을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 등에 대한 고민이 몇 년에 걸쳐서 이야기됐다. 또 그 와중에 구성원들이 중간 중간 바뀌면서 논의 지속성을 갖기 어려웠다. 동아리 등록 요건이 까다롭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서 동아리가 된 거라 오래 있던 사람으로서는 염원했던 게 이뤄진 거고,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벅찬 일이다.

아스토 : 전체동아리대표회의(이하 전동대회) 당시 난 프레젠테이션을 했었는데, 사실상 숟가락만 올린 셈이다. 이전까지 동아리 등록을 위한 여러 준비가 있었다. 동아리를 등록할 때는 회원 명부 20명 이상을 제출해야 하는데, 우리 동아리 특성상 이걸 명부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아웃팅의 단초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지지자 서명 정도로 대체하는 안을 내서 가결시켰고, 그 다음에 그걸 발판으로 안건을 올려서 이번에 동아리가 됐다.

레피현수막

 

잠망경 : 이번 일이 레피한테는 어떤 의미가 있나?

상근 : 레피가 모임에서 동아리가 되면 우선 구성원들의 입지가 생긴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가 정식 동아리가 아니었을 때는 모임이라는 이름을 써야 했다. 타 대학은 동아리라고 말하는데, 그 말에서부터 오는 차이가 일단 크다. 가령,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조례에 그치지만 그래도 명문화 되어있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우리도 어떤 말을 할 때 학내 동아리라는 근거가 생긴 것이다. (전동대회에서 의결권을 가지기도 하는 등) 입지가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변화다.

아스토 : 홍보가 좀더 잘 되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저희가 매번 현수막도 걸고 포스터도 붙였지만 입학 시즌에 신입생이 이만큼 많이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 동아리 홍보 책자에 레피가 실리니까 그거 보고 들어온 신입이 많다. 사실 그것 때문에 학생처가 학부모들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다. “(성소수자 동아리가 학교 동아리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등. 중앙인에 글도 많이 올라왔다. 그래도 어쨌든 학내에도 성소수자가 있다는 걸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전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성소수자 동아리가 저희가 8번째다. 등록된 동아리 수가 많지 않은데, 그런 측면에서 또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까다로운 요건들을 통과해서 동아리에 등록되었지만, 동아리가 된 이후 활동의 첫걸음을 떼는 것부터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 전화 때문일까, 레피는 얼마 전 학생처로부터 너희는 가동아린데 왜 자꾸 공식 동아리라는 이름을 쓰냐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잠망경 : 이전까지는 어떤 활동을 했나?

상근 : (주 활동은) 영화제였다. 레피가 처음 했던 일이 영화제이기도 하고. 내가 처음 참여한 게 2009년에 <녹지>랑 성평등상담소(현 인권센터)랑 함께 했던 ‘성평등 문화제’인데, 거기 하위 프로그램으로 퀴어 영화를 상영했다. 그 다음 해 영화제 하면서 책자도 냈고. 그러면서 중간에 청소년 성소수자 멘토사업, 학교에서 영어나 중국어 가르치기, 시나리오 쓰기, 그림 그리기 등등. 인터뷰도 많이 했다. 그 외에는 내부적으로 신입들 맞이하고 정모하고 퀴어페스티벌에서 부스 내고. 어떤 방향성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식이었다. 방향성을 유지할 여건이 안 됐던 것 같다.

 

잠망경 : 동아리 책자에 나와서 새내기들도 많이 들어왔다고 했는데, 그럼 이전까지 신입들은 어떻게 알고 들어온 건가?

상근 : 학내 여성주의 교지 <녹지>랑 인터뷰할 때마다 신입생 수가 좀 늘었다. 보통은 찌라시 같은 걸 만들어서 화장실 등지에다 붙이거나 해서 신입을 모았다.

 

잠망경 : 대외활동을 하면 커밍아웃 하지 않은 분들은 꽤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아스토 : 현재 상황으로써는 말 그대로 일정부분 포기를 한 사람들이 총대를 메고 한다. 어떤 자리에서 우리의 입지를 보여주려면 어쨌든 누구든 앉아있어야 하는 건데, 그러려면 아웃팅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수할 사람들이 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아예 바뀌지 않는 한 계속 그렇게 될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예전엔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고마운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나 말고도 그렇게 좀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 점에서 다른 구성원들한테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상근 : 분명 보이지 않는, 근거 없는 공포는 있을 거다. 동아리에 가입하면 아웃팅 당한다는 둥. 그런데 레피에서 그런 피해사례는 없었고 다들 잘 살면서 학교 다니고 있으니까. 대표적으로 나. 사실 원래 그런 거에 별 감이 없기도 했지만(웃음). 타 학교나 단체에서 인터뷰도 많이 들어오고 그게 반복이 되다 보니까 면역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 구성원들도 그걸 반복하다보니까 괜찮구나, 하면서 안정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대학을 벗어난) 바깥 사회에서 속하게 될 준거집단에서는 어떨지 잘 모르겠는데,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서 괜찮은 거 같다.

 

고등어

 

잠망경 : 그런 대외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서 들어온 분도 있을 테지만, 다른 동기로 들어온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아스토 : 나 같은 경우는, (내 성적지향을) 좀 늦게 알았다. 군대에서 알게 된 계기가 있었고.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그 안에서 상담까지 받았다. 서울대 동아리에 활동하는 후임이 있었는데 걔가 중앙대에도 그런 동아리가 있다고 알려주더라. 그래서 제대한 뒤 가입하고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 하고, 배우는 입장으로 여러 이야기들 듣고 그러다가, 회의 나가고, 시위도 나가보고. 우리 동아리가 인권운동을 하고는 있지만 내가 보기엔 이걸 막 푸쉬하는 분위기는 아니라서, 그냥 자연스레 접하게 된 것 같다. 옛날 같았으면 서울시 인권헌장 이런 이야기 들어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겠지만. 동아리에 속한 누군가가 시위를 나가고 소식을 계속 업데이트 해주면 또 접하는 게 많아진다.

(처음부터) 인권운동을 하겠다고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쪽 사람들이 너무 없으니까. 만나기가 어려우니까. 그런 점에서 친구들을 만들고 싶다는 동기에서 들어온 분들이 가장 많다. 아, 청소년기부터 다른 커뮤니티 활동을 해서 ‘내가 대학 들어오면 그런 동아리에 가입해야지’해서 오는 새내기분들은 꽤 있다.

상근 : 대개 대학생 때 성소수자 동아리에 처음 발 딛는 경우가 많다. 이전까지는 이런 이야기들은 온라인에서만 털어놓을 수 있거나, 운이 좋은 극소수의 사람은 주위에 있는 몇몇 사람한테도 말할 수 있는 건데. 그런 측면에서 대학생 새내기로서 갖게 되는 판타지나 그런 기대치가 커져서 들어온다. 지금 들어오는 15학번 레피 학생들은 굉장히 많은 기대감을 갖고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잠망경 : 활동하면서 새롭게 생긴 고민들도 있을 것 같다.

아스토 : 지금 시점에서 중심적인 사안이 두 가지다. 하나는 가동아리가 됐는데 어떤 식으로 나아가 정식동아리가 될 건가. 어떻게 좀 더 활발한 활동을 해나갈 것인가.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되게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예컨대 한양대 경우 총여 산하에 위원회가 따로 있어서 둘이 같이 간다. 위원회에서는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를 같이 받아서 학내 인권 활동을 이어가고. 동아리는 동아리대로 친목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일종의 분업 시스템이다. 동아리는 아니지만 총학생회 산하기구라든지 특별기구로 설치해서 운영하는 대학도 있다. 그런 걸 보다보면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든다.

두 번째 고민은, 비성소수자 회원을 받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가동아리 승인 찬/반 투표 때 받았던 질문이 ‘성소수자만 받느냐, 비성소수자도 받느냐’는 거였다. ‘너희만을 위한 걸 굳이 정식동아리로 인준할 이유가 있느냐’면서. 거기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꼭 받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한테는 아웃팅이라는 문제가 늘 있으니까.

상근: 디펜스를 해줄 수 있는 연대를 지원해주겠다면 가능하다. 사실 동아리가 됐다고 해서 성소수자 입지 자체가 아주 좋아지는 게 아니다. 노출이 많이 되는 만큼 폭력에도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걸 보호해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있어야 한다. 분명 동아리가 됨으로써 더 좋은 처지로 가는 건 맞지만 그만큼 위험도 높아지니까. 연결된 학내 지지망이 있어야 하고 또 그게 가시화되어야 한다.

해외 같은 경우에는 비성소수자 학생들의 얼라이언스(동맹)가 있다. 정체성에 상관없이 이런 활동을 하고 페미니즘이나 퀴어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러면 함께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아진다. 우리도 그렇게 같이 갈 의향이 있고 또 이건 조율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레피가 요구받아야 되는 지점일 뿐만 아니라 더불어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잠망경 : 딱 이 시기가 새터다, 엠티다, 개강총회다, 동기회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 할 일도 술자리도 많을 때잖나. 그런 자리들이 되게 설레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굉장히 불편한 일도 많이 생기는 자리인 것 같다. 레피의 새내기 시절 경험담을 좀 듣고 싶다.

상근 : 음, 새내기 때?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웃음) 새내기 땐 몸을 좀 사렸다. 고등학생 때부터 ‘여자친구’라는 단어를 안 썼고 ‘애인’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대학에서 처음 여자친구라는 말을 써봤다. 계속 “넌 왜 여자친구 안 사귀냐”라고 물으니까 “그냥, 별로 관심 없어”라고 했었던 것 같다. 그냥 그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서. 질문을 계속 받으니까 지치기도 했고. 그게 일상이다. 자기 정체성을 오픈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상이다.

아, 그런 것도 있었다. ‘레즈샷’ ‘게이샷’ 이런 거. 내가 재작년에 들었던 것 중에 제일 충격적인 건 ‘병신샷’.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너무 부족한 사회인 것 같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있으니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는 생각하는데, 한편으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굳이 누가 그걸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갖춰야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호기심과 무례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그런 질문 받으면 그냥 다 말해줘 버린다. 그리고 나서 덧붙인다. 너 여친이랑 섹스하는 거, 어떤 자세로 어떻게 하는지 그런 거 다 말하냐고. 다들 커밍아웃 하기 전에 그런 고민을 한다. 인지를 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너무 안 되는 것 같다.

 

잠망경 : 꼭 술자리가 아니라도 강의실이나 과방에서도 종종 불편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

상근 : 학교 어디에서나 그런 걸 겪는다. 신입생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다. 여전히 호모포비아적인 교수들도 있고. 일례로 2011년인가 홍대 미학 강의 하는 교수가 호모포비아적인 발언을 하고 학생이 문제제기를 했더니 시험문제에서 호모포비아냐 아니냐를 가늠할 수 있는 문제를 내가지고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홍대 미학 모임에서 교수 규탄하는 자보를 쓰기도 했고. 결국 그 교수가 사과문을 올렸다. 한국사회는 성별 이분법적이 매우 강한 사회이기 때문에 일상이 피곤하다. 그런데 그때는 이런 불편함에 대해서 설명할 수도 없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났으니까 이야기할 수 있는 거고.

성소수자

 

그래서 레피라는 집단이 안식처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학습이라는 게 또 무서워서 내부에서도 도돌이표가 있긴 하다. 없진 않다. 어쨌든 간에 최소한 열린 귀는 갖고 있다는 게 레피의 장점이겠고. 다양성에 대한 기본적인 자기 이해와 성찰, 나하고 또 다르겠지 하는 이해가 생기기 때문에.

 

잠망경 : 마지막으로 새내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꼭 새내기가 아니더라도 학우들이나 학교에 하고 싶으신 말도 좋다.

아스토 : 레피가 ‘동아리’가 됨으로써, ‘새 출발’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일단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할 예정이고, 다음 책자도 곧 발간된다. 3월 중으로는 나온다. 앞으로 저희 활동에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고. 레피라는 동아리가 있다는 것 그 자체로써 여러분에게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우리 학우들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다는 거다. 뻔한 이야기지만 잘 모른다. 특히 남자들은 게이나 레즈를 환상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줬으면 한다. 이런 동아리도 있다고. 있다!! 내 주변에 있다!! (웃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이걸 한 번만 더 생각하고 해줬으면 한다.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학생 때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접했으면 좋겠다.

상근: 캠퍼스에서 담론에 대한 이야기가 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전지식을 담는 역할은 레피가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단위에서는 더 많은 담론을 내주고, 레피가 또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걸로 인해서 인터뷰가 들어오면 저희도 초반에 그런 씨앗뿌리는 이야기를 넘어서서 또 다른 의제를 건넬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러고 싶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공부하고 교양을 좀 쌓았으면 좋겠다. 네이버 댓글 같은 거 좀 보지 말고. (웃음) 그런 거 보면서 이상한 지식 쌓지 말고. 그냥 도서관 사이트 들어가서 ‘동성애자’만 쳐도 좋은 책들 나온다. 사회 전반에 관해서 좀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교양을 쌓았으면 좋겠다. 취직하니까 더 느껴진다. 그런 건 이때(대학생 시절)밖에 안 되더라.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누군가와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이때밖에 없다는 걸. 많은 교양을 쌓고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들 많이 했으면 좋겠다.

요즘 그렇게 스펙, 스펙, 스펙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교양을 쌓아놓지 않은 상태에선 어떤 스펙도 쓸모없다고 생각한다. 실무적인 능력은 회사가 가르치는 게 맞는 거고, 대학에 왔으면… 물론 중앙대가 지금 굉장히 역행하고 있긴 한데… 이거 보는 사람이라면 다음 ‘자캠’(자유인문캠프) 강의 한 번 들어봤으면 좋겠다. 좋은 거 진짜 많다. (필진들 환호) 내가 학교 다닐 때 이게 있었으면 진짜 다 나왔을 거다. 그땐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녹지> 하나뿐이었다. 새내기 때 교수님 따로 찾아가기도 부담스럽잖나. 조금만 아끼면 모을 수 있는 돈이니까. 들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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