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해답은 여전히 학생회

― 우리의 권리는 학생회만이 되찾아올 수 있다

| 프리스티

 

학생회는 학생들에 의해 선출되고 구성되며, 학생들의 자치 활동을 대표하고 지원하는 학생자치 기구다. 사실, 학생회는 유지되어야 할 별다른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이 55년 동안 대학에서 존속하고 있는 기구다. 다만 근거를 찾자면 ‘55년’이라는 역사적 경험이 바로 학생회가 존속해야 할 근거가 될 것이다.

 

학생회 55년의 역사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학생회는 1960년에 처음 생겨났다. 이승만 정권에 의해 생겨난 학생 동원과 학원 통제 기구였던 학도호국단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반대하고 해체하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4․19 혁명이 일어났고, 이후 허정 과도정부에서 학도호국단을 해산시키자 학생들이 스스로 자율적으로 만든 학생자치 기구가 바로 학생회다. 이후 55년 동안, 학생회 역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1960년대의 학생회는 막 등장한 이후 ‘학생자치’의 목적과 내용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을 겪었고, 1970년대의 학생회는 유신독재에 맞서다가 폐지되고 학도호국단이 부활하는 수모를 겪었으며, 1980년대의 학생회는 사회 변혁적 학생운동과 결합하여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1990년대의 학생회는 학생운동의 퇴조와 대학 캠퍼스의 성격 전환과 맞물려 논쟁과 비판의 한 가운데에 있었으며, 2000년대의 학생회는 대학 기업화의 소용돌이와 ‘비권 학생회’의 등장 속에서 위기를 맞이했다. 그렇다면 2010년대의 학생회는? 학생회 연합체인 한국대학생연합 등은 ‘반값 등록금’을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등 활약했지만, 정작 대학에서 학생회의 위상은 선거를 둘러싼 부정과 비리, 저조한 참여율 등으로 인해 점차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 많은 대학에서 선거를 통한 학생회 수립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로 학생회의 위상은 추락했다. 이는 그동안 대학생들의 공동체로서 학생회가 가지고 있던 역할과 기능 자체가 대학 사회의 파편화와 더불어 약화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섣불리 ‘학생회의 위기’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학생회가 생겨난 지 채 10년도 지나지 않았던 60년대 말에도 이미 학생회를 둘러싼 부정 선거와 비리들이 입소문에 올라 학생회 자체가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고, 70년대에는 아무도 학생회장에 출마하지 않아서 학생회가 사라진 상태로 수년을 보내온 학교들도 적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한총련을 둘러싼 상해 사건들, 그리고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지정되면서 학생회 간부들이 대거 수배되는 상황도 있었다. 이처럼 반복되어 왔던 위기 속에서, 그리고 도저히 학생회를 지속시켜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던 시기들을 보내면서도 대학 학생회는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고, 자신의 역할과 목적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학생회의 새로운 역할?

특히 고등교육이 엘리트 교육에서 대중 교육으로, 이제는 점차 보편 교육의 단계로 이행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대학이라는 공간이 일부 사립재단의 손아귀를 넘어서 대학 구성원 모두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재편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학 학생회 역시 이러한 재편과 변화의 주체로서, 학생들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기구로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이미 2010년대부터 대학 평의원회 제도 실시가 본격화되면서, 대학 구성원들이 대학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소박한 수준에서나마 확산되고 있다. 대학 평의원회가 아직 자문기구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가 있으나, 이러한 제도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또한 실질적으로 학생 대표자가 대학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들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실천하는 것이 오늘날 학생회에게 주어진 새로운 임무일 것이다.

그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역시 오늘날 학생회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2015년 현재 출생자 감소로 인하여 학령 인구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며, 2023년 기준 한 해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40만 명으로 예측된다. 이는 2013년 기준 대학 입학정원 54만 5천명 보다 15만 명 가량 적은 숫자로, 지금의 상황에서 대학 정원을 감축하지 않는다면, 2019년에는 대학 입학정원과 고등학교 졸업자의 숫자가 역전되는 상황이 예견되고 있다.

 

대학구조조정이라는 파도에 맞서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대학의 입학 정원을 주기적으로 감축한다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전국 대학에 대한 일률적인 감축이 아니라, 대학 평가를 통해 감축 대상 대학들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평가 지표가 수도권 대형 종합 대학들에 유리한 상황에서, 지방의 중소 규모, 특성화 대학들에게 정원 축소가 일방적으로 강요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립대들이 운영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학령 인구 감소와 정원 감축은 지방 사립대들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대규모 대학들은 평가 지표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정원 감축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대학 평가 지표를 핑계로 학과 통폐합을 단행할 우려가 크다. 중소규모 대학들은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면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으며, 향후 대학 평가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가산점을 받기 위해 정원 감축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원 감축은 특히 취업률을 이유로 순수학문이나 예술 계열 학과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니,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이러한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들이 양산되고 있다.

대학구조조정과 학과 통폐합의 ‘대량 학살’이 우려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학생회는 이러한 구조조정에 맞서 학교와 정부에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통로로서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학령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상황은, 역으로 지금까지 양적 팽창만을 일삼았던 한국 대학 교육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학 교육 체제의 강제적 재편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까지 학생들의 임의적인 자치 기구로서 존속하고 있는 대학 학생회가 법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제도적으로 학생들의 의사를 표출하는 기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과 요구들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대학 학생회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로에 선 학생회

한국 사회에서 대학 학생회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인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대학 사회의 변화와 조응하며 자신의 역할을 변화시켜 왔다. 그리고 오늘날의 대학 학생회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대중적 교육 기관으로서의 대학이,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변화의 물결에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대학 구조개혁의 격랑 속에서, 대학 학생회가 자신의 역할을 찾지 못하고 휘말려버린다면, 학생들과의 신뢰 회복은 물론이고, 학생회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 될 것이다. 그러나, 학생회가 시대에 맞는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자리매김 할 때, 대학자치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학생회의 경로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대학 학생회는 그러한 기로에 서 있다. 그리고, 이미 55년 동안 그래왔듯 학생회는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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