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모든 것은 학생으로부터

| 주덕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 이 문장에 의구심이 든다면 당신은 이 지면을 꼼꼼히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충분히 이해한다. 중앙대는 재단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고, 총장보다 재단 이사장의 이름이 앞서 나오는 대학이다. 이런 특이성이 중앙대에 갓 입학한 당신의 생각을 조금 어지럽혔을 소지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나는 여기서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진리’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학생사회가 휘청거리다 못해 무너지는 대학가의 현실을 떠올리면, 학생자치의 의미를 되짚어볼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 지면은 ‘학생자치입문’ 정도 되겠다. 대학에는 학생을 주인으로 기능케 하는 다양한 제도와 기구가 있다. 이를 이해하는 것이 학생자치의 첫걸음이다.

 

대학생은 모두 학생회다

대학에는 들어갈 때나 나갈 때나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학생회다. 새내기인 당신,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학생회에 안 들어가는 사람도 많던데…’하는 의아함이 뒤따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당신은 ‘학생회’와 ‘학생회 집행부’를 오해하고 있다. 흔히들 착각하는 대목이다. 학생회와 학생회 집행부는 엄밀히 말해 다르다. 전자는 불가항력이다. 중앙대에 입학한 순간, 모든 학생은 동시에 학생회에 속하게 된다.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입학을 결정한 순간 암묵적으로 합의한 일종의 계약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생회는 학생이 대학에 입학함과 동시에 가입을 의무화하는 ‘유니온샵 시스템’의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탈퇴에도 제약이 따른다. 만약 학생회를 탈퇴하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중앙대를 떠나면 된다.

반면 후자는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총학생회․단과대 학생회․과 학생회 집행부에 가입하려면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학생의 자발적 선택에 기초하므로 가입과 탈퇴에 제한이 없다. 새내기 새로배움터, 축제, 개강총회 등 다양한 학내 자치활동의 운영주체가 바로 학생회 집행부다. 학생회가 재학생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면, 학생회 집행부는 집행부에 가입한 일부만을 지칭한다. 이 차이를 구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학생회와 학생회 집행부를 동일시하다가는 ‘나는 학생회가 아니야’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이는 자신과 학생회를 분리할 수 있다고 여기게 하며, 거리를 두게 한다. 결국에는 학생자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학생과 학생회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명심하자. 학생회로서의 소속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공, 학번을 막론하고 우리는 모두 학생회다.

 

대표를 선출할 권리

아직 피부로 와 닿진 않을 거다. 하지만 당신은 복수의 학생회에 소속돼 있다. 크게 총학생회(총학), 단과대 학생회, 학과․부 학생회로 구분된다. 앞서 말했듯이 이것도 불가항력이다. 전과하지 않는 이상 소속을 바꿀 수 없다. 물론 소속에 따라 학생대표를 선출하는 권한 또한 주어진다. 모든 학생대표의 임기는 1년이다. 총학과 단과대 선거는 매년 11월에 함께 치러지고, 학과 학생회장 선거는 과마다 일정이 상이하다. 만약 투표율 등의 이유로 선거가 파행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돼 재선거를 치른다.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하듯 학생이 학생대표를 결정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당연한 권리를 당연하게 누리기까지 숱한 굴곡을 겪어야 했다. 국민의 참정권과 마찬가지로 학생회의 역사 또한 독재로 얼룩진 한국사와 맥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학생 조직으로써의 최초의 형태는 1949년 9월 28일 이승만 정권 아래 만들어진 학도호국단으로 기록된다. 학도호국단은 당시 겉으로는 학생자치단체를 표방했으나 그 성격이 오늘날의 학생회와는 전혀 달랐다. 각 학교 학도호국단의 ‘간부’(학생회장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다)는 대학 본부가 지명했고, 이들은 단기 군사훈련을 받았다. 따라서 학도호국단은 학생단체라기보다 군사정부가 학생사회를 통제하던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학생자치의 역사는 박정희 정권의 군사독재 시기와 맞물리면서 다시 퇴보한다. 4․19혁명 이후 폐지됐던 학도호국단이 1975년 유신체제 하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이후 또 한 번의 군사 쿠테타로 전두환 군부가 재집권하며 학도호국단의 조직은 다시 강화되었다.

진정한 학생자치단체로서의 학생회는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형태를 갖추었다. 총학생회장을 간선제가 아닌 직선제로 선출해야 한다는 사회적 투쟁의 결과였다. 마침내 1985년 학원자율화조치와 함께 학도호국단이 완전히 폐지되었다. 중앙대의 경우 1985년 4월에 총학이 부활되었고, 1987년부터는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의 학생회를 분리해 따로 선거를 치르게 됐다. 이렇게 퇴행과 진보를 거듭한 결과 현행의 총학생회 선거제도가 합의되었다. 올해 서울캠퍼스는 제57대 ‘ON-AIR’ 총학생회(한웅규 총학생회장, 정찬모 부총학생회장)가 선출돼 활동 중이다.

 

학생자치의 출발

학생자치의 근간은 학생회다. 학생회장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학생회는 단위에 따라 나뉜다. 총학은 서울캠퍼스 전체를 대표하는 만큼 학생회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따라서 산하에 위원회를 두고 사업을 분배해 추진하는데, 이는 ▲문화위원회 ▲인권복지위원회 ▲졸업준비위원회 ▲성평등위원회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학생들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설립 가능하다. 각 위원회는 사업을 효율적으로 분배한다는 의미 외에도 중요한 존재 의의를 갖고 있다. 예컨대 문화위원회는 학생자치활동의 핵심이 되는 문화사업 개최를 위해 존재한다. 인권복지위원회는 학생의 인권 및 복지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성평등위원회는 지난해 신설된 산하위원회로, 폐지된 총여학생회(총여)를 대체한다. 총여는 1985년 총학부활과 함께 독자적 차원에서 여학생을 대표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결성됐다. 하지만 서울캠퍼스의 경우 2011년 이후 총여 선거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결국 지난해 해산 절차를 밟았다. 이로써 학내 성평등 관련 기구는 성평등위원회가 유일하다. 매해 성폭력 및 성추행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대학가의 현실을 고려하면, 성평등위원회의 중요성은 특히 두드러진다.

총학생회보다 작은 단위로는 단과대 학생회가 있다. 이들은 단과대별로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행사를 주관한다. ‘해오름제’ 축제가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작은 단위의 학생회로는 학과․부 학생회가 있다. 개강총회, 체육대회, 총모꼬지 등 학과 내 전반적인 살림을 도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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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화된 의결권

대학에도 마땅히 지켜야 할 규칙이라는 게 있다. 학칙과 회칙이다. 학칙(學則)은 대학 전체를 관장하는 규정을 담고 있으며, 실시주체는 대학 본부다. 반면 회칙(會則)은 총학생회를 주체로 한다. 주로 학생자치활동에 관한 내용이 골자다. 다시 말하면, 대학생활 중에서 학생자치와 관련된 사안은 학칙이 아니라 회칙의 영향력 안에 놓인다. 즉 ‘학생 교육목적 및 대학의 면학분위기를 저해’(제66조)하지 않는 이상 학칙을 근거로 학생자치활동을 제한할 수 없다. 최근 대학 본부가 여러 차례 학칙을 손질하는 것은 이런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학생자치활동에 있어서는 학칙이 아니라 회칙이 우선순위에 놓인다는 점이다. 이를 학생들이 인식하면서 자치활동의 자율성을 보호해야 한다.

회칙은 학생총회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 등의 회의체를 두어 의결권을 보장하고 있다. 회칙 제2장에 따르면, 학생총회는 중앙대 재학생 전체를 구성원으로 삼는다. 재학생 1/8 이상이 참석하면 학생활동에 대한 최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모든 재학생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대학 내 직접민주주의 장으로 불린다. 지난 2013년, 서울캠퍼스는 학문단위 구조조정과 교육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7년 만에 학생총회를 성사시킨 바 있다. 그러나 학생총회 개의에 필요한 성원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매 사안을 학생총회를 거쳐 의결하는 것은 일견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계는 전학대회를 통해 보완된다. 즉, 학생총회를 소집하기 어려울 경우 의결권은 전학대회에 위임된다. 전학대회는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학생대표자만을 구성원으로 삼는다. 따라서 총학생회장부터 각 학과의 학년별 대표까지만 의결권을 가진다. 전학대회는 학기마다 정기적으로 열려 예·결산 의결과 같은 중요 사안을 다룬다. 그러나 서울캠퍼스는 수차례 전학대회 파행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대표자들의 참석이 저조한 까닭이다. 일상적인 의결권은 중운위가 행사한다. 그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 또한 제한적이다. 총학생회장부터 단과대 학생회장까지만 이에 포함된다.

 

다시 학생자치를 꿈꾸며

대학도 하나의 사회이기에, 저마다 견실한 제도와 규칙이 있다. 이를 파악하는 것이 대학생활을 하는 데 있어 적어도 1할의 보탬은 되리라 자부한다. 지금까지 내내 학생자치에 관해 이야기했다. 대학에 첫발을 내디딘 당신은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몇 년간 대학에서 살을 부비고 살아온 나에게는, 고백하건대 조금 생경한 단어가 돼버렸다. 그만큼 최근 학생자치는 빠른 속도로 퇴행 중이다. 이제 ‘위기’가 아니라 ‘몰락’이다. 취업을 독촉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대학 내 분위기에 잠식된 탓이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새내기인 당신에게 이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다시 학생자치를 꿈꿀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당신에게 있다. 부디 당신의 대학생활에 낭만이 깃들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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