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이 뭐길래 난리야?

ㅡ 대학 구조조정이 지나온 길과 지나갈 길

| 김펄프

 

 

2009년 겨울방학 어느 날의 이야기다. 여느 날처럼 오후에야 일어나 씻고 밥 먹을 준비를 하며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살피는데, ‘중앙대 구조조정 계획’이라는 기사를 발견했다. 이게 뭔가 싶어 읽었더니, 세상에, 내 학과의 이름이 어디에도 없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폐과된다는 이야기였다. 2009년 12월 29일의 실화다. 이 날 발표된 계획안은 18개 단과대 77개 학과가 10개 단과대 40개 학과(부)로 통폐합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신이 새내기라면 비슷한 경험을 이번에 했을 것이다. 개강을 고작 4일 앞둔 날, 온갖 언론이 앞다퉈 ‘중앙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보도한 뒤에야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았나? 학과제가 폐지된다고? 모집단위를 광역화한다고? 뭔 소리야, 이게! 이제 갓 입학한 대학의 무엇이 거대하게 바뀐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많이 궁금할 것이다. 앞으로 최소 4년은 다녀야 할 내 학교가 어떻게 바뀐다는 건지, 대학본부는 온갖 좋은 말로 홍보하는데 왜 언론매체들은 하나 같이 우려를 표하는 건지, 교수들 또한 왜 이렇게 열심히 반대하는 건지. 불운하게도 구조조정의 전운이 감돌던 2009년부터 여태까지 대학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화석’으로서, 이 글이 구조조정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두산 재단 이후 첫 구조조정 시기인 2010년으로 돌아가 보자.

 

4년간 세 번의 구조조정

2010년 4월, 앞서 언급한 첫 번째 구조조정 계획은 진통 끝에 10개 단과대 46개 학과(부) 체제로 수정, 통과됐다. 2011년에는 가정교육과가 폐과됐다. 학생들은 구조조정 안이 교육부에 제출되기 하루 전에야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사립대학의 정원조정 계획은 먼저 교무위원회·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이사회에서 학칙개정을 승인하면 교육부에 제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13년에도 구조조정이 있었다. 이번에는 2010년에 폐과 대상이었다가 전공으로 축소돼 살아남았던 세 학문단위, 비교민속·청소년·아동복지·가족복지전공이 표적이었다. 여느 때처럼 학생과 교수 참여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구조조정에 대학평의원회는 심의를 거부했지만, 구조조정 안은 자연스럽게 이사회를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구조조정은 절차에 구애받지 않았다.

세 번에 걸친 구조조정을 지배해 왔던 논리는 ‘숫자’였다. 2010년 구조조정은 아예 기업 인수·합병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업체 ‘엑센츄어’가 계획을 짰다(기억해두자). 당연히 기업친화적인 계획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인문학·자연과학 등 기초학문이 이리저리 묶여 학부 하 전공으로 격하됐고, 대신 국제물류·금융공학과 등이 신설됐다. 2011년 가정교육과는 교사 임용이 축소돼 ‘아웃풋’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폐과돼야 했다. 여기서 생긴 정원은 경영경제계열로 이관됐다. 2013년 네 학문단위는 각각 아시아문화학부와 사회복지학부 아래 전공으로 묶여있었는데, 2년간 전공 선택률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폐지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이것도 기억해두자).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교육부 정책

대학본부는 이번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지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설명회에서 “폐과는 마음이 아프다”, “지난 구조조정 방식은 너무나 비인간적이다” 같은 말들을 남 일처럼 말했을 뿐. 그런데도 여기서 굳이 구조조정 전사(前史)를 언급하는 것은, 이번 구조조정이 지난 구조조정과 다른 맥락에 있는 듯하면서도 실은 같은 맥락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올해 구조조정은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과 연관돼 있다. 이것이 지난 구조조정과 다른 맥락이다. 2014년, 교육부가 학령인구 급감 추세에 따라 2023년까지 전국 대학의 정원 16만 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대학 평가지표를 마련하고, 그에 따라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구조를 바꿔나가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각 대학을 등급별로 분류해 등급이 높은 대학은 정원의 4%, 낮은 대학은 10%까지 감축하면 가산점을 부여한다. 한편 평가지표에 미달되는 대학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 또는 국가장학금 지급을 중단하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부 방침은 대학과 대학 사이 경쟁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대학은 학생들의 경쟁을 심화시킴으로써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려 한다. 즉 교육부 정책이 낳는 피해가 대학을 경유해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부실 사학재단이 재산을 보전하면서 대학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줌으로써 더더욱 피해는 학생들만의 몫이 된다. 이외에도 학문단위 특성 고려 없이 ‘취업률’을 지표로 삼아 인문·예술계열이 주된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여기서 정부 구조개혁 안의 문제점을 더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겠다. 현재 중앙대 구조조정이 ‘교육부 정책에 부응하면서 보다 선제적인 대응을 꾀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의 것과 다르지 않은 2015년 구조조정

이처럼 이전의 구조조정과는 다른 맥락이 더해졌고 대학본부가 구조조정이라는 말 대신 ‘학사구조 선진화’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계획안의 골자는 이렇다. 2016년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하겠다는 것. 더 나아가 2021년부터는 아예 계열별로 모집하겠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3학기까지 ‘리버럴 아트’라는 이름의 교양을 이수한 후 4학기부터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3월 11일 발표된 ‘수정검토안’에 따르면 자연·공학계열은 2학기 이수 이후, 예체능계열은 입학시 전공 선택.)

이쯤에서 앞서 기억해두자고 얘기한 두 가지를 다시 떠올려보자. 컨설팅 업체 엑센츄어, 그리고 2013년 전공선택률이 낮다는 이유로 과를 폐지시킨 구조조정 말이다. 이 두 가지는 이번 계획안의 시작과 끝에 각각 위치해 있다.

행정부총장 산하에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의 조직이 있다. 2014년 1월부터 이곳 실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바로 前 엑센츄어 이사, 김재훈 씨다. 엑센츄어에서 중앙대 구조조정을 담당하다가 내친 김에 교직원이 된 셈이다. 그는 작년 8월 학보사 <중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획처가 대학 행정 전반에 대한 컨트롤 타워 기능에 집중한다면 미래전략실은 중장기 관점의 전략 수립에 집중한다”면서, “중앙대의 청사진은 대형융합학문단위, 리버럴 아트 컬리지, 국제화 캠퍼스와 재정적 측면에서의 수익구조 다변화로 이뤄져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때문에 (기획처장이 아니라) 그가 이번 계획안의 입안자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모집단위 광역화는 ‘사실상 학과제 폐지를 가미한 학부제의 확대가 아니냐’는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현재 사회구조 속에서 학부제는 취업에 유리한 특정 학과로 선택이 쏠리는 현상으로 귀결되고, 수업 개설이 어려울 정도로 선택률이 미달되는 전공은 2013년 구조조정에서 그랬듯 폐지 수순을 피할 수 없다. 결국 더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모집단위 광역화는 ‘돈 안 되는’ 전공들의 순차적 폐과로 끝맺음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본부는 정원의 120%까지 전공 선택을 허용함으로써 특정 전공 쏠림현상과 선택자 미달로 인한 전공폐지를 방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발표 자료와 언론보도에서 나타나는 대학본부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명확히 정해진 방침 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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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결과는 숨 막히는 마라톤

대학본부는 계획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만능열쇠인 것처럼 홍보한다. 교양교육 혁신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만들 수 있으며, 학생 한명 한명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레인보우 시스템’과 ‘아카데믹 어드바이저리 시스템’의 도입으로 전공에 대한 만족도와 진로 만족도를 효과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으며, 이중학위 도입과 복수전공의 확대로 전공 진입 경쟁에 탈락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이 학과제 폐지를 통해서만 도입 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학과를 그대로 살려두면서도 도입할 수 있는 것들이다. 대학본부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콩나물 강의실로 상징되는 강의/교원 부족현상과 D+ 의무부과제로 상징되는 무한 경쟁 시스템 등 현재 학생들이 정말로 고통을 호소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마치 위의 제도들이 구조조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대학본부는 자신들의 계획에 대한 어떤 합리적인 대책도 마련해두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전공학습기간 축소에 따른 대책으로 ‘시간당 학습량 강화’를, 전공 선택률 저하에 대한 대책으로 ‘교수와 학생의 자구적인 노력’을 내놓고 있으나, 그 무엇도 정상적인 대책은 아니다. 제도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의 해결방안을 교수/학생들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행태에 가깝다.

결국 대책 아닌 대책이 낳을 결과는 뻔하다. 바로 경쟁의 극단적 심화다. 특정 인기 있는 전공에 지원자가 몰릴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또 2016년부터 F학점 외에 재수강을 할 수 없도록 학사제도를 개선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돌부리에 한 번이라도 넘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숨 막히는 100미터 달리기를 첫 학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대의 선택, 더할 나위 없었다.’ 입학식 즈음해 영신관에 크게 걸린 문구다. 종영한 인기드라마 <미생>의 명대사를 약간 변형한, 대학 로망에 부푼 당신에게 큰 자부심을 심어주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 현재 상황에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당신의 선택을 더할 나위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 계획안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행동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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