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누구를 위한 ‘학교 발전’인가?

…… 중앙대 구조조정 2.0 분석

아콩 / 우리들의 친구

 

본분교 통합: ‘학교 발전’을 위한 희생은 누구의 몫인가?

2012년부터 중앙대의 본분교 구분이 사라진다고 한다. 학교가 교과부에 통합신청서류를 제출한 다음 날인 7월 15일, ‘중앙인’에는 「본·분교 통합신청과 관련한 총장 메시지」가 공지되었다. 총장 메시지가 올라오기 전에 통합 사실이 학생들에게 예고된 적은 없었다. 늘 그렇듯이 ‘사후 통보’ 뿐이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규 기획처장은 중대신문 인터뷰(8월 28일)에서 “학내의 굵직한 사안들은 대부분 물밑에서 진행되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알리기가 힘든 점을 이해해달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굵직한 사안”이기 때문에 일이 다 진행되고 나서야 그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학생들은, 본·분교 통합의 선결조건인 ‘유사·중복학과 통폐합’이라는 철퇴를 맞아야만 했다. 서울캠퍼스 학생들이 학교가 좋아지고 있다, 구조조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사이, 안성캠퍼스에서는 구조조정 2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구조조정은 ‘학교 전체의 발전’을 위한다는 말과는 달리 언제나 중앙대에서 안성캠퍼스를 밀어내는 식으로 추진되어 왔지만, 학내 여론은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이해관계에만 집중 되어 있었다. 열악한 시설과 구조조정의 피해들을 참아온 안성 학우들의 목소리는 기껏해야 ‘중앙인’이라는 협소한 커뮤니티에서 아주 잠깐씩만 들릴 뿐이었다.

2009년 12월에 ‘학문단위 구조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안성캠퍼스 학생들이 구조조정의 피해들을 감수해 온 것은, 신캠퍼스 설립 이후 학문단위를 전부 재배치하겠다는 학교 측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이미 중앙대의 멀티캠퍼스 설립계획이 사실상 ‘무산’되었다고들 보도하고 있다. 2018년까지 하겠다는 신캠퍼스로의 이전에 대해, 학교는 그 어떤 계획도 보여주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신캠퍼스 추진을 전제로 강행해 온 구조조정은 처음 약속대로 ‘원천무효’가 되어야 마땅한데도, 본부는 슬그머니 본·분교 통합을 실시하면서 안성 학우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안성캠퍼스 외국어대학의 영어·일어·중어·노어학과는 2011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정보시스템학과·산업경제학과·가족복지학과·국제관계학과·생명공학과·회계학과·무역학과의 신입생 모집이 이미 중단되었다. 자연히 재학생의 수는 줄어들었고 수강생이 적어서 폐강되는 과목들이 생겨났다. 심지어 1학년 수업이 개설조차 되지 않아 안성캠퍼스 총학생회는 일 년 동안 학교 측에 줄기찬 요구를 하고나서야 수업권을 문서로 보장 받을 수 있었다. 학교가 학생들의 소중한 대학생활 일 년을 빼앗은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아직도 학생 자치권, 장학금 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안성캠퍼스 경영경제대 역시 본교로 통폐합 되어 2012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게 되었다. 2011년 경영경제대 신입생들의 경우 입학과 동시에 학과가 없어진 격이다. 게다가 내년부터 이곳 학생들은 서울-안성을 오가며 수업을 들어야 한다. 협소한 서울 캠퍼스 공간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통폐합만을 강행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학교 측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겠다고 하지만 학생들은 장거리를 오가며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한 경영경제대 통폐합으로 인해 남게 된 700명의 정원이 안성캠퍼스의 다른 학과들로 배정되어 적게는 5명, 많게는 130명까지 정원이 늘어난 학과들이 생겼다. 정원이 두 배가 된 학과도 있다. 문제는 늘어날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을 만한 수업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술계열과 자연계열의 경우, 실습실, 실험실, 실험기기 등이 지금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과거 생활과학대 소속이었다가 지금은 예술대로 합쳐진 의류학과와 주거학과의 경우 학년별 실기실 자체가 없다. 학교 측은 이렇게 현재진행형인 문제들조차 해결하지 않은 채 또다시 신입생 정원만을 대책 없이 늘림으로써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본부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게끔 한다고 했으나, 이후 그 약속을 번복하고 있을 뿐이다. “안성은 버리는 카드” “등록금 셔틀”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통합’이라는 말은 무색하기만 하다. 이 와중에 안성 학우들을 ‘학벌세탁’을 원하는 무임승차자들로 몰아가는 학내 여론까지 합세해 이들을 수세로 몰고 있다. 안성 학우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양질의 수업을 받고 무사히 졸업하는 일이다. 이 당연한 요구가 “중앙대 전체의 발전”을 외치는 목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 것이다.

 

사범대 구조조정: 상시적 구조조정의 첫 단추 꿰기

가정교육과의 폐지, 교육학과·체육교육과의 인원 축소, 영어교육과의 증원을 내용으로 하는 사범대 구조조정안이 8월 24일 교과부에 보고되었다. 학생들이 이 소식을 들은 것은 바로 전 날인 23일. 결정의 과정 어디에도 함께 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가정교육과 폐지 소식은 ‘날벼락’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에 가정교육과 학생들은 9월 1일 개강을 하자마자 서헌제 인문사회계열 부총장과의 면담 자리를 가졌지만, “학교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대답만을 들었을 뿐이다. “총장단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므로 번복할 수 없다”고도 했다. 가정교육과 대표들과 총장, 부총장, 기획처장, 기획관리본부장의 면담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지난 봄 총장이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도시락 미팅을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대학의 발전상을 이야기했다는 중대신문의 이야기와는 참 대조적인 풍경이다.

서 부총장은 8월 30일 ‘중앙인’ 게시판을 통해 사범대 구조조정을 알리면서, 가정교육과의 임용율·취업률이 낮아 경쟁력이 없으므로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사범대 내의 학과들에 대해 주관적 평가를 내린 것에 불과했다. 가정교육과는 교사 임용률이 전국 1위이며, 현재까지 300여명의 국·공립 교사들을 배출해 온 학과이니 말이다.

자료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도 문제지만 현재의 사범대 구조조정이 더욱 문제적인 것은, 학칙을 위반하고 절차를 무시하면서 내린 결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심지어 가정교육과 폐지와 사범대 인원 감축에 대한 학칙개정안은 대학평의원회에 상정되지도, 심의되지도 않았다. 입학정원 조정안을 포함해 학칙개정을 하려는 경우, 구성원들에게 20일 동안 공고해야 한다는 학칙이 존재한다. 그러나 본부는 대학 내 최고 심의기구인 대학평의원회가 ‘학칙 위반’을 이유로 심의불가 판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여 통과시켜버렸다. ‘폐과’라는 심각한 결정을 하면서, 학과의 구성원인 학생, 교수, 학부모들과 어떤 협의의 과정도 거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학교 측은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만을 대고 있다. 사범대 학생회의 서명운동, 교과부의 구조조정안 승인의 잠정적 중단, 본부 앞 촛불집회 등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사범대 학생들의 ‘구조조정안 철회’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고, 2012년 수시전형에서 가정교육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았다. “군대에 갔다 돌아와 보니 과가 없어졌더라”는 우스갯소리가 중앙대에서는 현실이 되었다.

이번 사범대 구조조정은 평가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학과들을 언제든 폐지하거나 인원을 축소시킬 수 있게 하는 ‘상시적 구조조정’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다. 지금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닌 학과들도 언제든 폐과될 수 있다. 학부제로 운영되는 학과들 중 진학희망자가 적은 학과들의 경우, 앞으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여기서 ‘학문의 가치’나 ‘진리 탐구’ 따위를 논하는 것은 뜬구름 잡는 소리일 뿐, 기준은 ‘취업률’과 ‘입시성적’이니 기준에 미달하면 없어져주는 것이 학교를 위한 길이다. 2008년 동국대의 경우 해마다 모든 학과를 평가해 하위 15% 학과의 입학정원을 10~15%씩 줄여 평가 결과가 우수한 학과에 배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동국대는 상시적 구조조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중앙대도 이와 비슷한 수순을 함께 밟아가고 있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서조차 구조조정은 회사가 위기에 처해 부득이한 경우에만, 최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다. 심지어 기업조차 그러할진대, 대학이 구조조정을 ‘상시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에 대해서 아무도 문제제기하지 않는다. 역시나 이번에도 “우리 대학이 더욱더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할 수 있다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서헌제 부총장의 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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