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앙in’ 안의 순혈주의

 소보루 / 눈팅의 달인

 

중앙in커뮤니티에서 입학처장은 “참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공지사항을 마무리한다. 홍보실장은 “중앙대학교 학우 여러분 사랑합니다. 저도 사랑합니다.”라며 중앙대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표시한다. 학생지원처는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의 아들입니다. …… 대한민국이 만들어 낸 기적처럼 중앙인 모두의 발전과 행운을 기원”한다. 중앙인 커뮤니티는 ‘사랑’과 ‘자부심’으로 충만하다. 너무 아름다워서 소름끼치는 풍경이다.

몇 달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살핀 결과 그 내용이 정치적인 글일수록 강조하는 한 가지 키워드가 발견된다. ‘일반학우’가 바로 그것이다. 커뮤니티에서 발언권을 보장받기 위한 시민권의 근간은 ‘일반학우’다. 일반학우에 포함되지 않는 이가 글을 쓰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원탁회의 반대 피켓시위를 했던 4명중 한명인 ‘논현동후리덤’은 말한다. “킁킁 이게무슨냄새지? 킁킁 이게무슨냄새지?”

과연 ‘일반 학우’는 누구인가? “불법집회로 피해를 받는 일반시민”과 “일반 학우”는 같은 맥락에서 사용된다. 시위중인 사람들을 ‘특수한 시민’으로 만들거나 ‘시민이 아닌 자’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때 일반학우의 대립하는 항인 ‘특수 학우’는 누구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 여집합이 바로 ‘일반 학우’가 되기 때문이다. 최고공감에 오른 글들, 조회수와 추천수가 높은 글들을 살펴본 결과 ‘일반 학우’로서의 시민권을 박탈당한 자들이 드러났다.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커뮤니티에서 발언하기 위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커밍 아웃’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지켜본 평범한 학생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운동권과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라는 전제 없이는 글 전체의 진정성이 호도되거나 무시되고 인신공격받기 일쑤다. 닉네임 ‘miiee’는 “내가 운동권애들이랑 조금이라도 관련있으면 중앙대 자퇴 ㄱㄱ”를 선언했다. 충성서약이나 사상검증 없이는 공론장 안으로 진입할 수가 없다. “김정일 개새끼”를 말할 수 없다면 우리 국민이 아닌 것이다.

 

더러운 것들,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특수 학우’의 대표적인 사례는 ‘운동권’이다. 독보건곤은 “운동권들이 하는 시위와 일반 학생들의 항의가 어떻게 같습니까?”묻는다. 아무리 중앙대에 애정을 갖고 있더라도 ‘특정 정당이나 단체’를 지지하는 이들은 축출해야 할 타자가 된다. 이 판단의 전제는 “의혈인11”이 간명하게 표현한 바 있다. “모교의 발전과 정치적인 성향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운동권들이 하는 시위는 ‘불순한’ 것이고 일반 학우들이 하는 항의는 ‘순수한’ 것이란 말인가? 그들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진정성’을 이야기한다. 이때 중요해지는 것은 그 의사표현의 동기가 ‘나의 일’인가 ‘남의 일’인가다. 자신의 피해에 대해 항의하면 ‘순수한’ 것이고, 다른 이들의 상황을 나의 상황과 연결짓는 것은 ‘불순한’ 짓이 된다. 우리 학교와 사회의 연결고리, 폐과되는 학과와 자신이 속한과의 연결고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서 ‘억지’가 되고 만다. 연대의 가능성이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 이상 발언할 수도 없고 항의할 수도 없어진다. 이 연장선에서 ‘외부세력’개념이 등장한다. ‘한대련’은 이런 논리를 거쳐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외부세력이 되고 학내의 문제는 학내 구성원들의 힘으로만 해결해야 할 것이 된다. 그런데 ‘식품영양학과’의 학생회장의 비리를 폭로한 한 학우에 대해서 그들이 보인 반응은 무엇이었나. 일시적으로는 학과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학과의 건전한 발전을 보장하는 것은 이런 용기있는 내부고발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 그렇지만 내부고발의 대상은 소규모의 학과여야지 학교 전체여서는 안된다? 학교발전을 저해하고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기 때문에 학교 내부의 문제는 오로지 내부에서만 해결해야 했구나~ 그랬구나~

‘특수 학우’의 또 다른 사례는 닉네임 ‘분노의 역류’가 쓴 글에서 드러난다. ‘발전가능성이 있는 학생, 모교를 사랑할 줄 아는 마인드를 갖춘 학생’이 필요하단다. 그런데, 우리학교가 부끄럽고 이대로라면 자랑스러워 할수도 없는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억지로 ‘애교심’을 키우기 위한 수련회라도 보내야 할 판이다. 그리고 발전가능성 없는 학생은 어떻게 해야할까. 잡아놓고 회계공부, 토익공부, 스펙쌓기를 강제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 전체가 동일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거니와 그래서도 안 된다. 중앙인 커뮤니티의 고정닉들은 과연 ‘애교심’도 ‘자부심’도 없는 학생들을 포용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애초에 접근 차단과 게시물 삭제가 홍보실 운영자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도 커뮤니티 내의 지배적 분위기로 배제하고 축출하는 대상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지고지선인 ‘학교 발전’의 이데올로기아래 ‘중앙대에 애정과 자부심을 갖기 힘든 이’, 학교 본부와 재단에 대해 분노가 역류하는 이’들은 공동체 밖으로 축출되어야 할 ‘타자’일 뿐이다.

 

아, 순수하디 순수한 중앙인이여!

 

커뮤니티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바로 ‘순혈주의’다. 그들이 말하는 공동체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공동체’다. 심지어 최근 총학생회 선거국면에서 학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뮤니티에 표출되자 행동하는 양심 ‘훈제펭귄’은 말한다. “듣도보도 못한 급조한 닉네임들이… 마구 나타나서 활개를 친다.”고. 중대신문의 “중앙인 여론 독점화의 비밀”보도에 대해서 ‘귀족’운운한 표현에만 집착하며 자신들은 ‘귀족’이 아니라고 성화였던 이들이 ‘듣보잡 닉’들을 또다시 배제하고 축출하는 이중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론이 독점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려면 과연 학내의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가 이 의사결정이 진입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애교심 없는 학생’, ‘운동권’, ‘안성캠퍼스 학생’, ‘인문대 학생’들의 목소리가 과연 ‘경영대 학생’, ‘애교심이 넘치는 학생’, ‘반운동권’, ‘흑석캠퍼스 학생’들의 목소리만큼 존중되고 있는지 말이다.

그들도 학교가 하나의 작은 사회임을, 그 안에서 정치적 의사 결정이 일어나고 있음을 이미 인정하고 있다. 중앙인 커뮤니티 안에서 형성되는 여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정닉’들은 그들의 여론이 ‘공론장’에서 만들어진 학내의 ‘일반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공론장’에서의 합의와 논의는 당연히 ‘민주적’이어야 함을 인정한다면, ‘일반 학우’운운하는 것은 기만적이다. 중앙인이 ‘공론장’이라고 믿는다면, 그 의사결정과정에 포함되지 않는 ‘공동체 내부의 타자’에 대한 관용이 선결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공동체에서 축출되는 ‘특수한 집단’이 존재하는 이상 중앙인은 ‘공론장’이 아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중앙인은 ‘탈정치를 부르짖는 일부 순혈주의세력의 친목모임’일 뿐이다. 아, 순수하디 순수한 중앙인이여! 더러운 것들을 모두 버리고서 푸르른 잔디처럼 영원히 고결하고 아름다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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