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잠망경을 올려라!

게오르규의 소설 <25시>에서 수병들은 잠수함에 토끼를 태웠다. 토끼의 숨이 가빠지는 것은 잠수함 속 산소가 부족해졌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인간들이 느낄 수 없는 미세한 산소농도의 변화에 토끼가 먼저 예민하게 반응 하는 것이다. 수병들은 토끼를 보고 잠수함을 다시 수면으로 띄운다. 산소를 보충하기 위함이다. 잠수함 속 토끼는 사회 속 지식인에 대한 비유다. 자유의 공기가 희박해짐을 가장 먼저 포착해내는 것이 지식인들의 역할이다.

2010년 여름, 자유인문캠프를 기획하기 위해 토끼들이 모였다. 우리 ‘잠수함 토끼들’은 네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1,000여명의 학생들을 만나 ‘대학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하지만 좀처럼 수면위의 학내 여론은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많은 학우들이 ‘지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만 실제로 그 여론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다. 학내의 비판적인 학우들은 절대 발각되지 않는 ‘안전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우들의 소극성과 신중함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잠수면 위의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채 부상하다가는 다른 배와 충돌하는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잠망경을 올릴 때다. 너무 깊이 잠수하지도 수면위로 드러나지도 않으면서 수면 위의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잠수함 토끼들은 지금부터 ‘잠망경 심도’를 유지할 것이다. 수심과 파고, 너울의 주기를 고ㅍ해 잠망경의 노출 높이를 정하고 관측이 가능한 수면위로 잠망경을 올린다.

이것은 잠수함의 안전을 어느 정도 보장하면서 동시에 잠수함을 둘러싼 관계들을 지속적으로 탐색하려는 시도다. 우리는 새롭게 만들어진 독립 언론, 젠체하지 않으며 즉각적으로 문제에 개입하는 새로운 저널의 이름을 ‘잠망경’이라 붙였다.

반사된 상을 통해 수면위의 상황을 수면아래에서 정확히 살필 수 있도록 하겠다. 잠수함 토끼들이 과연 무엇을 보고 숨 가빠 하는지를 공유할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것은 결국 어떤 ‘거울’이나 ‘창’을 통해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거울과 어떤 틀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있는지를 스스로 아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의식을 비추는 거울의 반사각, 그 프레임의 모양과 방향을 이번 창간호를 통해서 여러분께 밝힌다.

– 201111, 잠수함 토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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