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등록금심의위원회는 무엇을 했나?

중앙인 / 독자

 

작년 한해는 반값 등록금 운동이 우리 사회를 흔들었다. 이 흐름을 거부하지 못해 감사원은 대학에 대해 감사를 하였고 각 대학이 평균 12% 정도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학생의 참여를 보장하면서 적정한 등록금을 산정하도록 법률로 규정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등심위에 참여하는 학생 대표는 소수이고 대학 본부의 비협조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등심위의 활동을 방해하는 대학 본부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대학본부를 비난하는 것으로 등심위의 문제를 덮어버릴 수는 없다. 학생대표들 역시 비난받아야 한다.

중앙대 등심위도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그 결과는 학부 등록금 2.3% 인하, 대학원 등록금 동결이라는 초라한 것이었다. 어렵사리 찾아낸 중앙대 등심위 회의록에서 등심위가 보직교수와 학생회장 그리고 외부전문가 1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등심위 회의가 네 번 열렸음을 알 수 있었다. 외부전문가의 위상은 일단 접어두더라도 학생대표를 제외한 등심위 위원이 본부 보직 교수들이라는 것은 등심위가 등록금을 심의하는 기구가 되지 못함을 처음부터 알려주고 있다. 보직 교수 3인은 당연히 대학 본부측의 입장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 위원을 제외한 위원은 본부측 위원과 더불어 등록금 문제를 개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평교수나 시민단체 대표를 포함시켜야한다고 요구했어야 했다.

등심위의 학생대표들은 등록금 문제를 감사한 감사원 자료의 공개, 등록금 5% 인하, 학생지원예산 규모 재검토, 장학금 지급 확대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요구 사항이 기록된 것을 보면 학생대표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결과는 사실상 대학본부가 제시한 등록금 산정을 그대로 추인한 것이다. 등심위 회의를 위한 대학본부의 꼼꼼한 전략에 학생대표들은 그야말로 허접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학생대표들은 감사원 자료를 요구했지만 감사원 자료에 대한 본부측의 해명을 듣고 이를 추인하는 자리로 등심위를 변질시켜 버렸다. 중앙대 등이 법인 업무 전담 직원의 인건비를 불법적으로 교비에서 지급해 왔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언론에도 보도되었지만 이를 따졌다는 기록조차 회의록에는 없다. 등록금 인하 폭에 대해서는 본부측의 건축비 예산과 국가장학금에 대한 설명으로 본부가 제시하는 선에서 종결되어 버렸다. 학생대표들이 제대로 준비하고 제대로 대처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대표들은 사립학교법이나 대학 예산의 운영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등심위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현 재단이 들어온 이후 많은 건물이 들어섰다. 그리고 이를 우리는 환영한다. 그러나 사립학교법은 대학의 건물과 토지는 법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생대표들은 이 원칙에 근거하여 등록금으로 이루어진 교비 예산이 법인이 부담하여야 할 건축비로 쓰이지 않음을 확인하여야 했다. 교비는 원칙적으로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위한 운영비로만 써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대에서는 2011년 2학기부터 강의 개설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 예고되고 있었고 이번 수강신청 기간에 확인되었다. 교비예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었다면 수업권을 지키면서도 대폭적인 등록금 인하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학생대표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대표간의 협력도 추구하지 않았고 학생공동체의 지원도 받지 않은 것이다. 등심위 회의록은 흑석캠, 안성캠, 그리고 대학원 대표가 각각 자기만의 얘기를 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학생대표들이 협력하면서 학생들에게 본부 측이 제공하는 등록금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협조를 구했더라면 훨씬 더 효과적인 협상 전략으로 등록금 인하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각 대학이 내부의 꼼꼼한 학생관리 전략구축과 더불어 총장협의회, 기획실장협의회 등을 통하여 정부, 사회, 학생회의 압력에 대처하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학생대표들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본부를 상대하는 한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이 글을 등심위에 참여한 학생대표가 읽는다면 중대신문, 중앙인 게시판, 잠망경, 또는 그 외의 방법으로 이 글의 주장을 까부수는 반론을 제기하기 바란다. 등록금 문제뿐 아니라 총학생회의 운영 방식, 더 나아가 중앙대학교 자체의 여러 문제에 대한 백가쟁명의 토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자는 침묵한다지만 우리는 군자가 아니지 않은가? 세상은 말 많은 사람의 것이다. 말을 많이 해야 세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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