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담의 죄

 | 김슷캇

 

수많은 이들이 64년의 역사 속에서 국가보안법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국격”을 자랑하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그것은 여전합니다. 풍자나 개그 때문에 감옥에 갇혔더라라는 옛 이야기는 이 시대에도 “Fact”입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지 한달이 조금 넘은 2011년 9월 21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암사동에서 사진관을 경영하는 박정근이라는 인물을 급습합니다. 사진관을 열기 위해 아침에 나온 20대 초반의 사진가에게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죄”를 명시한 압수수색영장이 내밀어지고, 그때부터 그의 일상도 압수되었습니다.

압수수색의 이유는 트위터에서 북한의 트위터를 RT(“이적표현물 취득 반포”)하고, 북한과 3대 세습을 소재로 한 농담(“이적표현물 직접 작성 반포”)을 썼다는 것. 이후 박정근은 11월 15일까지 5번에 걸쳐 보안수사대에 불려나갔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을 호소하던 박정근은 10월,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합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했던 방에서 잠들 수가 없어 친구 집에서 신세를 져야했습니다. 경찰은 몇 달 분량의 트위터 내용들을 쌓아놓고 하나하나 “이건 무슨 의도로 올렸느냐”고 설명을 요구합니다. 그중에는 오래되어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100페이지가 넘는 조서에서 그가 대답할 수 있는 말은 한 마디 밖에 없었습니다.

 

장난이었다

 

박정근은 트위터에서 주로 북한의 권위적 사회를 소재로 한 농담을 즐기곤 했습니다. 김정은의 세습과 자신의 사진관 2대 경영을 빗대 스스로 “청년대장”을 자칭하거나, 평양의 신차를 사서 자신에게 선물해달라는 등, 언어에 대한 이해 능력이 있다면 도저히 북체제 찬양고무로 믿을 수 없는 농담들을 해왔습니다. 박정근은 예전에 “밤섬해적단”과 “골즙” 등의 괴상한 밴드들을 배출한 인디레이블 “비싼 트로피”의 대표이기도 했습니다. 북한을 소재로 한 작업은 이 시기의 “뒤틀기” 표현과 동일했고, 결과적으로 보면 박정근은 트위터에서 한 표현예술의 소재가 북한이었다는 이유로 검경의 탄압을 당했던 것입니다.

점점 커져가는 스트레스 속에서도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른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을 찾아 연대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기자회견에 나가 발언했습니다.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함께 했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유인물과 현수막을 혼자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활동을 불쾌해했던 검찰에 의해 ‘도주나 증거인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속됩니다.

박정근은 자신의 사상을 증명하지 않을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실수인지 고의인지 몰라도 그는 전날밤 모아두었던, 예전에 자신이 북한을 비판했던 증거들을 결국 반박증거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공개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공개편지에서 자신이 한 행위들에 대해 설명할 생각이 없음을 밝히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농담을 변명하는 건 농담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그렇게 하면 농담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니까요.”

 

현재 박정근은 천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와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치소에 있는 동안 그는 같은 방에 있던 아동 성추행 목사로부터 회개를 요구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북한을 소재로 농담을 하거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는 게 과연 그럴만한 죄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이 나라에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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