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공공 공간을 구축하라!

지난 겨울 독립저널 『잠망경』1호를 발간하고, 새로운 학기를 맞이해 약 4개월 만에 2호를 발간한다. 독립저널이란 표현을 사용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잠망경』은 자유인문캠프 기획단 ‘잠수함 토끼들’이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편집해서 발간하고 있다. 인쇄비나 원고료는 방학 중 자유인문캠프를 운영해 모은 수익금과 후원금을 통해 충당한다. 굳이 내부적인 운영의 사정을 밝히는 이유는 지난 호 발간 이후 돌아온 피드백 중 『잠망경』의 ‘배후’를 궁금해 하거나 의심(?)하는 경우가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호에서 학교 커뮤니티 ‘중앙인’의 왜곡되고 기형적인 담론 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게시판 운영의 전권을 홍보실이 가지고 있는 제도적 한계를 넘어, 학내문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압하는 ‘학교발전 이데올로기’와 ‘순혈주의’가 위험한 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잠망경』에 대해서도 ‘학내 운동권’ 또는 ‘외부세력’을 배후에 두고 있을 것이란 악의적인 추측부터 흘러나왔다. 그 근거라야 허탈하게도 “학생들끼리 이런 높은 수준의 저널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는 이런 반응은 씁쓸하다 못해 다소 슬픈 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의 역량과 잠재성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잠망경』을 둘러싼 이와 같은 해프닝을 통해 우리는 현재 대학사회 전반에 감도는 그로테스크한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힐끔 엿볼 수 있다. 경쟁과 사회적 인정의 압박에서 연원하는 불안감은 타자에 대한 맹목적인 공격성으로 표출되고, ‘학교발전’이라는 대의를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행위는 일종의 ‘배신’으로 간주되고 있다. ‘말 많으면 빨갱이’라는 20세기의 이데올로기적 유물이 무덤에서 다시 기어 나오는 듯해 끔찍하기 그지없다. 비단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국대에서는 구조조정 반대시위에 참가했던 학생이 급기야 퇴학처분을 받았고, 성균관대에서는 총학생회 자체적으로 학내 ‘정치적 대자보’의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되었다.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논쟁의 장이 되어야 할 대학의 공론장이 관리, 통제되는 숨 막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잠망경』은 대학사회에서 자유의 공기가 그리운 이들에게 자그마한 숨구멍을 내어주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학내 외부필자들의 기고문을 많이 실었다. 앞으로도 오피니언 란을 적극 활성화하려고 하니 뜻있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기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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