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76살의 용성이에게

* 이 글은 원래 <대학원신문>에 실릴 글이었습니다만, ‘모종의 이유’로 미처 실리지 못했습니다. 필자와 <대학원신문> 협의 하에 독립저널 잠망경이 이 글을 온라인으로 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4월 1일 발행될 <대학원신문> 318호에 이에 대한 사과문이 실릴 예정이라고 하니,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신 독자께서는 해당 지면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무쪼록 책임 있는 비판의 자유가 허용되는 대학이 되기를 바랍니다.

| 천용성

* 이 편지는 미래의 나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안녕 용성아. 나는 2015년의 너란다.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기억할는지 모르겠다. 2015년의 너는 한 노인을 보았다. 기사가 달린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노인이었다. 하지만 주변 누구도 그 노인을 존경하지는 않았다. 그의 부와 자리를 우러러볼 뿐이었다. 너는 그를 보며 매우 불안해했다. 나도 저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2015년의 너는, 그러니까 오늘의 나는, 몇 가지 다짐이자 충고를 너에게 전하기로 결심했다.

용성아,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학식이 있는 사람들, 과거에 어느 일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의 과거 경험, 학식에 의하여 울타리부터 치게 된다.” “타인의 소리를 듣지 않고 활용하지 않아 조직에서의 귀머거리나 벙어리, 장님이 되어버린다면 그는 아무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그 부서, 그 조직까지 병들게 할 수 있다.” “조물주가 왜 인간을 만들 때 왜 귀는 두 개, 입은 하나만 만들었는지를 생각해 봐야한다.”

용성아, 자만하지 마라. “호텔업자들은 “Everybody said they can run a hotel, but nobody can run a hotel”이라 한다. 즉, “누구든지 호텔을 경영할 수 있지만, 그들 중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림솜씨가 있다 하여 아무나 다 광고안을 작성할 수 없고, 음악소질이 있다 하여 CM송을 작곡할 수는 없다.” 기업운영을 잘 한다고 학교 운영을 잘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제 분야의 작은 성공에 도취되어 세상을 다 아는 양 잘난 체 하는 것만큼 볼썽 사나운 일도 없다.

용성아, 기본에 충실해라. “어떤 문제에 부닥뜨리면 원칙과 근본에 충실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고 즉효를 발휘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렵고 험난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기본으로 돌아가야만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 효과를 가장 확실하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용성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줄 알아라. “누구나 자기의 잘못이나 과오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잘못된 일이 발생하면 이유나 핑계를 대며 자신의 책임보다는 타인이나 여건 탓으로 돌리게 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잘못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부끄러운 것이다. 아집을 버릴 때 네 인격이 빛날 것이다.

오늘의 이 편지가 앞으로 네가 살아갈 방향이 되길, 너의 지난 삶을 평가할 기준이 되길 바라며 이만 줄인다.

2015년 某월 某일

용성

* 겹따옴표 안의 내용은 모두 박용성의 『꿈을 가진 자만이 이룰 수 있다』(동아출판사, 1993)에서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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