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 강의실 줬다 뺏기, 있긔 없긔?

대학 본부의 ‘갑질’, 행사 하루 전 강의실 대여취소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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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5시,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 3층 대강당에서 예정된 “현 시기 대학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위기의 한국대학” 토론회가 본부 측의 일방적인 강의실 대여취소로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본부 측은 토론회 하루 전인 25일 오후, 총무처 공문을 통해 급작스럽게 강의실 대여취소를 통보했다. 예정된 장소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공간이 없어 토론회는 교훈석 바로 앞 인도에서 두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본부의 일방적인 강의실 대여취소는 절차적 측면에서 문제가 뚜렷하다. 본 토론회를 주관한 교수협의회 회장 이강석 교수(생명과학과)는 토론회 2주 전인 3월 둘째 주에 이미 강의실 대여를 완료했다. 그러나 본부 측은 본 토론회 공동주최에 한국대학학회,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등 외부단체가 포함된 것을 문제 삼으며 대여를 취소시켰다. 외부단체가 참여하는 행사를 목적으로 강의실을 대여할 경우, 대관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주최 측은 대관료를 지불하고 예정대로 102관 3층 대강당에서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본부는 이마저 거부했다. 본부는 강당을 사용한다면 막지는 않겠다고 하면서도, 규정에 따라 조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6일 오후 3시 회의를 소집해 영신관 앞 잔디밭에서 토론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본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캠퍼스 밖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애초에 본부가 행사 하루 전에 강의실 대여를 취소시킬 명분은 없었다. 강의실을 대여한 것은 ‘미확인 단체’가 아니라 ‘교수협의회’라는 견실한 학내 공식단체였다. 더욱이 본 토론회는 비대위와 총학생회 그리고 학생공동대책위원회 등 학내 기구가 주최한 것으로, 본부 측에서 문제 삼은 외부단체는 패널로 참석해 주최단위에 이름을 올린 것에 불과했다. 본부는 직접 승인한 토론회를 다시 취소시키면서 무리하게 결정을 번복했다. 그 결과 토론회 당일 곳곳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미리 배포된 홍보물을 보고 대강당을 찾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변경 공지 또한 잔디밭으로 돼있어, 한참 동안 잔디밭에서 기다리다가 마이크 소리가 들리자 그때야 행사장을 찾아간 사람들도 있었다. 캠퍼스 밖에서 행사가 진행되자 동작경찰서에서 데시벨 측정을 위해 출동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번 사태처럼 본부가 일방적으로 강의실 대여를 취소시키거나 거부하는 일은 대학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성균관대와 경기대는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위한 강의실 대여를 불허해 논란이 됐다. 결국 간담회 기획단은 모두 행사 장소를 교외로 변경해야 했다. 이와 같이 본부는 보통 ‘외부단체’나 ‘정치적 행사’를 트집 잡아 강의실 대여를 일방적으로 거부한다. 그러나 강의실 대여는 학내 구성원의 정당한 권리다. 대학의 구성원인 학생 및 교수가 적합한 절차를 통해 강의실 대여를 요청했다면, 행정실은 절차에 따라 집행하면 그만이다. 행사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행정실이 내릴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독점적 행정권을 빌미로 작동하는 대학본부의 ‘갑질’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강의실 등 행정적 문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본부의 행정권 남용에 대한 견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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