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 같은 일 두 번째 겪는 ‘두산 1세대’의 각오

이 글은 <미디어스>에 기고된 글로, 자유인문캠프 기획단 강남규의 글입니다. 필자와 협의 하에 잠망경 홈페이지에도 글을 옮겨둡니다.

| 강남규(정치외교학과)

 

2009년에 중앙대학교에 입학했다. 두산 그룹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한 2008년 5월의 이듬해였다. 작년 자퇴한 김창인의 표현을 빌리면 ‘두산 1세대’인 셈이다. 그해 여름, 진중권이 정치적 이유로 해임됐고, 여기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학생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해 말, 총장을 조롱하는 만화를 실었다는 이유로 교지가 전량 강제수거됐다. 그렇게 내 대학생활이 시작됐다.

2학년이었던 2010년엔 ‘메가톤급 구조조정’이 있었고, 반대 시위를 한 학생 4명이 퇴학부터 유기정학까지 골고루 징계받았다. 학생회의 가장 큰 사업 중 하나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버스가 전복될까봐” 가지 못하게 했고, 딱 그 즈음 교지는 아예 모든 예산을 삭감당했다. 군대를 갔다 왔다. 군대에 있던 2년 사이에도 한 학과가 폐과됐고 몇몇 학생이 근신 징계를 받았다. 3학년이 된 2013년에도 여지없이 학문단위 구조조정이 터졌다. ‘안녕들 하십니까’와 청소노동자 파업이 겹쳤고,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가 ‘미관상의 이유로’ 모두 철거됐다. 1년 휴학하고 올해 4학년으로 돌아왔다. 또 다시 구조조정이다. 너무 바빠 영화 한 편 볼 시간이 없다고 징징대니 나와 같이 ‘두산 1세대’이지만 군대를 가지 않아 일찍 졸업한 친구가 “중앙대가 스펙타클인데 뭣하러 영화를 보냐”고 놀려댔다.

다시 구조조정이다, 라는 말을 쓰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3년 당시 교지편집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때 썼던 구조조정 기사도 같은 말로 글을 열었다. 이미 썼던 문장을 다시 되살리고야 마는 것은, ‘다시’라는 말 만큼 사태를 적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구조조정은 지난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2013년 구조조정은 2010년 못 다 이룬 과제를 끝마치기 위해서였다. 당시 폐과되지 않고 학부제 하 ‘전공’으로 축소시킨 4개 학문단위를 기어이 폐지시킨 것이 2013년의 골자다. 2015년 구조조정은 2010년의 그것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형태다. 2010년의 골자가 학부제로의 개편이었다면, 2015년의 골자는 아예 학과제를 페지한 모집단위 광역화다. 그래서 ‘다시’라는 표현을 쓴다. 두산 1세대가 아니고서는 잘 알지 못하는 배경들이다.

더 중요한 배경이 있다. “교육단위 개편뿐만 아니라 지리적 개편작업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에, 실제적 개편작업은 하남캠퍼스 이전 사업과 연계해 시작될 것이다.” 중앙대 박용성 이사장이 취임 직후 열린 전체교수회의에서 했던 발언이다. 그래서 2010년 있었던 대규모 구조조정은 캠퍼스를 새로 지어 학문단위를 재배치하는 데 용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문사회계열‧자연공학계열‧의약학계열‧경영경제계열‧예체능계열 등 5계열로 학문단위를 나눴고, 각 계열마다 ‘계열별 부총장’을 둬서 일종의 자치행정 권한을 부여했다.

지금 이런 배경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대학본부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까지 안성캠퍼스를 매각하고 2014년 개교를 목표로 하남캠퍼스를 추진”한다는 본부의 원대한 꿈은 온데 간데 없다. 결국 하남캠퍼스는 2010년 구조조정 단행 6개월 뒤 백지화됐다. 하남캠퍼스가 지지부진하니 인천 검단신도시에 캠퍼스를 짓겠다는 계획도 꾸렸다. 인천시 재정난으로 검단캠퍼스는 아직 삽도 채 뜨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성캠퍼스 학문단위는 폐과시키고 그 정원을 계속 서울캠퍼스로 편입시키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서울캠퍼스는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게 됐다. 5계열 책임 부총장제는 시행 3년 만에 폐지됐다. 그러더니 이제는 기능형 부총장제를 도입했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대전제가 무너졌지만 대학본부는 오류에 대한 시인과 사과 한 마디 없다. 오히려 극단화된 구조조정 형태를 추진하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피해 입은 것은 학생들이다. 2010년 징계 당한 학생들은 수년간 싸워 간신히 캠퍼스에 돌아왔지만 이후 피선거권도 장학금도 모두 박탈당했다. 낙인이다. 결국 그 중 한 명은 선거 출마를 두 번이나 거부당하고서 자퇴를 선언했다. 2013년 입학하자마자 학과를 잃은 학생들에게 2017년까지 수업권을 보장해준단다. 군대든 뭐든, 휴학은 생각할 수도 없게 됐다. 다양한 수업선택권? 있을 리가 없다. 함께 싸웠던 학과 동료들 중에 견디다 못해 전과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조금만 지나면 학생들이 몇 명 채 남지도 않는다. 학교에 대한 배신감, 뭘 어떻게 해도 학교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뼈아픈 패배주의 같은 것들만 남았다.

이런 와중에 총장은 이런 말을 한다. “폐과하면서 많은 아픔을 겪었다. 학과 없애는 게 답은 아니다. … 그것은 너무나 비인간적이다.” 3월 2일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 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그 비인간적인 폭력에 시달린 학생들에겐 단 한 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서! 이번 구조조정의 명분을 설득하기 위한 도구로 학생들의 아픔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열 안 받는 학생들이 없었다.

이번 구조조정도 대책이 없다. 학교는 이 구조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확신을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 책임을 학생, 교수들에게 떠밀고 있다. 학과제를 페지하고 4차학기부터 전공을 선택하면 전공학습기간이 축소돼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시간당 학습량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특정 전공으로 선택이 쏠리면서 어떤 전공들은 선택자가 없어 폐지되지 않겠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교수와 학생이 자구적인 노력을 통해 선택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 무엇도 정상적인 대책은 아니다. 제도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의 해결방안을 교수/학생들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행태에 가깝다. 피해는 다시 학생과 교수들에게 돌아온다.

이런 대책없는 구조조정에 맞서 교수들이 먼저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났다. 뒤이어 학생사회의 움직임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렇게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최근에 총장이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학사구조선진화 계획(안)의 준비와 발표, 논의 과정에서 교내 여론이 분열되고, 혼란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말로 서두를 열어, “대학의 존재 목적이기도 한 사랑스런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모두가 한 걸음씩 물러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는 말로 끝맺는 내용이었다.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답신으로 “아마 현 총장의 재임 기간 중에 ‘사과’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 같다”고 적었다. 허나 내 기억으로 두산 이후 ‘사과’라는 단어를 접한 것은 정말이지 이번이 처음이다. 하긴, 학생들에게는 메일이 오지 않았으니 엄밀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사과’라는 단어를 접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니 이번엔 좀 다를까? 입학 이래 그 무수한 일들을 겪으면서 학교를 상대로 학생이 이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010년 천막 치고 타워크레인에 맨손으로 올라가던 그때도, 2013년 천막에 총장실 농성까지 해가면서 구조조정 재논의를 요구했던 그때도, 안녕들 하십니까와 청소노동자 투쟁으로 전국적인 관심이 중앙대에 쏠렸던 그때도 학생들은 이기지 못했다. 아마 내가 졸업하기 전 마지막 싸움이 될 것 같다. (물론 확신은 못하겠다. 올해 졸업을 할 수 있을지, 2학기에는 아무 일도 없을지.) 내가 학교에 바라는 건 큰 게 아니다. 잘못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할 줄 아는 태도, 욕 먹으면 철회할 줄 아는 태도 같은 것들을 바랄 뿐이다. ‘의에 죽고 참에 살자’, 나는 이토록 교훈이 멋진 학교를 사랑하고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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