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총학생회가 사라졌다

─ 왜 총학은 구조조정에 침묵하는가

총학사라짐

 

리더십이 실종됐다. 정확히 말하면, 총학생회의 실종이다. 지난 2월 26일, 본부가 일방적으로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총학생회는 자취를 감췄다.

각 학과 학생회가 임시총회를 꾸려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수 사회가 발빠르게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할 동안 총학생회는 이 구조조정 정국에서 침묵을 택했다. 학과 차원의 대자보, 학생 개인의 대자보가 캠퍼스를 뒤덮은 가운데 ‘학생 대표의 입장’이 부재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됐다. 구조조정에 대한 총학의 입장표명은 필수적이다. 그들은 학생 전체를 대표하는 만큼 학생회 중에서도 가장 대표성이 높은 기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학은 침묵했다. 아니, 외면했다.

침묵 끝에 돌아온 것은 배신감이었다. 총학은 3월 12일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내용은 황당했다. 총학은 본부와 구조조정이 아닌 교수 사회를 겨냥했다.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우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대자보 발표 전 중앙운영위원회와의 논의도 없었다. 성명서가 발표된 시기 또한 부적절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명목으로 총투표를 고지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더욱이 당일은 교수 비대위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에 대한 자체 찬반투표 결과를 공개하기로 돼있었다. 이 투표에서 전체 교수 중 84.6%가 구조조정에 반대했다. 홍보팀은 중앙인 커뮤니티에 총학 성명서가 발표된 후 재빠르게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심지어 총학이 공식 발표하지도 않은 대자보의 초안을 인용해 ‘총학 성명서 조작사건’에 연루되는 촌극까지 낳았다. 홍보팀의 성급한 보도자료 배포는 압도적으로 구조조정에 반대한 교수 비대위의 투표결과를 물타기하려는 의도로 읽히기 충분했다.

총학이 구조조정 발표 이후 보름이나 침묵을 유지한 결과는 허무했다. 그들은 신중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비겁했을 뿐이다.

총학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홍보실의 대자보 왜곡논란, 총투표 연기 등 저들이 놓은 덫에 걸려 허둥대기 바빴다. 사태를 대충 수습한 이후, 총학은 다시 침묵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더 낫겠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학생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할 때에도 총학은 한 발 물러나 있었다. 그렇다고 학생 공대위와 가시적인 연대를 도모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달 26일, 본부의 일방적인 강의실 취소로 캠퍼스 밖에서 진행된 긴급 토론회에서는 김성욱씨가 총학을 대신해 자리했다. 지난 8일 중앙마루에서 진행된 ‘중앙대학교 미래를 위한 대토론회’에서도 총학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총학이 필요하다. 총학은 공식적인 지위에서 학생 전체의 의견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대표이기 때문이다.

이미 학칙 개정안이 공고됐고, 구조조정에 대한 이사회 표결도 남아있다. 그 어느 때보다 총학의 적극적인 행보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총학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학생총회는 고사하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마저 감감 무소식이다. 학생총회는 “회원 전체에게 관련된 중대한 사항을 토의,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다. 학생총회 소집이 어려울 경우 의결권은 전학대회로 위임된다. 총학의 소극적인 행보가 구조조정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데 있다면, 학칙상 명시돼 있는 학생총회와 전학대회를 열면 된다. 그런데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심지어 학칙상 “매 학기 초”에 정기회의를 소집하기로 되어 있는 전학대회마저 소식이 없다. 전학대회는 학생회 운영의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학과/부 및 단과대 학생회가 출범하는 매 학기 초에 열기로 되어 있다. 일례로 최근 3년간 전학대회는 4월 초에 개최되었고, 구조조정안이 발표되었던 2010년에는 비교적 빠른 시기인 3월 23일에 전학대회를 열었다. 전학대회와 학생총회 소집은 총학생회의 마땅한 권한이다. 이마저 행사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엇이 총학을 망설이게 하는가?

총학에게 고한다. 대자보 한 장, 성명서 한 장 발표하는 식으로 각개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이건 그렇게 만만한 싸움이 아니라고 말이다. 지금, 우리는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총학이 선두에 서서 학우들과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겨룰 수 있다. 그러니 이제 그만 학생회관 밖으로 나오길 바란다. 학우들 앞에 당당히 서서 “학생 전체를 대표하는” 총학의 진정한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진정으로 총학의 행보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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