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님은 갔지만 우리는 할 일을 해야 한다

박용성 이사장이 사퇴했다. 이메일로 교수와 학생들에 대한 막말을 퍼부은 사실이 드러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이 사실마저도 대외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학교 발전은 잠시도 멈출 수가 없다”는 의지에 찬 총장의 입장만이 중앙인에 먼저 공지됐을 뿐이다. 이 또한 문제적이지만 불명예 퇴임하는 마당에 굳이 문제 삼지는 않기로 한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지적해야겠다. 이사장 사퇴만으로 중앙대를 둘러싼 문제들이 모두 봉합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기회에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결국 이사장이 이토록 무분별한 막말과 강압을 지속적으로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그를 견제할 제도가 실질적으로 전무했기 때문이다. 온통 친재단 인사로 채워진 이사회는 사실상 거수기에 지나지 않는다. 2011년 적십자간호대 합병 당시 안국신 전 총장의 “적십자간호대 합병안의 세부 추진과정 일체를 박용성 이사장에게 일임한다”는 의견이 명백히 증명하지 않는가.

견제 없는 권력은 막장으로 치닫기 마련이다. 이는 수도 없이 반복돼 온 역사적 교훈이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먼저 현재 심의기구인 대학평의원회의 위상을 견고하게 해야 한다. 교수, 학생, 직원, 동문을 대표하여 법인과 본부의 활동을 비판·감시하는 것이 대학평의원회의 역할이다. 하지만 사실상 대학평의원회는 지금껏 유명무실했다. 학칙은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이사회 의결에 앞선 과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2013년 구조조정 때도 목도했듯 이사회는 심의 결과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 모든 걸 처리한다”는 이사장의 오만한 발언은 이런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학평의원회의 심의 결과가 이사회 의결에 전폭 반영되는 관례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총장직선제를 복원해야 한다. 지금 총장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명한다. 당연히 이사장의 입맛에 맞는 교수가 총장으로 임명되기 쉽다. 이사장의 권력을 견제할 가능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현 이용구 총장 역시 교수의 일원인데도 불구하고 교수들을 위협하는 이사장의 발언에 항의하거나 내부고발하지 못하고 묵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총장임명제의 폐해를 우리는 이번 기회에 분명하게 확인했다. 교수들이 직접 선출하는 총장직선제를 되살리는 것이 중앙대학교가 당면한 과제다.

이번 사태는 중앙대학교에 막대한 불명예를 가져왔다. 이 사태의 원인이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이사장의 전횡이 가능한 대학 구조에 있음은 명백하다. 그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난 지금, 학교의 명예를 되찾는 길은 좋은 선례를 개척하고 망가진 제도를 고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더 크게,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실패하는 길밖엔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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