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박용성은 떠났고 우리는 여기 남았네

| 김펄프

 

박용성 이사장이 부임 7년 만에 불명예 사퇴했다. 그가 평소 보여온 당당함을 생각하면 사퇴는 무척 급작스럽게 이뤄져, 소식을 접한 사람들 대부분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퇴는 보직교수들과 주고받은 막말 이메일 내용이 보도된 당일 이루어졌다. 일각에서는 박범훈 전 총장의 비리의혹에 따른 압박이 이사장인 자신에게도 미친 것에 부담을 느껴 사퇴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박 전 이사장의 사퇴가 어떤 이유였건, 이 사태에서 바라봐야 할 것은 막말 이메일과 비리의혹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박 전 총장과 중앙대가 ‘위험한 거래’를 반복하면서도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는 사실, 박 전 이사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막말을 이메일에 일삼아도 보직교수 누구 하나 반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왜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그 누구도 막지 못했나? 이는 몇 년간 이어져 온 일련의 흐름, 즉 박용성 전 이사장 1인으로 권력을 집중시켜 온 흐름에서 파악해야 한다.

박용성은 어떻게 ‘왕’이 되었나

박 전 이사장은 취임 이래 지금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다. 그는 취임 직후 전체교수회의를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에서 소집한 뒤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지 두산의 대학 개혁에 발목을 잡겠다고 나서면 그 손목을 자르고 가겠다.”

그는 대학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재단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교육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그 결과 외부 언론은 중앙대의 ‘교육개혁’에 대해 인터뷰할 때 총장보다 앞서 이사장을 만나는 일이 빈번했다.

박 전 이사장은 2010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맨 앞에서 지휘했다. 때때로 그만의 교육철학을 신문지상에 기고하기도 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2009년 8월 중앙일보에 기고한 시평이다. ‘대학 발전과 참된 주인의식’라는 제목의 이 시평에서 박 전 이사장은 “대학 사회에 경계를 넘어서는 과도한 ‘주인의식’이 퍼져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진다”고 적었다. “교수와 교직원들은 어쨌건 대학을 직장으로 택한 사람들”이며 “학생들은 자신의 수학 능력과 장래 선택할 진로를 감안해 스스로 대학을 선택했다 … (높은 등록금은) 그 선택에 대한 비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학교의 주인은 이사회고, 따라서 이사회가 의사결정권을 쥔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권력관계에서 총장은 학칙 상 지위를 갖춘 행동대장 정도에 그쳤다. 재단 권력을 견제하는 총장의 역할은 기대할 수 없었다. 그것이 박 전 이사장이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다. 이를 위해 두산그룹은 중앙대를 인수한 2008년에 총장 선임 방식부터 바꿨다. 기존 직선제를 임명제로 바꾼 것이다. 임명 주체는 재단 이사회다. 이듬해 박범훈 전 총장은 연임했다.

주요 보직교수들은 회전문을 돌았다. 입학처장이 교무처장이 되고, 교무처장이 대학원장이 되고, 홍보실장이 미디어센터장이 되고, 기획처장과 기획관리본부장이 각각 행정·교학부총장이 됐다. 이번 이메일 파동에서 이 주요 보직교수들은 이메일의 수신자였다. 그러나 박 전 이사장이 즉각 사퇴해야 할 만큼 심각한 내용들에 대해서 그들 중 누구 하나 먼저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박 전 이사장은 그의 말을 지켰다. 누군가 “발목을 잡으면 그 손목을 자르고” 갔다. 박 전 이사장과 재단은 교수사회에 대해서도 연봉제를 도입하고 교수평가를 강화했다.

박 전 이사장의 방향을 비판하며 시위한 학생들에게는 퇴학·무기정학 등 징계를 가했다. 2009년 말, 비판적 교지 <중앙문화>는 배포 즉시 전량 강제수거되는 수모를 겪었고, 이듬해에는 예산을 전액 삭감 당하기도 했다. 최근 이메일에서는 박 전 이사장이 학보사 <중대신문>에 대해 “학교를 대변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하는 방향으로 단 1회만 발행하면 즉시 폐간하겠다”고 말한 사실도 폭로됐다.

 

누구도 막지 못한 독주, 그 결말

이런 상황에서 박용성 전 이사장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중앙대학교에 없었다. 오히려 학내에는 그의 폭주를 부추긴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가 무슨 일을 하든 비호했다. 압수수색 직후 하루가 멀다 하고 의혹이 쏟아져도 ‘학교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방어했다.

물론 이런 반응들에도 이유가 없지는 않다. 두산 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기 전인 김희수 이사장 시절, 재단은 전입금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 전 재단의 별명은 ‘천원재단’이었다. 1년에 법인전입금을 1천원만 냈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마지못해 대학을 소유하던 전 재단과 비교해, 열정적으로 투자에 열을 올리고 ‘개혁’을 앞장서서 외치는 두산 그룹과 박 전 이사장은 발전을 갈망하는 다수 중앙대학생들에게 한 줄기 빛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과오마저 방어하는 것은 더 치명적인 과오를 유도하는 패착이다. 압권은 이메일 파동으로 박 전 이사장이 사퇴했을 때였다. 커뮤니티 등지에서 박 전 이사장의 사퇴 책임을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인문대 학생들에게 물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비대위 교수들과 인문대 학생들이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재단과 이사장을 비난해서 박 전 이사장이 사퇴했다는 논리였다. 명징한 인과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논리였지만 실제로 이런 공격은 폭넓게 유통됐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맹목적 지지에 힘입어 박용성 전 이사장의 중앙대학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과 같다. 견제와 감시 없는 권력이 실패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이었고, 그 진실은 중앙대에서도 나타났다. 철옹성에 칼을 휘두른 것은 외부자, 즉 압수수색이라는 공권력을 쥔 검찰이었다. 내부 권력이 독점된 상태에서는 외부자만이 박용성 전 이사장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photo_2015-06-09_00-56-39

출처 : 비즈니스워치

 

권력관계를 바꿔야 한다

다시 말해 ‘중앙대 사태’는 권력의 문제다. 권력관계를 바꾸지 않으면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 나름의 방안들이 이미 몇 가지 제시돼 있다.

첫 번째는 교수협의회(이하 교협)가 내놓은 안, 이른바 ‘중앙대학교 혁신위원회(가)’이다. 교협은 5월 11일 성명서에서 “지원은 하되 지배하지 않는 사학 재단의 기본정신에 입각하여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교수, 학생, 직원 대표로 <중앙대학교 혁신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총장 대행체제와 새로운 대학운영 조직을 조속히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두 번째는 이용구 총장이 5월 28일 임시 교무위원회(이하 교무위)에서 내놓은 대학운영위원회 개혁안이다. 대학운영위원회는 “제 규정의 제정·개정·폐지에 관한 사항, 각 학문단위 및 부서간 조정에 관한 사항, 기타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현행 학칙에 따르면 총장을 의장으로 하여 교학/연구/행정/안성/의무부총장, 기획처장, 교무처장, 그리고 법인 상임이사와 법인 사무처장으로 구성된다.

교무위는 “대학의 경영과 운영의 분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재단 상임이사와 사무처장이 참여하는 대학운영위원회에서 재단 참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개선 또는 폐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학본부로서는 교협의 요구에 대한 타협안을 내놓은 셈이다.

특히 교무위 안은 그간 재단에 반기를 들지 못하던 총장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교무위 안은 여전히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태를 통해 밝혀진 바, 대학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보직교수들은 박 전 이사장의 ‘명령’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교협의 방향대로 운영기구에 대한 교수와 학생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서는 실질적인 권력 분산이 불가능하다.

 

우리 앞에 남아있는 과제들

두 가지 방안 모두 문제의 원인을 재단이 부당하게 갖고 있던 권력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확하다. 큰 방향은 합의가 된 셈이다. 이제 구체적인 기구의 형태를 논의하는 일이 우리 앞에 과제로 남아 있다.

운영기구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먼저 총장 선출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두산 직후 직선제였던 선출방식이 재단 임명제로 바뀌었다. 그 결과 총장의 지위가 이사장에게 복속된 권력독점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다시 직선제로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교협 역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거 직선제 시기에 교수 사회 내 파벌이 형성돼 불필요한 갈등이 초래됐음을 교협도 인정한다. 교협은 5월 18일 발행한 <중앙대 세 가지 현안 토론을 위한 자료집>에서 기존 직선제에 더해 두 가지 형태의 간선제를 제안하고 있다. 교수·동문·학생으로 구성된 총장선임위원회가 총장을 선임하거나, 직선으로 선출된 학장(원장)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한편으로는 대학평의원회의 위상 회복 문제가 있다. 정관에 따르면 대학평의원회는 대학의 발전계획, 학칙 제개정, 헌장 제개정, 예결산 등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교원 7명과 직원 3명, 학생 3명, 동문 및 대학발전에 도움이 되는 자 2명으로 구성돼 본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상 학생이 대학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적 기구라는 점에서 대학평의원회는 중요한 위상을 지닌다.

하지만 대학평의원회는 지금껏 유명무실했다. 이사회는 대학평의원회 심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실제로 증명돼 왔다. 예를 들어 2013년 구조조정 당시 대학평의원회는 학칙개정 절차 미흡을 이유로 심의를 거부했지만, 이사회는 아무런 문제없이 학칙개정안을 통과시켜 4개 학문단위 폐지를 확정지었다.

대학평의원회의 심의결과가 이사회에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관례를 만들어야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사립학교법이 대학 운영 주체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어 법적 근거의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3주체 거버넌스’로 완성하는 개교 100주년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사회가 권력관계를 바꾸는 움직임에 함께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유일하게 학생의 참여를 보장하는 대학평의원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학생이 보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운영기구를 창출해내는 것이 요구된다. 마침 교협은 혁신위원회와 총장선임위원회에 학생 참여 또한 보장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학생사회는 교협과 손을 맞잡고 정치적 공세를 이용해 대학본부를 압박함으로써 그것들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들의 거센 요구로 ‘학사구조개편 대표자 회의’를 얻어내지 않았던가. 이 회의체는 학생·교수·대학본부 대표자들이 공동 참여해 구조조정 세부 사항을 조정하는 거버넌스(협업) 기구다. 학생이 대학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 기구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물론 실제 대표자 회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학생 대표자의 발언권이 다소간 제약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결국 기구를 만들고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것은 학생사회의 근본적인 정치력을 강화하는 것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지금 중앙대학교는 개교 100주년을 3년 앞두고 있다. 대학본부는 “2018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CAU 2018+’이라는 이름의 발전계획을 추진해왔다. 올해, 그 발전계획은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과 박용성 전 이사장의 불명예사퇴, 그리고 검단 신캠퍼스 백지화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이 시점에서 중앙대학교가 진정한 명문사학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은 완전한 쇄신을 꾀하는 것뿐이지 않을까? ‘박용성의 대학’이라는 오명을 지우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 그 첫걸음은 지금껏 어떤 사립대학도 제대로 구현한 적 없는 ‘교수·학생·본부 거버넌스’에 대한 폭넓은 토론을 시작하는 것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