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앙대에 수상한 교직원이 산다

| 주덕

 

대학은 학생ㆍ교수ㆍ본부의 삼위일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대학도 세 구성원이 발을 맞춰야 좋은 대학이 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더 이상 세 주체는 협력관계가 아니다. 그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권한을 갖는 본부가 학생과 교수를 억압하는 구조다. 본부의 권위는 전적으로 재단에 기대고 있다. 2008년, 두산이 재단을 인수한 시점부터 학생 및 교수사회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교직원은 학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대학의 거시적인 발전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이사진이라면, 교직원은 일상생활의 행정 처리를 담당한다. 하다못해 강의실을 대여해주거나, 동아리방을 배정하는 등의 업무까지 모두 학생사회와 무관치 않다. 교수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대학의 핵심 교직원이 친재단적 인사로 구성된다면 어떨까? 대학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하리라는 관측은 불 보듯 뻔하다.

중앙대에서 모든 우려는 현실이 된다. 현재 중앙대는 과거의 기업인들이 요직을 점하고 있다. 이들은 교직원이라는 탈을 쓰고 대학에 숨 쉬는 중이다. 그들이 평범한 기업인에 불과하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력이 심상치 않다. 본부는 알려주지 않는 ‘수상한 교직원’들의 이력을 찬찬히 뜯어보자.

 

자타공인 구조조정 전문가

 

 온라인판 기사 캡쳐

<중대신문> 온라인판 기사 캡쳐

 

액센츄어라는 기업이 있다. 흔히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중앙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중앙대와 액센츄어는 2010년 두산재단이 단행한 구조조정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구조조정은 18개 단과대ㆍ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ㆍ46개 학과(부) 체제로 통폐합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학과의 몸집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이었다. 이 계획안의 구상을 그린 것이 바로 액센츄어다. 말하자면 액센츄어가 구조조정의 코치 노릇을 했던 셈이다. 기업 경영을 컨설팅하는 업체답게 취업률을 구조조정의 주요 지표로 삼았다. 그들은 기업식 구조조정의 논리를 대학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액센츄어와의 악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액센츄어 이사였던 김재훈씨가 2014년 1월부터 미래전략실장이라는 보직을 맡는다. 이로써 구조조정을 지휘하던 핵심 인사가 본격적으로 대학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하지만 미래전략실의 행정적 지위는 애매하다. 이미 행정부총장 산하에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기획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재훈 미래전략실장은 지난해 8월 <중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획처가 대학 행정 전반에 대한 컨트롤 타워 기능에 집중한다면 미래전략실은 중장기 관점의 전략 수립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잘라 말하면, 미래전략실은 중장기 전략으로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특별 부처라는 의미로 읽힌다.

미래전략실이 존재하는 한 구조조정의 연쇄는 쉽게 단절되지 않을 것이다. 김재훈씨의 영입은 두산이 구조조정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자기표현인 셈이다. 액센츄어의 손질 아래 벌어진 네 차례의 구조조정은 그 방증이다. 2010년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어 2011년에는 가정교육과가 폐지되었고, 2013년에는 비교민속ㆍ청소년ㆍ아동복지ㆍ가족복지학과가 폐과됐다. 가장 급진적인 안으로 평가받는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 역시 액센츄어의 작품이다. 지난 2월 26일 발표된 본 계획안은 김재훈 미래전략실장이 중앙대에 들어온 후 처음 진행된 구조조정이었다. 두산 하의 구조조정은 과거 대학 밖의 기업에 컨설팅을 맡기던 방식에서, 이제 기업을 대학 안으로 불러들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은 그 상징이다.

 

‘노조파괴의 달인’이라 불리는 사나이

다빈치인재개발원장 박원용씨는 가장 유명한 이력을 가진 교직원 중 한 명이다. 중앙대 외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기업에 적을 두었다. 1978년 삼성그룹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0년부터 삼성중공업 인사ㆍ경영혁신 이사로 재임한다. 2006년 이후 발레오, 테트라팩, 한국3M 등 여러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했다.

박원용씨는 한국3M을 정년퇴직하고 거처를 모교로 옮겼다. 작년부터 중앙대에서 다빈치인재개발원장을 역임 중이다. 다빈치인재개발원은 취업지원을 전담하는 부서다. 학내에 각종 취업특강, 취업박람회 등을 주최한다. 박원용씨는 언뜻 보면 인재 개발의 적임자처럼 보인다. 오랫동안 다양한 기업의 인사부에 몸담은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다름 아니라 ‘노조파괴의 달인’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박원용씨가 중앙대로 돌아오기 전까지 재직했던 한국3M은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다. 그러나 동시에 6년 동안 노사갈등이 진행 중인 기업이기도 하다. 사측이 노조와의 단체협약 체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투쟁 과정에서 총 19명의 노조 조합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했다. 갈등은 2009년 5월 한국3M 나주공장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 촉발됐다. 노조는 설립 직후 파업투쟁에 뛰어들었다. 이 투쟁으로 임금협상이 타결돼 처우가 일정 수준 개선된다. 그러나 협상은 거기까지였다.

같은 해 7월, 박원용씨가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채용됐다. 박원용씨는 한국3M 노동자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사람이다. 그는 사측 교섭대표이지만 노조와의 단체협약 체결에 소극적이었다. 교섭 테이블에는 앉는다. 하지만 노조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교섭에 어떤 성과도 없이 시간만 끄는 식이다. 이에 반발해 2010년 3월, 노조는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용역업체 ‘컨택터스’를 동원한다. 컨택터스는 조합원들을 폭행했다. 용역업체의 폭력에 대항한 조합원들은 오히려 무더기로 징계 및 해고되었다.

 

3M

서울 여의도 한국3M 본사 앞에서 지회 해고자들이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금속노동자

 

한국3M의 격렬한 노사갈등은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 그리고 박원용씨는 이 과정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노조파괴의 달인’, ‘노조탄압 전문가’라는 오명을 가진 자가 ‘다빈치인재개발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 역설을 누가 설명할 수 있을까. 재단이 박원용씨를 채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의 취업지원 역할을 중시하고, 기업에서 인사 채용을 담당한 인물이 취업 전담부서에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가 노조파괴의 달인이라 불린다는 사실은 재단에 그리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취업률을 높일 방안이다. 점점 더 강조되는 다빈치인재개발원의 위상을 보면 두산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

 

‘교육 마피아’의 귀환

화룡점정은 김철수 신임 이사장이다. 지난 4월, 박용성 전 이사장이 막말 이메일 파문으로 자진해서 사퇴하자 김철수씨가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세종대학교 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문제는 세종대가 사학비리의 온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김철수 전 세종대 총장은 이에 연루돼 교육부로부터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다.
2004년 10월, 교육부 감사를 통해 세종대 학교법인인 대양학원이 각종 편법으로 학교를 운영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대양학원은 학생 장학금을 부당하게 전용하거나, 이사장에게 보수를 과다 지급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았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재단에 부당하게 집행한 교비 113억 3천만 원을 환수하고 관련자를 중징계하라고 요구했다.

 

2005년 세종대 정문 앞 기둥에 걸린 플래카드 ⓒ오마이뉴스

2005년 세종대 정문 앞 기둥에 걸린 플래카드 ⓒ오마이뉴스

 

누구보다 김철수 당시 총장의 조속한 해임을 요구한 것은 세종대 학생들이었다. 교육부는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했다. 당시 교육부가 실시한 감사는 3주 만에 종결돼 ‘봐주기 감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감사 결과는 해가 바뀌고 나서야 발표됐다. 학생들은 교육부의 소극적 조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2005년, 감사결과가 발표되자 총학생회를 대신해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총장 퇴진운동을 주도했다. 비대위는 그해 4월 학생 총투표를 실시해 김철수 총장 퇴진안을 가결했다. 3일 동안 약 53%의 학생이 참여했고, 그중 약 95%가 퇴진에 찬성했다. 세종대 내부의 퇴진 압박과 교육부 징계로 김철수씨는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당시 세종대와 중앙대의 국면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박범훈 전 총장과 박용성 전 이사장이 연이어 검찰에 소환됐다. 제기된 의혹들의 몸통이 드러나면 중앙대가 징계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하수상한 시절에 중앙대와 데칼코마니처럼 똑 닮은 김철수 전 세종대 총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재단의 의도는 명확해졌다. 전 총장이 교비를 부당전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판국에 그와 똑같은 혐의로 이미 징계를 받은 사람을 이사장으로 앉혔다. 두산재단은 이번 ‘중앙대 사태’를 책임질 의지가 없다. 2005년 당시 세종대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전상진씨(세종대 02학번)는 “김철수 전 총장은 ‘교육 마피아’다”라며, “그가 다시 중앙대 이사장이 된 것을 보고 세종대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을 보면 그 집단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세 사람의 영입은 중앙대의 미래를 암시한다. 앞으로도 구조조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취업은 더욱 강조될 것이고, 재단의 영향력은 유지될 것이다. 이것이 두산이 중앙대에 보내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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