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긋쫑긋] 2대 성평등위원회 ‘씨리얼’을 만나다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오면 뭐하나.”

 

|  앨리스 x 짱큰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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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대 성평등위원회 ‘씨리얼’ 왼쪽부터 정재민 사회복지학과 12 / 이상 사회학과 13 / 박서희 문헌정보학과 13

 

 

박용성 전 이사장의 발언이 얼마 전 보도되었다. 이 사실에 분노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이들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말 한 마디에 굳이 저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나?”라는 수군거림도 존재했다.

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의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바로잡고 성 평등을 확립하고자 노력하는 학우들이 있다. 지난 어느 날의 오후, 햇빛이 드는 학생회관에서 성평등위원회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정재민(이하 정) : 안녕하세요, 저는 성평등위원회(이하 성평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재민이라고 합니다. 여성주의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 활동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년 2학기부터 성평위에서 활동하는 중이에요.

이상(이하 이) : 안녕하세요, 저는 성평위 문화기획부 국장 이상이라고 합니다. 저는 사회학과에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여성학을 공부할 기회를 접하게 되었는데요. 수업을 통해 제 스스로가 가지고 있던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들의 문제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이후 성 문제와 관련된 활동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성평위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박서희(이하 박) : 안녕하세요, 저는 성평위 홍보 2국장 박서희라고 합니다. 사실 그 동안은 성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페미니즘을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었던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는데요. 최근 들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성 문제와 여성 혐오 발언들을 보고 들으면서, 단순히 문제의식을 느끼기만 하고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성평위에 지원하게 되었죠.

 

2대 성평등위원회 ‘씨리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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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대 성평등위원회의 이름인 ‘씨리얼’은 ‘보다’라는 뜻의 영어단어 See와 ‘사실, 진실’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Real을 결합해서 만든 것인데요. 현재 성 평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 사회의 불편한 진실들을 바로 마주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짓게 된 이름입니다.

성평등위원회는 현재 세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불편한 사실을 마주하자는 의미에서의 See와, 젠더 관련 불편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자는 의미에서의 Voice, 그리고 모두 함께 성 평등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자는 의미에서의 Participate가 있습니다.

 

이번 학기 성평위에서는 어떤 일을 진행하셨나요? 각 사업들의 기획의도도 궁금해요.

이 : 성평위에서는 현재 크게 학술 사업과 문화 사업, 일상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학술 사업의 경우, 강연과 세미나를 진행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번 학기에는 인권과 다양성, 가족 다양성을 주제로 두 번의 강연을 열었어요.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지식을 쌓고자 성평위 내부에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해요. 세미나 내부에서 공부하고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발제를 준비하여 학우들을 대상으로 오픈 세미나도 기획하고 있어요.

정 : 특히 오픈 세미나의 경우 주제 선정에 있어 시의성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에요. 때마다 이슈가 되는 문제를 다룸으로써, 학우들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이 : 문화 사업의 경우 이번 학기에는 3월 개강 행사와 5월 축제 사업 두 가지를 기획했는데요. 개강행사는 성평위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되었어요. 지난 5월 축제 사업에서는 자체 제작한 에코백, 버튼, 파우치를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했고요, 일상 사업으로는 생리대와 찜질팩 대여 사업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이에요. 성 문제 관련 이슈들을 다루는 ‘젠더 늬우스’를 제작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하고요.

 

축제에서 판매했던 파우치와 에코백

축제에서 판매했던 파우치와 에코백

 

성평위가 생리대와 핫팩 제공 사업 등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여성위주다, 남성(역)차별 아니냐,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지난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때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왔는데요. 성평위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이 : 생리라는 것은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데다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므로, 생리대와 찜질기를 대여해주는 사업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전학대회 때 이것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니 남성들에게도 면도기를 지급하라는 한 학우의 문제제기가 있었는데요. 사실 역차별이라는 말은 저 개인적으로 타당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남자지만, 수염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자라나는 것은 아니니까. (웃음)

정 : 남학우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이 : 꼭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성평등위원회의 활동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으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활동을 시작한 지도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스스로도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외부에서 제기되는 요구사항이나 문제제기에 대해 항상 귀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타당하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내부 논의를 거쳐 향후 사업에도 분명히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요.

 

<잠망경>은 지난 새내기 특별호에서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 레인보우피쉬(이하 레피)를 인터뷰했습니다. 당시 레피는 학내에 일어나는 성 문제와 관련한 담론이 너무 부족하다며, 의식 있는 학우들이나 공식 기구에서 함께 담론 제시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성평위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 : 학내 여성주의 단체나 퀴어 기구와 함께 목소리를 낸 경험은 아직 없어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죠. 다가오는 2학기에는 아마 그런 작업들을 추진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 : 사실 이번 학기 초부터 레피를 포함한 학내 퀴어, 여성주의 단체들과 연대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있었어요. 얼마 전 서강대의 경우 학내 여성주의 단체들이 함께 총학생회의 지원을 받아 여성주의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는데요. 학내에서의 네트워크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에요. 부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더 적극적으로 학내 단체들과 연대하여 소소한 친목에서부터 다양한 행사들을 함께 추진해보면 어떨까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성평위가 그런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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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봤을 때, 중앙대에서 가장 문제라고 느껴지는 성 관련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 : 성폭력에 대한 법 집행을 비롯해 많은 체제들이 피해자 중심적이지 못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해요. 가령 학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교에서 내놓는 대처 방안(징계 포함)들이 그렇게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 방안들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너무 좁잖아요. 만약 제가 피해자 입장에 처해도 뚜렷한 처벌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신고를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신고를 하고 싶어도 ‘괜히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예상되니까 더 숨기게 되죠. 사실 성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 스스로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한 건데요. 이런 측면들이 결국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야기한다고 생각해요. 심각한 문제죠.

이 : 작년에 있었던 영문과 교수 사건의 경우에도 ‘자진사퇴’ 식으로 흐지부지 끝나버렸잖아요. 사실 학교 자체에서 줄 수 있는 징계의 폭이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대학 교수가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정직 3개월이 최대 징계예요. 그런데 교육부에 있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는 경우도 있죠. 소청심사라는 것이 원래는 교수가 학교로부터 자신이 받은 처벌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을 때, 해당 교수가 하소연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제공함으로써 불이익을 받는 것을 막고자 한 건데, 이걸 악용하는 경우가 있는 거예요. 이런 경로로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교수들이 많아요. 그렇게 되면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서 소송에 참여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거고요.

한편으로는 학교 내에서 성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비판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공간이 잘 마련되지 못하는 것도 참 아쉬워요. 학과 차원에서 문제적인 사건들이 벌어졌을 때 이에 대해 비판하고 대항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성찰해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교육적 장치들이 너무 부족해요. 그렇다보니 알려지지 않은 성추행이나 성폭행 문제들도 많고요. 안타까운 현실이죠.

 

성평위가 발족되고 1년이 지났어요. 당시 총여학생회가 폐지되고 사실상 성평위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되면서 학우들의 반응이 다양했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 성평위에 대한 학내 인식은 어떤 것 같나요? 성평위 구성원 분들의 생각도 궁금해요.

정 : 당시에 “여전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 문제들이 많은데 성급하게 ‘성평위’라는 이름의 기구로 대체하는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하는 걱정들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저희가 계속해서 성차별이나 반성폭력 관련 사업들을 기획해서인지, 그런 비판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오히려 온건한 노선을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을 때가 있어요. 사실 성평위가 선거로 뽑힌 대의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사업 진행에 있어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비판을 받는 거죠. 또 한편으로는 사업 진행에 있어서 일종의 자기검열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가 반(反)성폭력 규약을 만들어요. 그런데 새내기들이 그걸 봤을 때, ‘뭐야, 남자도 성폭력 당하는데?’라며 바로 적대감 가지고 책자를 덮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예시를 제시할 때 최대한 남성 입장에서도 생각하려 해요. 성차별이라는 문제를 학내 구성원들이 받아들일 때 그 사람들이 적대감을 가질까봐 두려움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박 : 최근 페미니즘이 한창 부상하면서 남성 역차별이라는 말이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됐잖아요. 이와 관련해 생각해 볼 때, 저는 오히려 ‘성평등’이라는 이름을 통해 여러 담론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다음 학기에는 어떤 사업들을 기획하고 계신가요?

정 : 우선 가장 큰 행사로 영화제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영화제 사업의 경우 학내 성 문제 관련 기구들과 같이 연대해서 추진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성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도 두 번 정도 계획 중입니다. 세미나도 계속 진행할 거고, 강연회도 준비해야겠죠. 담론 제시를 목적으로 일상적인 캠페인 행사도 기획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이 : 시기나 상황에 따라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중앙대 학우들에게 한 마디씩 부탁드려요.

정 : 2대 성평등 위원회 씨리얼과 함께 씨(See)리얼(Real)합시다!

이 : 요즘 들어 부쩍 여성 혐오 발언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페미니즘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시는 분들도 꽤 많은 것 같아요. 그러나 페미니즘이 남성 역차별을 조장하는 학문이었다면, 남성인 제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일은 아마도 없었겠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이 과연 진짜 페미니즘인지에 대해 한 번쯤 의심해보았으면 좋겠어요.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며 더 잘 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 : 제가 처음으로 성 문제에 관련해서 관심을 가졌던 수업에서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 사이에는 권력 관계가 성립된다. 인간은 동물을 보고, 제국은 식민지를 보고, 문명은 야만을 보고, 남성은 여성을 본다. 그래서 여성은 스스로의 몸에 대한 권리를 빼앗기고, 남성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자기 자신을 본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런 시선의 권력을 제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젠더 감수성을 키워갈 수 있었는데요. 학우 분들도 자신만의 젠더 감수성을 키워나가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 성평위에서 마련하는 프로그램들에서 함께 알아갈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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