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놓쳐서는 안 될 신호

중앙대 학생들의 목소리는 그간 갈 곳을 찾지 못했다.
개별의 목소리들은 한 데 결집되지 못하고 파편화되곤 했다.

 

– 누더기

 

 

언제부턴가 학생들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자주 등장하는 게시물이 있다. 바로 ‘대나무숲’이다. ‘대나무숲’이란 페이스북 상의 익명 제보 페이지다. 대나무숲은 SNS의 특징인 간편한 접근성과 익명성이라는 조건이 결합하여 학생들 사이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학생들의 새로운 커뮤니티로서 자리 잡았다.

중앙대학교의 경우, 2014년 2월 페이스북에 ‘중앙대학교 대나무숲(이하 중대숲)’이 처음 생겨났다. 이는 익명으로 제보를 받고, 관리자가 그것을 직접 업로드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중앙대의 경우, 기존의 중대숲 말고도 ‘중앙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이하 어대숲)’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어대숲은 기존 중대숲의 필터링에 반발하여 생긴 페이지다.

 

'대나무숲'은 신라 경문왕 설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 "신라 경문왕은 임금자리에 오른 뒤에 갑자기 그의 귀가 길어져서 나귀처럼 되었다.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으나 오직 왕의 복두(감투를 만드는 사람)만은 알고 있었다. 그는 평생 그 사실을 감히 발설하지 못하다가 죽을 때에 이르러 도림사(道林寺)라는 절의 대밭 속으로 들어가 대나무를 향하여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 귀처럼 생겼다.’라고 소리쳤다(위키백과)."

‘대나무숲’은 신라 경문왕 설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 “신라 경문왕은 임금자리에 오른 뒤에 갑자기 그의 귀가 길어져서 나귀처럼 되었다.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으나 오직 왕의 복두(감투를 만드는 사람)만은 알고 있었다. 그는 평생 그 사실을 감히 발설하지 못하다가 죽을 때에 이르러 도림사(道林寺)라는 절의 대밭 속으로 들어가 대나무를 향하여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 귀처럼 생겼다.’라고 소리쳤다(위키백과).”

 

중대숲은 2015년 3월 15일 개정 기준으로, 현재 18개의 필터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9. 특정한 단체에 관한 내용 ▲10. 특정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내용 ▲15. 과반수 이상의 관리자가 교훈(의에 죽고 참에 살자)에 어긋나거나, 우리 학교의 이름에 먹칠을 할 내용이라 판단한 경우 필터링을 거친다는 것이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은 애초부터 덮어두고 다루지 않겠다는 의미다. 18개의 기준 모두 주관적이지만, 특히 15번 조항의 경우 도대체 어떤 내용이 학교의 교훈과 이름에 먹칠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사실 다수의 조항이 이렇다. 전적으로 소수 관리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매우 높은 수준의 자의적 검열인 것이다.

이에 반감을 느끼고 등장한 것이, 기존 페이지에서 검열을 통해 다루어지지 못한 민감한 사안들까지 필터링 없이 게시하겠다는 어대숲이다. 주목할 점은 이 페이지 이름에 ‘어둠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이다. 이를 잘 살펴보면, 정치적 이야기는 음지에서 행해지는 ‘어둠의’ 영역이란 뉘앙스가 읽힌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정치적 토론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이 어대숲이 생겨난 것은 지난 4월이다. 4월은 학내·외로 정말 ‘잔인한’ 달이었다. 학내는 구조조정으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2월 26일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의 급작스러운 발표 후 3, 4월은 그 여파로 매우 혼란스러웠다.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와 학생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각종 성명서 발표, 여러 토론회·설명회 개최부터 시작해서 박범훈 전 총장, 박용성 전 이사장과 관련한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들까지, 중앙대는 정말이지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우리는 자본의 논리와 탐욕으로 물든 학교 본부의 민낯을 (다시 한 번) 보았다.

또한 2015년의 4월은, 이전까지 숱하게 지내왔던 다른 4월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이후 약 1년이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동안 잊고 살았든 기억하며 살았든, 계속 되고 있는 싸움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상관없이, 세월호 이야기는 당연히 다시 수면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추모의 메시지뿐 아니라 유가족을 향한 막말이 행해졌고, 세월호 1주기를 맞은 집회의 성격에 관해서도 양보 없는 갑론을박이 오갔다. 그리고 어디에나 노란 물결이 일렁였다.

사람들, 특히 중앙대 학생들의 정치적 토론을 향한 열망은 커져갔다. 하지만 중대숲에서 이런 이야기들은 대부분 검열될 터였다. 그러나 어대숲에서는 거의 모든 논의가 가능했다. 어대숲은 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현재 기존의 중대숲보다 더 많은 누적 제보수를 지니고 있다.

기존에 활발히 운영되고 있던 중대숲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등장한 어대숲, 그리고 그 이후에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다양한 대나무숲들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건강한 공론장의 부재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닐까. 중앙대의 유일한 공식 커뮤니티 ‘중앙인’은 ‘중베(중앙인+일간베스트)’, ‘중암인’이란 오명을 입고 있는 일그러진 공간이다. 민주적 토론장으로서 역할을 상실한 지 오래다.

중앙대 학생들의 목소리는 그간 갈 곳을 찾지 못했다. 개별의 목소리들은 한 데 결집되지 못하고 파편화되곤 했다. 어대숲은 갈 길 잃었던 목소리들이 제 자리를 찾고자 하는 갈망의 한 징후로 볼 수 있다. 이 작은 신호를 놓치지 말자. 다시 정치적 목소리를 발화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토론이 오갈 수 있는 건강한 공론장이 학생사회에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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