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 박범훈x박용성 양박 공판 참관기 vol.1

“저희가 음악하는 사람이라 행정을 잘 모릅니다.”

“2015.06.15 (월) 10:00 형사22부 서관 510호(공판준비기일) 박○○ 외 7 2015고합409 특가법위반(뇌물) 등.”

박용성 전 이사장과 박범훈 전 총장의 첫 공판. 참관하고 싶었다. 기성언론에 기사화된 활자들 말고, 학생의 눈과 귀로 직접 보고 듣고 싶었다. 시험기간이고 뭐고, 서초동으로 향했다.

9시 50분쯤 입장한 510호 재판정에는 양복을 갖춰입은 사람들이 수십 명쯤 들어차 있었다. 개중에는 승복을 입은 사람도 보였다. 기획처장, 학생처장을 포함해 낯익은 보직교수들 몇몇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오늘의 피고, 박용성 전 이사장, 박상규 행정부총장, 황인태 교학부총장 등이 방청석에 앉아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재판정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인 학생이 들어서자 이목이 집중됐다. 잠시 수군거림이 일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어느새 재판정에는 기자들이 자리를 메워, 장내에는 방청인이 5~60명에 달했다.

9시 58분, 불구속 기소된 피고와 변호인들이 자리했다. 박용성 전 이사장은 정가운데에 자리를 잡았고, 그의 옆으로 이태희 전 상임이사, 황인태 부총장, 박상규 부총장이 자리했다. 마지막으로 황토색 미결수복(법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로 구금되어 있는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이 입는 옷)을 입은 박범훈 전 총장이 재판정에 입장해 자리하면서 공판이 시작됐다.

먼저 판사와 검사, 변호사 사이 인사가 오갔다. 박 전 총장의 변호인은 법무법인 율촌 소속, 두산그룹을 전담하는 회사다. 판사가 몇 가지 안내를 고지하고, 인정신문(피고인 확인 절차)을 진행했다. 박범훈 전 총장은 스스로의 직업을 재단법인 뭇소리 이사장이라고 말했고, 박용성 전 이사장은 ‘무직’이라고 말했다. 신문에 응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경직돼 있었다. 특히 박 전 이사장은 어깨가 한껏 움츠러들어 있었다.

검사가 공소사실 요지를 정리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1항, 단일교지 인정과 교육부 사무 전반에 대한 직권남용. 2항, 사문서 위조건. 3항, 우리은행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건. 4항, 각종 뇌물수수건. 박 전 총장의 변호인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경기도 양평군 중앙국악연수원을 둘러싼 내용에 대해 중점을 두고 해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잠망경 기고기사 참고 : http://magazine.freecamp.kr/archives/2994)

연달아 다른 피고들도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박 전 이사장의 변호인은 “배임과 사학법은 사실관계 및 법리적 면에서 다퉈야 하며 뇌물공여 부분은 사실관계 인정하나 경위에 대해서는 별도 의견서 밝히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평이하게 진행되던 재판에 파열음이 일게 한 것은 맨 마지막 순서였던 법인사무처 박모씨. “공소사실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인정합니다. 혐의나 경위 대해서는 추후 제출하겠습니다.” 장내가 술렁였다. 기자들의 타이핑 속도가 빨라졌다. 중앙대 로고가 박힌 파일철을 든 한 남자는 거칠게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피고 증언이 모두 끝나고 검찰이 중앙국악연수원 추가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허위세금계산서를 작성해 보조금을 더 많이 타낸 사기 혐의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때 박범훈 전 총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진술했다. 다소 격앙된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따라 기자들의 타이핑도 거칠어졌다.

“제가 원래 고향이 양평인데, 양평에다가 제자들을 위해서 연수원 하나 만들었습니다. 저희가 음악하는 사람이라 행정을 잘 모릅니다. (속인다, 사기를 쳤다) 이런 내용은 전혀 공감 못합니다.” 박 전 총장은 통장 기록이 다 남아있으니 추후 증거로 제출하겠다는 말로 진술을 마쳤다.

진술이 끝나자 판사는 검사, 변호사와 추후 공판준비기일을 조정했다. 의견서가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두 주 후인 6월 29일 오전 10시로 일정을 협의하고 재판이 마무리됐다.

박범훈 전 총장은 다시 구치소로 향했다. 처음 입장할 때 경직된 모습과는 달리, 퇴장할 때는 방청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는 모습까지 보였다. 보직교수들은 삼삼오오 귀엣말을 나눴고, 기자들은 박 전 총장의 변호인을 집중 인터뷰했다.

11시 20분. ‘중앙대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첫 공판은 1시간 20분만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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