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대학 독립언론의 탄생과 현황

 

2014년 성균관대 <고급찌라시>와 공동으로 주최한 대학독립언론포럼 ‘독박’에서 발표한 발제문입니다.

 

대학 독립언론의 탄생은 동시다발적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2012년을 전후한 1년 사이에 제각기의 이유로 매체들이 등장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기존 대학언론인들이 학보사/교지의 한계를 절감한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보다 나은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두 번째 이유다.

각 학교마다 독립언론이 탄생할 수 있는/탄생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조성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학들은 대학언론을 비롯한 학생자치를 탄압했다. 일방적 폐과, 진보적 학생들에 대한 공공연한 견제, 그리고 그것들을 보도하는 학보사와 교지에 대한 통제가 이어졌다. 학교본부는 끊임없는 견제로 학생사회의 공론장을 무너뜨렸고, 기존 언론들의 편집권과 발행권을 쥐고 흔들었다. 학생사회에서 공적으로 말할 수 있는 통로를 모두 틀어막은 것이다.

대학이 이 시기 학생사회를 통제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 기업화의 진행과 무관하지 않다. “이름만 빼고 모두 바꾸겠다”는 두산의 중앙대학교로 대표되는 대학 기업화는, 학생들 사이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 까닭에 학생사회의 격심한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대학의 학생사회 통제는 그에 대한 대책 혹은 예방 격의 조치였다.

공론장이 무너지고 학내 언론도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만큼 튼튼한 공론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 결과 ‘독립언론’이라는 형태가 발생했다. 재정적으로 학교로부터 ‘독립’돼 있고**, 편집권 또한 학교로부터 ‘독립’돼 있는, 그래서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 것이 독립언론의 요체다.

 

** 교지 등의 ‘자치’언론과 ‘독립’언론이 구분되는 지점이다. 교비가 아닌 학생회비로 발행되더라도, 예산을 거두고 매체에 집행하는 권한을 여전히 학교본부가 쥐고 있기 때문에 이 체제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1년 학교본부가 일방적으로 등록금 고지서에서 교지대금 항목을 삭제하면서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가 투쟁한 일을 들 수 있다.

 

기존 대학언론을 박차고 나와

서두에서 정리한 것처럼 독립언론이 등장한 한 가지 계기는 기존 대학언론인들이 학보사와 교지의 한계를 절감한 것이었다. 국민저널과 외대알리가 그런 경우다. 외대알리와 국민저널은 각각 기존 학보사/방송국에서 일하던 기자들이 비판적 기사를 발행하여 대학으로부터 해임된 직후, 자유로운 편집권을 지닌 매체를 만들겠다는 지향으로 창간됐다.

국민저널은 <국민대신문사>와 <북악방송국>에서 해직/면직된 기자들과 대학 안에서 팟캐스트를 진행하던 학생들이 함께 모여 2012년 9월 창간됐다. 방송국에서 일했던 기자는 시간강사 노조 분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편집 및 업무에서 중대한 과실로 신문방송사의 명예를 손상”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사건에 반발한 몇 명의 기자가 제 발로 나왔고, 해임된 기자와 함께 국민저널을 만들었다. “더 이상 국민대학교에 성역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저널 창간호에서 밝힌 목표다.

외대알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대알리는 2012년 <외대학보>에서 “주간교수와 총장, 처장단에 의해 기사가 잘리는 등 편집권을 침해”당한 데 반발해 해임당한 편집장과 기자 한 명이 1년간 준비해 창간했다. 총학생회 선거를 다룬 특집 호외를 발행한 게 화근이었다. 이후 대학본부는 학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중단하는 한편 편집장에게 나가라고 압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론직필을 위해 우리가 살 곳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모였고, 그 결과 외대알리가 탄생했다.

 

보다 나은 공론장을 갈구하며

또 다른 계기는 죽어가는 학생사회에서 대학언론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학생들이 새로운 공론장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었다. 잠망경, 고급찌라시, 한예종 얼룩진, 성신퍼블리카 등이 그렇다. 이들은 학교의 비민주적인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고 죽은 학생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탄생한 매체들이다.

잠망경과 고급찌라시가 활동하는 중앙대와 성균관대는 각각 두산과 삼성이 인수한 대표적인 ‘기업 대학’이다. 그만큼 이슈도 많다. 본부는 학과 구조조정이나 상대평가 강화 등 정책들을 학생과 소통 없이 단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반발하는 학생들에게는 여지없이 징계를 먹인다. 가시적인 기업적 성과ㅡ신축 건물과 다양한 혜택들ㅡ는 대학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게토화하고, 본부와 유착한 학생회가 들어선다. 잠망경과 고급찌라시는 이런 조건 속에서 새로운 공론장을 열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창간됐다.

얼룩진과 성신퍼블리카는 기존 언론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의식에서 출발했다. “학내외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겉핥기식으로 논평”하는 것이 전부인 ‘정보지’ 수준의 학교신문(얼룩진)과, 학생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를 단신처럼 아주 단순하게 보도하는 데 그치는 학보사의 존재가 얼룩진과 성신퍼블리카 창간의 직접적인 이유다. 학내에 새로운 공론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탄생한 지 오래된 매체들

위 매체들과 달리 탄생한 지 오래된 독립언론들도 있다. 이들은 대개 학생사회를 토대로 활동해 온 매체들이다. 총학생회의 기관지로 시작해 1997년 독립한 서울대저널, 상경계열 안에서 발생해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2004년 재창간한 연세통이 그렇다.

서울대저널의 역사는 1995년으로 올라간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우리세대>라는 이름으로 발행하던 것이 1997년 언론의 꼴을 갖추면서 독립했고, 2001년부터 서울대저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에는 통권 제100호를 발행할 정도로 역사와 노하우가 쌓였다. 이런 경험적인 안정성을 바탕으로 서울대저널은 지면 외에도 ‘서울대저널TV’를 운영하고 있다.

연세통은 1996년 상경계열 내 <연세상경신문>으로 시작했다. 학교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독립된 자치언론의 필요성을 체감한 상경계열 학생들이 ‘운동지’ 성격의 매체를 만들었다. 이 당시 상경계열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과, 단과대에서 이런 종류의 매체를 보유하고 있었다. 2004년까지 상경계열 내 자치언론을 자임하다가, 인력수급 등 상경계열이라는 울타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 학교를 대상으로 재창간한 것이 연세통이다.

 

난점 1 : 재정

이렇게 제각기의 이유로 탄생한 독립언론들이 마냥 순항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편집권의 자유는 얻었지만 매체 특성상 몇 가지 난점들에 부딪히고 있다. 발행 비용 확보가 불안정하고, 역량 있는 구성원을 새로이 충당해야 하며, 또한 위헌적 학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부분의 독립언론은 구성원들의 사비로 운영되고 있다. 부담도 부담이거니와, 그러다보니 많은 부수를 내지 못한다. 매체 파급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 매체는 서울시 청년지원사업 등 외부 사업에 지원해 예산을 보충하고 있기도 하지만 사업의 지속성 측면에서 불안정한 것은 변함이 없다. 광고대행사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는 매체도 있다. 수입이 고정되기 때문에 안정적이지만 광고대행사의 고질적 문제가 걸린다. 대금 결제는 곧잘 연체되고, 대금의 투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어떤 통로도 없다. 최근에는 연세통과 외대알리의 광고대행사가 사기혐의로 기업체들에게 고발당하기도 했다.

 

난점 2 : 구성원, 학칙

독립언론들은 구성원 충원의 문제에도 봉착해있다. 2012년을 전후로 독립언론이 탄생했고,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은 초기 구성원들이 대학을 떠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 들어오는 구성원들과 처음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과정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또 독립언론의 규모나 체계를 잡아가는 시기적 특성상 어느 정도 역량이 갖춰진 구성원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평탄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학칙 문제도 피할 수 없다. 대부분 대학은 ‘학내에 배포되는 간행물은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학칙을 두고 있다. 결국 독립언론은 태생적으로 학칙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학교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창간했기 때문에 독립언론이 학교 본부의 눈 밖에 나는 건 거의 필연적이다.

그래서 언론의 기본 중 기본인 취재부터가 쉽지 않다. 교직원에게 인터뷰하려고 부처에 들르면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다. ‘공식 언론도 아닌데 우리가 왜 인터뷰에 응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학교 본부는 노골적으로 독립언론을 적대하기도 한다. 최근 성신여자대학교 본부가 성신퍼블리카를 고소한 것이 단적인 예다. 성균관대 본부의 공공연한 징계위협과 감시에 맞서 ‘지하조직’을 자처하는 고급찌라시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네트워킹 : 자치언론네트워크, 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

이런 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독립언론들은 나름의 활로를 찾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 속에서 그간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일을 꾸미(국민저널)”기 위해 만들어진 자치언론네트워크가 그 예다. 국민저널, 성신퍼블리카, 고급찌라시, 외대알리가 참여하고 있다. 강북이라는 지역적 공통성을 기반으로 지역 아이템을 다루는 등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주간지 <한겨레21>이 대학 독립언론과 공동기획을 시도하고 있다. ‘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라는 이름을 달고, 한겨레21 지면에 독립언론 기자들이 각자의 기사를 싣는 방식이다. “한겨레21이 대학 독립언론의 젊은 시각과 전위적 문제의식에 빚지려 합니다. 독립언론은 한겨레21을 벗 삼아 사막 같은 정글을 건널 물기를 얻었으면 합니다(한겨레21 제1016호, 돈이 삼킨 대학과 기자 색출작전).”

이번 독립언론 집담회 ‘독박’이 던지는 문제의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척박한 기반 위에 홀로 선 ‘독립’언론은 유지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독립’언론과 느슨하게 네트워킹해 함께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필수적인 것이다.

 

나가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대학언론의 위기’의 용법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학교에 탄압당해 편집권을 침해받고 나아가 존폐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한 가지고, 구성원을 충원하지 못하고 독자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다른 한 가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첫 번째 위기는 ‘학보사-교지’의 위기다. 독립언론은 이러한 위기에서 예외다. 반면 두 번째 위기는 거의 모든 대학언론이 공통으로 부딪힌 위기다.

독립언론의 네트워킹 시도들은 지금 대학언론(독립언론만이 아니다!)이 처해있는 또 다른 위기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두 번째 위기는 이 세 번째 위기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즉 ‘정체성’의 위기다. 이 위기는 대학언론의 존재이유 자체에 대한 물음에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20대 언론을 자처하는 매체가 쏟아지고 대학 문제를 다루는 매체들도 줄을 잇고 있다. 기성언론들도 대학 문제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오늘날 대학언론만이 쓸 수 있는 기사는 무엇인가? 그중에서도 독립언론만이 다룰 수 있는 기사는 무엇인가? 쉬이 답하기 힘들다.

첫 번째 위기로부터 자유롭기에, 독립언론들의 네트워킹 시도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연대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떻게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새로운 독자를 확보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대한 나름의 답변이다. 답변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는 건 시기상조다. 다만 네트워킹이 새로운 질문을 상정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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