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선거 뒤집는 선관위 뒤집기

이번 선거에서 중선관위는 ‘기호 0번’이었다.
필드 밖에서 관리하지 않고 필드 안에서 플레이어로 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 누더기&영인

 

11월 26일 루이스홀, 제58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 개표 현장. 잡음 가득했던 선거는 마무리를 바라봤다. 선거 당일인 24일 새벽 기호 2번 ‘함께바꿈’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의 후보 자격이 박탈된 탓에, 이번 선거는 기호 1번 ‘사이다’ 선본의 단선으로 치러졌다. 단선으로 선거가 행해지는 경우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이하 세칙)에 따라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하면 개표를 실시하지 않는다. 개표가 이루어지면 보통 찬성률 과반으로 당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결과는 이례적이었다. 찬성률이 48.68%에 그친 것. 반대율이 39.58%, 기권율이 11.74%였다. 현재 세칙에는 단선에 대한 조항이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의 논의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었다. 한 시간 가량의 논의 끝에 결국 중선관위는 선거 ‘무산’을 선언했다.

이번 선거는 논란 범벅이었다. 그 중심에는 중선관위의 공정성 문제가 자리했다. 가장 공정해야 할 중선관위가 상대적으로 ‘사이다’ 선본에는 우호적이면서 ‘함께바꿈’ 선본에는 엄격했다는 것이다. ‘함께바꿈’ 선본은 주의 4회(주의 2회=경고 1회)와 경고 1회를 받으며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에 ‘함께바꿈’ 측은 성명서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크게 반발했으며 선거 보이콧을 주도했다. 편파적인 중선관위 때문에 선거 과정 내내 불공정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에서 중선관위는 ‘기호 0번’이었다. 필드 밖에서 관리하지 않고 필드 안에서 플레이어로 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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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선관위의 태도에는 분명 석연찮은 점이 존재했다. 11월 17일, 루이스홀에서 총학 선거 공청회가 열렸다. 참가자 질문 시간에 논란이 발생했다. 중선관위가 ‘사이다’ 선본에 불리할 수 있는 질문은 채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타당한 지적이었다. 실제로 채택되지 못한 질문들 중에는 ‘사이다’의 선본 사무실에 대한 질문이 6개(잠망경 호외 “함께바꿈 선본, 사무실 공간 문제로 중선관위에 이의제기해” 참고), ‘사이다’ 부후보의 ROTC 신분에 대한 질문이 3개나 되었다. 분명 ‘사이다’ 선본에 껄끄러울 수 있는 질문들이었다. 학생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들을 중선관위가 임의적으로 걸러낸 것인데, 제시한 이유들도 궁색했다. 사무실 건은 이미 ‘함께바꿈’ 측이 이의제기한 내용이므로 공청회가 끝난 후 중선관위에서 논의할 내용이라서 제외했고, ROTC에 대한 질문은 ‘개인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에 제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질문 선별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공식적인 이의제기 절차와 중선관위 의결 과정이 있다 하더라도, 공청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는 ‘사이다’ 후보들의 입으로 직접 입장을 들을 권리가 있다. ROTC에 대한 질문도 마찬가지다. ROTC란 신분으로 학교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가 질문의 골자였는데, 이를 ‘개인적’ 내용이라 보긴 어렵다. 오히려 후보의 자질과 향후 입장을 파악하고자 하는 질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설사 개인적 질문이라고 치더라도, 이는 ‘함께바꿈’ 부후보가 몸담고 있는 학생단체 ‘의혈하다’와 관련해 ‘함께바꿈’ 측에 들어온 질문은 통과된 것과 상충된다. 심지어 채택되지 못한 질문들도 한 학생이 알 권리를 요구했기 때문에 공개한 것이었다. 중선관위원장은 현장에서는 키워드 중심으로 내용을 읊어주었고, 질문 전체는 페이스북에 공지하겠다고 했지만 그 후에도 게시물은 올라오지 않았다. 아마 그 학생이 요청하지 않았다면 어떤 질문이 배제되었는지 학생들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계속되는 반발에 중선관위원장은 “질문들이 채택되지 못한 부분에 많이 아쉬움을 토로하시는 것 같다. 정말 유감스럽지만 결정 과정에서 양 선본에 차이를 두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형평성을 지적하는 발언에 “그렇다면 공식적인 이의제기를 거쳐 달라”고 일축할 뿐이었다.

세칙 적용은 과연 공정했는가

‘함께바꿈’은 향응 제공, 비표 미착용, 의도적 자료 가공, 사전선거운동, 선전물 미철거 등을 근거로 몇 차례 징계를 받았다. 이 또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도한 처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사전선거운동에 관한 부분은 상당히 문제적이다. 중선관위는 부후보가 대표로 있는 학생단체 ‘의혈하다’에서 9월에 실시한 설문조사를 선전물의 자료로 사용한 것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전선거운동이 무엇인지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 세칙에도 그 개념이 명시되어있지 않다. 학내 이슈에 관심이 많고 총학 출마를 고려했던 사람이라면 기존에 이런 저런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한 중선관위는 부후보가 ‘의혈하다’의 대표직에서 사퇴하지 않은 점, ‘의혈하다’의 구성원 중 일부가 ‘함께바꿈’ 선본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의혈하다’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즉 공직과 무관한 단체이기 때문에 부후보가 사퇴해야 할 이유는 없으며, 구성원이 겹치는 점도 문제적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많은 학생들이 입을 모았다.

다른 징계 사유에도 말이 많았다. 비표 미착용의 경우 ‘함께바꿈’ 측은 비표를 착용했으나 겉옷에 가렸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대방송 보도에 따르면 선전물 미철거의 경우 복잡한 선후관계가 얽혀있었다. ‘함께바꿈’은 11월 20일 의도적 자료 가공으로 주의를 1회 받은 적 있었는데, 다른 징계와 누적되며 23일 밤 후보자 자격이 1차로 박탈되었다. 이후 의도적 자료 가공 건에 대한 재심의 요청이 인정되어 징계 수위가 주의에서 시정명령으로 격하되면서 후보 자격 처리가 취소되었는데, 이 사이 약 3시간의 공백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철거하지 못한 선전물이 존재했다. 중선관위는 이에 다시 징계를 부과했고 ‘함께바꿈’은 선본의 자격이 중지되었던 시간을 인정하지 않고 징계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역설했다.

여론에는 침묵, 그래도 선거 강행

이렇게 말도 탈도 많은 선거 과정에서 중선관위는 마땅히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많은 학생들의 문제제기에도, 철학과·아시아문화학부 중어중문학과·사회학과 학생회장이 공정한 총학 선거 보장을 주장하며 발표한 대자보에도 묵묵부답이었다.

‘함께바꿈’에서 선거 보이콧을 주도하자, “모든 중앙인 여러분은 기호 2번의 我田引水(아전인수)격 해석에 선동당하지 마시고, 선거에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 유일한 공식 입장 표명이었다. 이때도 ‘아전인수’, ‘선동’, ‘공정성 훼손’ 등의 어휘를 사용하며 ‘함께바꿈’ 측을 비난하는 태도를 내비쳤다.

그렇게 중선관위는 귀를 닫고, 선거를 강행했다. 학생들의 핸드폰으로는 맥북, 아이패드, 커피 쿠폰 등 갖가지 경품을 미끼로 투표를 독려하는 문자가 발송되었다. 24일, 25일 양일간의 선거 끝에도 투표율이 과반을 넘지 않자 중선관위는 ‘사이다’와의 합의 하에 연장투표를 실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가 목격한 대로였다.

문제적인 중선관위 구성 방식

중선관위는 선거를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치를 의무가 있지만, 선거에 있어서는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기에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사실상 전무하다. 특히 중선관위의 구성 방식은 선거 때마다 항상 논란이 되어왔다. 세칙 21조를 살펴보면 중선관위원장은 총학생회장이, 부위원장은 부총학생회장이 담당하며, 중선관위는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전원과 총학생회 집행위원회로 구성된다. 즉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총학생회 구성원들과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다음 해 학생대표자를 결정하는 선거를 감독하는 것이다.

특히 중선관위원장, 즉 총학생회장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이는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선거를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요소다.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 중에는 학생회 활동을 통해 총학생회장과 친분을 다져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임감의 문제도 있다. 중선관위의 구성원은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에 사실상 선거에 크게 힘쓸 이유가 없다. 선거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져야 할 책임이 거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에 한해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관위원장에게는, 자신과는 아무 연고가 없는 사람보다 어느 정도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을 돕는 것이 (그래 봐야 큰 이득은 없겠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게 아니면 “운동권”이라는 공공의 적을 떨어뜨리고 간다거나.

유명무실한 세칙

세칙은 후보들의 공정한 선거를 보장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적용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칙이 중선관위에 의해 형식적으로 적용되면서 문제를 겪는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올해 서울여대 중선관위는 선관위에 신고한 게시물의 구멍 표시가 없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1회, 공약집 수정 과정에서 ‘선본’을 ‘선거’로, ‘상막한’을 ‘삭막한’으로 수정한 것에 대해 선관위가 지적하지 않은 부분을 고쳤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1회를 부과한 적이 있다. 원칙상 내린 결정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정말로 공정한 선거를 방해했는지 살펴보면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하는 선거이니만큼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세칙을 어느 수준까지 적용할 것인지 개인의 선택에만 의존하게 되면 문제는 더 커진다. 세칙 7장을 보면 징계는 임의적 징계와 필요적 징계로 나뉘는데, 임의적 징계는 선관위의 과반수 출석과 찬성으로 의결되는 반면 필요적 징계는 중선관위원장(또는 부위원장)에 의해 시행된다. 만약 중선관위원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징계가 부과될 경우 이를 저지할 방법이 부재하기 때문에 중선관위원장 개인의 권한이 크게 작용하게 된다.

또한 선관위의 자의적인 세칙 적용은 학생 선거에 심각한 왜곡을 가져온다. 일단 후보에게 주의 또는 경고가 주어지면 그 후보는 앞으로 있을 선거운동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으며, 경고 공고 및 사과문이 게시되면서 자연스레 그 후보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게 된다. 경고가 누적되면 후보의 자격이 박탈되는 것을 이용하여 선본들은 상대 선본의 결격 사유를 찾는 데에 열중하게 되며, 결국 선거는 학생대표자를 가리는 본래 의미가 퇴색된 채 네거티브 선거로 변질되고 만다.

제도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이 하는 일에는 항상 실수가 있기 마련이며 그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제도가 존재한다. 많은 대학에서도 선관위의 불완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어 왔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경희대의 경우 2010년부터 학칙개정을 통해 중선관위 정원의 1/5을 할당하여 일반 학생들도 중선관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회칙에 명시하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학생회 임원과 중선관위 구성원을 따로 구별하며, 중운위에 신청했던 일반 학우 중 추첨으로 중선관위를 구성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대학들은 중선관위 구성을 다르게 하는 방식으로 선관위의 대안적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도적 개선을 통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동국대에서는 총대의원장이 중선관위원장을 맡는다. 총대의원회는 권력이 총학생회로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예산분배, 감사, 회칙 개정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제도가 갖춰져 있다고 하여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06년 동국대에서는 총학생회장이 선거의 시급성을 이유로 총대의원장이 배제된 선관위를 인정함에 따라 파행을 빚은 적이 있었다. 당시 선관위는 투표 독려를 위해 <대학내일>의 협찬을 받아 크리스피 도넛과 캔 커피를 공짜로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올해 중앙대 선관위의 맥북 및 아이패드와는 상대도 되지 않지만 이 역시 학내 민주주의의 후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총대의원회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학생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두는 학생들이 많지 않을 뿐더러 총대의원장의 지위가 총학생회장보다 위상이 떨어지다 보니 학생들은 굳이 이 자리를 맡으려고 하지 않는다. 최근 동국대에서 의장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어 총대의원회가 1년 동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결국 제도는 행위자의 불완전성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효과를 지니지만 제도만 갖춰졌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사회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학생들이 이 문제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는 진부한 수사처럼 들리나, 완전히 비현실적인 논의는 아니다. 올해 중앙대를 비롯해 선거 파행을 겪은 여러 학교들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연세대에서는 한 선관위원이 특정 단과대 선관위원장의 편파적 행위를 ‘묻고’ 넘어가려 했던 선관위원장의 행태를 고발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선관위원장이 사퇴하며 투표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성신여대에서는 중선관위원장이 독단적으로 대학 본부에 후보 자격 심의를 요청하여 해당 후보의 자격이 박탈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선거 재개 및 중선관위원장 사퇴에 대한 여론이 퍼지면서 중선관위원장은 자리를 내려놓았다.

올해 중앙대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선관위나 대학 본부에 의해 선거 파행을 겪었다. 대학에서 선거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학생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퇴조하고 있다는 하나의 징후로서 읽을 수 있다. 감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수록 특정 개인의 의도가 쉽게 관철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의 근본적인 대안은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다. 어떤 대표자를 선출할 것인지의 문제는 곧 자신이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학생들이 겪는 개인적인 문제들을 사회적인 문제로 대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학생회만이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 해 학생대표자를 뽑는 선거는 학생들의 감시에 의해 ‘긴장감’ 있게 운영되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모 드라마의 대사에서도 볼 수 있듯, 권력에 두려움을 줄 수 있는 학생들의 힘, 즉 관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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